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창업과 스타트업③-김태민 변호사의 식품창업과 법률·특허이야기(39)
식품 창업과 스타트업③-김태민 변호사의 식품창업과 법률·특허이야기(39)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2.2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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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스타트업 기술력 갖춰야 생명 지속
국내 푸드테크 업체 신기술 찾기 어려워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흔히 식품관련 스타트업에게 ‘푸드테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말 그대로 테크라면 기술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기존 시장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이런 회사를 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O2O(Online to Offline)를 활용한 대표적인 푸드테크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배달의 민족의 ‘배민수산’, 매쉬코리아의 ‘부탁해!’, 벤디스가 운영하는 ‘식권대장’도 결국 기존 오프라인에 존재하던 것을 앱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랩노쉬라는 브랜드로 식사대용품을 선보인 이그니스도 기존 제품과 차별성은 있지만 이 것이 푸드테크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 회사는 한국영양학회의 영양섭취 기준량을 바탕으로 영양 밸런스를 맞춰 한 병에 한 끼 영양 섭취 기준을 충족시키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곡류가공품이나 기타가공품인 선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비타민과 미네랄의 양을 맞춘 것을 제외하면 플라스틱 병에 담겨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는 차별점이 있지만 실제 기존 회사들이 이런 방식의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 것이 기술부족이나 아이디어 부족 때문이 아니라 용기 가격에서 오는 부담감이 더 컸다.

물론 이 회사가 과감히 비싼 용기를 사용해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찾을 수 있게 디자인이나 제품 콘셉트를 제대로 잡은 점은 인정하지만 지난 시간 소개한 인테이크라는 회사와 마찬가지로 과연 이런 회사들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결국 랩노쉬 홈페이지에 들어 가보면 기존 업체들이 판매하는 각종 과일즙 제품들이 보이고 기존 회사 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랩노쉬의 경우 스스로 제조하는 것도 아니고 레시피만 제조업소에 제공해서 만든 제품이다. 소비자입장에서 과연 이렇게 비싼 1회용 용기를 계속 구매할 필요가 있는지 차라리 텀블러 등 개인 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마트나 시장에서 쉽게 구매 가능한 선식을 이용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디자인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만든 것은 매우 높게 평가받아야하지만 테크라는 이름을 적용하기에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몇 해 전 대기업에 반찬제조업체를 양도한 젊은 CEO가 자신들은 반찬이 아닌 서비스를 판매했다고 강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차라리 이렇게 정확한 평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푸드테크를 실천하는 회사가 진정으로 많이 설립되기를 바라며 스타트업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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