‘제로트레스’ 껌인가 약인가
‘제로트레스’ 껌인가 약인가
  • 이지현 기자
  • 승인 2003.11.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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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고가 책정·약국 판매로 구설수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다는 기능성 껌 ‘제로트레스’를 출시한 해태제과가 그 껌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지난달 28일 효모에서 추출한 SCP-20 성분을 함유해 스트레스 억제 기능을 갖는다는 고기능성 껌 ‘제로트레스’를 내놓고 수능을 코앞에 둔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면서 단지 기호식품에 불과한 껌을 의약품 수준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광고 및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해태제과는 인쇄 매체 광고를 통해 한국스트레스임상연구회의 주관으로 임상 실험을 시행한 결과 2주 동안 하루에 30㎎씩의 SCP-20을 꾸준히 섭취한 집단의 불안 수치와 우울 수치가 각각 38.04%, 37.57% 감소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루에 30㎎의 SCP-20 성분을 섭취하려면 제로트레스 껌 한 통을 씹어야 한다.

해태제과는 이 광고에서 제조 회사명은 밝히지 않은 채 제품 개발에 공동 참여했다는 대한신경정신과 개원의협의회의 회장을 모델로 등장시키는 한편 약국과 특정 편의점에서만 판매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마치 특정 의약품인 양 오인할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 일각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판로를 약국과 일부 편의점으로 한정한 이유는 일반 껌 제품에 비해 4~5배 정도 비싼 제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을 점검하기 위한 시험 판매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향후 시장 추이를 봐 가며 유통망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 제조 회사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제품의 기능성에 대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이고 "단지 스트레소 해소 기능만 강조할 뿐 치료 또는 질병 개선이란 의미를 내포하지 않기 때문에 허위 과대 광고와 관련해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광고에 자사명을 기입할 경우 일반 제과 업체에서 만들었다는 인식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기능성보다는 단순한 일반 껌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회사명을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품 가격이 일반적인 ´껌값´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로스트레스 한 갑(8.1g)의 소비자 가격은 2200원으로 기능성 껌의 대표 품목으로 꼽히는 자일리톨(13g)의 500원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비싸다. 이와 관련, 회사측은 ´SCP-20´의 1g당 가격이 자일리톨의 50배에 달하지만 원료 값이 비싼 만큼 효과를 충분히 낼 수있는 적정량만 함유토록 해 최대한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는 ‘제로트레스’의 항스트레스 임상 실험 결과를 대한신경정신과 개원의협의회로부터 인증받아 이 인증 표기를 제품의 겉면에 표시하고 있으나 이 단체에 제품 판매 수익금의 1% 가량을 제공키로 해 대가성 지불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회사측은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결과 단체로부터의 인증표시 표기는 상호 합의하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히며 “판매 수익의 일부를 제공하기로 하고 인증 마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 단체가 스트레스와 관련한 학술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 줄 것을 바라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해태제과는 임상 실험과 관련한 연구 보고 내용을 ´대외비´로 정한 채 실험 과정에서의 설문 내용이나 평가 기준 등 일체에 대한 확인 절차를 무시하고 있어 광고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식품위생법상 제품의 용기 포장이나 신문 광고 등에 의약품으로 혼동될 수 있는 표시는 못하도록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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