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쌀(米) 소비를 늘리는 방법-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02>
우리나라 쌀(米) 소비를 늘리는 방법-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02>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3.1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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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스낵 등 가공식품으로 밀과 경쟁해야
좁은 내수보다 수출 살려야 소비 증가

우리나라에서는 전 세계 유래 없이 쌀에 대한 찬양이 높다. 사람은 밥 힘으로 사는 것이라 쌀밥을 꼭 먹어야 한다고 한다. 쌀에는 항암효과가 있으니 암을 예방하려면 많이 먹으라고도 한다. 한술 더 떠 콜레스테롤 저하, 항산화, 혈압조절, 당뇨예방, 다이어트 효과까지…… 이보다 좋은 약이 없을 정도로 과장돼 있다. 게다가 쌀 소비를 애국심에 호소하기까지 해 우리 민족과 전통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그럼에도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지금은 1인당 연 60kg 정도 소비한다. 50년 전 200kg(1967년)을 소비하던 것에서 15년 전 83.2kg(2003년)로 줄더니 작년엔 61.8 kg(2017년)로 급감 정도가 아니라 추락 중이다. 반면 밀가루 소비량은 작년 1인당 33.7kg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앞으로도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70억 인구의 절반은 쌀을, 나머지 반은 밀을 주식으로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각지에는 ‘식량벨트’가 존재했었다. 각자가 살던 지역에서 기후와 토양에 맞는 곡식을 찾아 재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식탁에 국경이 없는 시대다. 자본만 있으면 쌀, 밀 등 탄수화물과 고기를 얼마든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현재의 주식은 각 국가별 생산량 및 공급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맛과 영양, 가공특성 등 다양한 소비자 니즈로 결정되는 추세다.

물론 쌀이 우리 민족 생명의 근간인 것은 맞다. 그래서 많은 비용을 들여 식량안보 차원에서 100%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고 매년 충분한 양을 비축해 둔다. 또한 쌀을 재배·생산하는 농가는 애국자로 대우하고 각종 정부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쌀을 이용해 가공식품을 만드는 식품산업 종사자들은 비싼 쌀 가격 탓에 값싼 밀가루를 대체한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팔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정부에서 공급하는 저렴한 나라미를 사용하면 겨우 단가를 맞춰 어느 정도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품질 좋은 일반미는 엄두도 못 낸다.

값싸고 품질 좋은 외국 수입쌀은 513%에 달하는 비싼 관세 탓에 수입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나라미는 몇 년간 묵혀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지고 이물 등 위생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앞으로 쌀 소비 감소추세를 꺾고 다시 늘일 수 있는 방안은 있을까? 우선 쌀도 더 이상 우리 국민들에게 애국심으로 먹어주기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실력으로 밀과 경쟁해야 하고 다른 슈퍼곡물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이다. 좋은 가공식품은 좋은 원료에서 나온다. 한 때 쌀이 귀해 쌀을 식품가공에 이용할 수 없도록 해 쌀 가공제품의 개발이 단절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물론 관련법을 1986년 폐지한 이후엔 쌀 가공기술과 제품이 많이 개발돼 시판되는 추세이나 그 간의 공백이 너무나 커 회복이 쉽지 않다.

정부에서 나서 ‘쌀 가공식품 육성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쌀가공식품협회도 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 및 수출 활성화로 쌀 소비 촉진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비교우위로 내세우는 마케팅 포인트를 살펴보니 ‘쌀의 건강 우수성’이다. 음식에 건강기능성이나 약식동원을 운운하며 효능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탁상논리로 쌀 소비 감소라는 무덤을 더욱 더 깊게 파는 일이라 생각된다.

음식을 먹을 때 약처럼 몸에 좋으라고 먹는 것은 둘째고 첫째는 맛이 있어야 한다. “몸에 좋다, 우리 농촌을 살리자!” 하는 애국 마케팅도 더 이상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시대다.

이미 시장이 증명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항하는 ‘맛은 없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은 백전백패다. 음식은 음식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쌀의 위치는 가격 경쟁력은 고사하고 면, 파스타, 빵, 제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밀에 비해 가공 적성 또한 떨어져 향수와 애국심을 제외하고는 쌀을 주식으로 각인시키며 먹게 할 유인책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의 ‘페트병 쌀’처럼 판매단위도 줄이고 내용물도 맛깔나게 변신시켜야 한다. 또한 국내 소비용 쌀은 95%가 밥으로 사용되고 쌀 가공식품은 5% 이내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쌀 생산량이 우리나라의 2배에 달하면서도 식량용 쌀이 83%, 가공용으로 약 15% 정도 사용된다고 한다.

쌀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밥용 쌀이 아니라 가공식품에 주로 활용돼야 하고 좁은 내수보다는 수출상품이 돼야 한다. 다행히도 현재 즉석 밥, 쌀 스낵, 음료, 주류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이 나오고 있고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품) 붐에 편승해 앞으로 쌀 가공식품의 수요 증가와 글로벌 시장 확대가 예상되니 쌀 소비량의 급반등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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