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알레르기의 급증과 남발되는 식품 알레르기 표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04>
음식 알레르기의 급증과 남발되는 식품 알레르기 표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0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3.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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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발생 시 책임 회피 위해 과잉 표시
자율 표시 후 초과 검출 때 회수도 대안

작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식품 알레르기 관련 위해사고는 835건으로 2년 전 2015년의 419건 보다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소아 알레르기 발생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알레르기 주의 표시를 한 제품이 급증하고 있다.

△하상도 교수
전 세계적으로 식품 알레르기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어린이는 5~8%, 성인은 3~4%가 알레르기 과민증이라고 한다. 음식알레르기 과민반응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아마도 문명의 발달로 인한 식습관의 변화와 위생수준의 향상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영국 식품기준청(FSA)이 일반인의 약 30%가 알레르기 반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만큼 그 상황은 심각하다.

음식알레르기는 과민한 사람이 특정 음식, 즉 섭취항원을 먹을 때 일어나는 면역학적 부작용이다. 원인 음식으로는 우유, 계란, 아몬드, 땅콩, 캐슈, 헤이즐넛, 마카다미아 넛, 피칸, 잣, 피스타치오, 호두 등 견과류, 게, 새우, 오징어, 조개, 고등어 등 해산물, 쇠고기, 다고기 등 육류, 콩, 보리, 밀, 귀리, 호밀 등 곡류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음식알레르기와 음식불내증을 혼동하는 소비자가 많다. ‘음식알레르기’는 신체 면역기능이 반응해 나타나는 것이며, 소량에라도 노출되면 순식간에 발생한다. 반면 ‘음식불내증’은 면역 기능과는 관련이 없고 소량 섭취할 경우 문제가 없으며,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유당불내증’이 대표적인데, 우유와 모유의 주 당분인 유당(lactose)을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돼 유당의 소화흡수가 불량해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알레르기 반응은 단순한 피부 종기로부터 호흡곤란이나 심장마비까지 다양하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아나필락시스 증상으로 5~15분 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드레날린 주사를 즉시 투여할 경우 대부분 목숨을 건지지만 해독제는 없다. 알레르기를 피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알레르기 민감성을 알고 있어야 하고 식품 구매 시 ‘알레르기 주의표시’를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알레르기 제품 표시는 법적으로 의무이긴 하나 환자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거나 회수(recall) 면책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과잉 표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U(유럽연합),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알레르기 유발 원재료에 대해서는 표시가 의무지만 유발물질 혼입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율표시다.

소비자원은 우리나라가 현행법상 원재료 표시와는 별도로 혼입 가능성이 있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대해 주의·환기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특히 어린이음료 30개 중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원재료로 사용한 제품은 8개(26.7%)에 불과했으나 28개(93.3%) 제품에 별도 주의·환기 표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제품에 알레르기 주의 표시를 하면 혹시 비의도적으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검출되더라도 회수대상에서 제외되니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보험적 성격으로 표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알레르기 표시가 남발되고 가뜩이나 부족한 표시 공간에 알레르기 주의표시까지 끼워 넣으니 점점 표시할 내용이 많아져 표시의 가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제도는 일장일단이 있다. 알레르기 유발 원재료 외 혼입 가능성이 있는 물질까지도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이런 단점들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인데, 선진국처럼 자율표시로 하고 표시 여부와 상관없이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혼입된 경우 그 것도 정량적 기준을 만들어 초과 검출된 경우에만 회수하는 방향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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