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3연타’에 외식 휘청
노동정책 ‘3연타’에 외식 휘청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3.1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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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이어 근로시간 단축까지…줄폐업 우려

최저임금 16.4% 인상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 외식업계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포괄적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특례업종에서도 제외됐다.

김영란법, 최저임금 인상에 이은 3연타다. 업무 특성상 노동시간이 긴 외식업계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서비스 품질 저하, 가격 인상 등 여파가 예상되며, 이러한 후폭풍은 결국 폐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통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합의했다. 기업 규모별로 시행 시기를 차등 적용했지만 직원수가 대부분 30인 미만인 외식업계는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법정근로시간을 어기면 근로기준법 위반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단 5인 미만 업소는 적용받지 않는다.

외식업계는 정부가 별다른 대안도 없이 자영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수행 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시행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가 짊어지게 된다”며 “국내 외식업이 포화상태인 것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정부가 자영업자를 몰아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 5인을 넘기는 프랜차이즈는 사실상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최근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됐는데, 기존 강세를 보였던 외식업보다 인력 의존도가 낮은 서비스 업종이 주를 이뤘다.

중간 단계 없는 시행, 자영업자 퇴출로 몰아
종업원 5인 넘는 프랜차이즈 업계 발등의 불

임영태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서 외식업이 각광을 받았던 이유는 현금 유동성이 좋고,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을 마음대로 규정해버리면 업계는 인력을 줄이기 위해 반조리형태로 공급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이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가맹점에서는 본사와 협의없이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서비스 방식을 셀프 형태로 전환하는 등 통제 불능 상태를 겪는 곳도 있다”며 “특히 많은 인력이 요구되는 대규모 점포에서는 유럽 등과 같이 김치 등 밑반찬 값을 별도로 받겠다는 곳도 있어 한국 고유 외식업 서비스 방식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 정책은 따르는 것이 맞지만 완급·경중 등 단계적 절차를 밟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준을 근로자 숫자로 제한하지 말고 매출액 등으로 재설정하는 것이 인력을 줄이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식업 소상공인의 경우는 5인 미만 업소가 전체 70% 이상에 달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직원이 7~8명일 경우 5인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곳이 대다수다.

이철 외식업중앙회 기획홍보국장은 “5인 미만으로 인원 감축이 어려운 한 업주는 2022년 1월이 되기 전 문을 닫겠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며 “중국집 등 5인 이상 업체들도 주력인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근로시간을 줄이면 결국 외식 경영주들은 가격인상밖에 대안이 없는데,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제외한 음식점의 가격이 오르면 과연 고객들이 찾아갈지는 의문”이라며 “결국 외식업 폐점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식업중앙회는 업체 폐업 시 일정 부분을 보존해주는 소상공인 연금제도를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고, 신규 식품위생교육 시 예비 창업자게 정보, 노하우 등을 제공해 실패율을 낮추는 방안 마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카드수수료를 기존 연 매출 3억 원 미만 0.8%에서 0.7% 이하로 낮추고, 5억 원 이상인 경우도 1%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등 많은 인력이 20시간 근무하는 급식업체다. 이중 위탁급식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2%대로 굉장히 낮은 시장이므로 인건비와 재료비의 영향이 크다. 근로시간 선택 기준도 고객사에게 있어 운영시간을 함부로 바꾸기도 힘들다.

운영시간 변경 어려운 급식업종 큰 피해 예상
외식업중앙회 등 “보완입법으로 부작용 최소화를”

급식업체 한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새벽에 재료준비부터 손질, 저녁장사, 설거지까지 끝내야하는 작업이 많고, 365일 들어가는 곳도 많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이 동시에 실행이 되다보니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와 중견기업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는 보완 입법을 통해 후폭풍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는 현장의 인력 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인력 공급 대책, 설비투자자금 등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건의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특별연장근로제나 근로시간저축제 등 유럽 선진국에서 보완책으로 마련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경우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실시해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시간을 초과한 만큼 저축한 뒤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하는 제도며, 프랑스는 연장 근로에 대해 산업별·기업별 협약으로 정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한편 정부는 세액 감면제도 도입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를 확대해 연매출 4억 원 이하 음식점업의 경우 1인당 24만 원의 세금 감면 효과가 발생하고, 성실사업자에게는 근로 소득자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의료비, 교육비 등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또한 오는 7월에는 가맹점수수료의 원가 개념인 밴(VAN)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해 소액다수결제 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추가로 줄여준다. 음식점업 6만개에서 업체당 120만 원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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