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근절 공정위 대책 실효성 논란
‘노쇼’ 근절 공정위 대책 실효성 논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3.19 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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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금 강제성 없어…소규모 업소선 요구 못 해
지속적 캠페인 통한 소비자 의식 변화가 효과적

‘노쇼(No-Show)’ 근절을 위해 공정위가 새로 마련한 ‘예약보증금’ 규정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약금 규정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소비자들이 계약금을 과연 낼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소비자 분쟁해결기준’ 개정안에 외식업 위약금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손님이 예약 시간 1시간 이내 취소할 경우 계약금(예약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도록 했다.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노쇼 관행에 대해 금전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공허한 대책으로 끝나기 십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대부분 영세한 외식자영업자의 경우 ‘예약보증금’ 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서울 용산구 소재 한 식당업주는 “규모가 크고 장사가 잘 되는 업소는 예약금을 요구하겠지만 식탁 4~5개에 불과한 식당에서 예약금을 어떻게 달라고 하나”라며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인근 또 다른 식당업주는 “대부분 손님들이 카드로 계산하는데 어떻게 계약금을 먼저 받나”라며 “예약금을 받는다고 하면 오히려 손님이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돌려 업소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노쇼 근절을 위해 예약금을 강제화하면 오히려 예약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도 높아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쇼 근절을 위해 외식업중앙회가 식당에 홍보물을 부착하고 있다.

사실 ‘노쇼’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음식점·병원·미용실 등 서비스업종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액 손실액은 약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음식점은 20%로 가장 높다.

때문에 노쇼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지만 이를 법규 위반으로 몰아 강제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소비자 의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작년 외식업중앙회에서 ‘노쇼 근절 캠페인’을 실시한 이후 소비자교육원에서 소비자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나 예산 문제로 현재는 캠페인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철 외식업중앙회 기획홍보국장은 “2~3개월에 불과했지만 작년 실시한 캠페인으로 인한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캠페인이 중단되면서 노쇼 문제도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노쇼 근절 문화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계약문화가 성숙기에 접어 든 상태에서 형성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계약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외식자영업자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노쇼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한시적 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닌 최소 5년 이상 꾸준히 전개해야 소비자 인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예약보증금이라는 비현실적인 정책보다는 정부가 나서 캠페인, 공익광고 등 소비자 의식 개선을 위한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일본에서 ‘노쇼(No-Show)’ 손님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처음 나와 주목을 끈다. 도쿄 간이재판소는 9일 음식점 주인 A씨가 ‘노쇼’ 손님 B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음식값 13만 9200엔(한화 약 139만 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배상금은 B씨가 예약했던 40인분의 코스요리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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