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조정제 ‘탁상공론 전형’…실패할 수밖에 없어
쌀 생산조정제 ‘탁상공론 전형’…실패할 수밖에 없어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8.03.16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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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16만 원대 올라 쌀 생산농가 관심 가지지 않아
단기적인 정책에만 함몰 매번 정책 실패 ‘반복’

“쌀값이 16만 원 대로 올랐는데 누가 논에 타작물을 심을지 의구심이 든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다가오면서 쌀 생산농가의 실제 속마음은 이런 생각 이지 않을까. 정부가 아무리 논에 타작물을 심으라고 강요해도 쌀값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이런 농민들의 마음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이에 정부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쌀 생산조정을 하기 위해 1500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해 논에 타작물 심기를 유도하려고 했지만 결국 농가의 참여가 거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쌀 공급과잉에 대응하고 쌀에 집중된 투자 재원을 완화하고자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예산을 어렵게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농가의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좌초 위기에 처해 있다.

당초 쌀 생산조정제 참여 농가 접수 기한이 지난달 28일이었지만 3월이 지나도록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가 총 계획량의 20%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쌀 생산조정제는 논에 벼 이외의 다른 작물을 심을 경우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논에 조사료를 심으면 ha당 400만원을 농가에 지급하는 식이다. 풋거름작물은 340만원, 콩 등 두류는 280만원이다.

하지만 쌀값이 전년과 비교해 높아 농가들이 굳이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래서 마감 기한을 2개월 늘려 잡으며 일선 농가의 참여 독려에 나서고 있지만 쌀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목표로 잡은 5만ha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현재 쌀값은 16만7000(80㎏)원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까이 올랐고, 올해 쌀 목표가격 인상과 같은 쌀 산업에 호재가 있어 농가들 사이에서 사업 신청을 꺼리고 있다.

이런 일은 지난 2010년에도 있었다. 그 당시에도 대풍으로 쌀이 넘쳐 쌀값이 바닥을 칠 때 정부가 논 소득기반다양화 사업을 실시해 쌀 수급조절에 들어갔지만 올해처럼 쌀값이 올라 흐지부지되고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현장의 농민과 농업관련 관계자들은 정부가 너무 단기적인 정책에만 함몰돼 정책 방향을 잡기 때문에 매번 정책 실패를 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장의 농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내세우는 목표량을 채우려면 어차피 농민들이 따라줘야 하는데 지금의 해법으로 목표량을 채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며, “어떤 정책이든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데 일방적인 목표량만을 정해놓고 따라오라는 식이면 곤란하고, 매번 정책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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