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보증금제 ‘유명무실’
공병보증금제 ‘유명무실’
  • 함봉균 기자
  • 승인 2003.11.11 0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번거롭고 비강제 규정…처벌 업소 1곳 그쳐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국세청에서 관장하던 청량음료와 주류 공병에 대한 공병 보증금제가 환경부의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에 통합돼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규정 적용에 대한 현실성 부족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올 초 공병 보증금 제도에 따라 소주 맥주 콜라 사이다 등을 반환하면 40∼50원 씩 환불토록 하고 정액대로 반환하지 않을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유통점들에 대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주부클럽연합회에서 실시한 ´공병 보증금 제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 소매점의 73%가 공병을 가져가도 제 값을 쳐주지 않는 등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실질적으로 처벌을 받은 곳은 겨우 한 군데뿐이다.

이처럼 처벌 규정이 대폭 강화됐음에도 공병 보증금 제도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이 제도 자체가 강제 규정이 아닌 데다 유통점들의 경우 취급 공간이 부족하고 공병을 다루거나 환불 등의 행위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특히 하이트맥주, OB맥주,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보틀링, 해태음료, 일화 등 각 제조업체로부터 도·소매상에 정해진 공병 보증금과 취급 수수료를 정확히 지급한다는 약정서를 지난 8월에 받기도 했지만 관련 업체는 공병 수거율을 높여 원가 절감 효과를 노리고 싶어도 제도 자체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유통점에서 외면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 지점과 영업소를 공병 수집소로 활용하고 있는 이들 업체는 도·소매상에서 수거된 공병을 반환할 때 공병 보증금을 지급하는데 올 상반기 공병 수거율은 90∼9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맥주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지출된 공병 보증금이 약 317억원이고 코카콜라보틀링은 처음 공병 보증금 제도를 실시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 213억1000만개를 수거해 1048억원이 지불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병 수거반을 따로 만들거나 이를 집중 관리하는 전담 부서를 둔 제조업체는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어차피 수거될 공병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도 들어올테니 그에 따른 보증금만 지급하면 제조업체의 의무는 끝나기 때문이다. 자원 재활용이라는 기업의 환경 윤리가 미약한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도단속반을 편성해 시군·구 등과 함께 현장 실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주류, 음료 관련 단체들을 통해 공병 보증금 제도 시행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는 광고를 실시하는 등 실시 주체인 소비자와 유통점들을 대상으로 한 계몽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병보증금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지급되고 있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불만사례 접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제도의 효력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의 입장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규정대로 하자면 구멍가게를 비롯한 각 소매점에 대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되는 실정이나 영세한 소매점들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병 보증금 반환에 따른 취급 수수료가 많아 생계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닌 데다 최근 들어 제품은 대형 할인점에서 구입하고 빈 병만 가져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파는 양보다 공병으로 수거되는 병의 양이 더 많다"고 한 소매업체 주인은 푸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하게 공병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과태료까지 부과한다면 전국 소매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 달 초부터 다음달 초에 걸쳐 대한주부클럽연합을 통해 ´공병 보증금 제도 소매업소 실태 조사´를 재 실시한다. 이번 조사는 단순 실태뿐 아니라 소매업주들을 대상으로 제도에 대한 의식 수준 및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현재는 더 합리적인 공병 보증금 제도를 만들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고 말하며 이번 조사를 통해 보다 적합한 제도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