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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너 어디서 왔니”…일본 유래설 뒤집히나식량안보연구재단 세미나서 식품硏 권대영 박사 주장…기원 싸고 격론
이재현 기자  |  ljh77@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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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8  16: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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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의 필수 양념인 고추는 그동안 임진왜란 당시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주장이 정설이었는데, 이를 뒤집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추가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짧게는 수십만 년 전, 길게는 수백만 년 전부터 자라고 있었으며, 오히려 일본으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유입설을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향후 관련 학계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권대영 박사
지난 28일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사장 이철호)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제21회 식량안보세미나-고추의 이용 역사’에서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한 ‘고추 전래의 진실’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권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재배돼 왔던 고추의 품종을 유전자 분석한 결과 이미 47만년 전 우리나라에 분화된 두 개 품종으로 밝혀졌다”며 “유전자 분석 결과 두 고추가 매우 밀접한 것으로 보아 다른 품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가능성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진화돼 분화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수백만 년 전에 유입됐을 가설이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고추를 유럽으로 가져갔다고 하는 사실을 들어 1492년 이전 아시아에는 고추가 없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권 박사는 “콜럼버스가 고추를 중남미에서 가져가 스페인에 전파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이 고추가 아시아에 다양한 수백 종의 고추로 전파됐다는 사실은 공간적·시간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면서 논법의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즉 1492년 콜럼버스가 유럽에 갖고 들어가서 인도, 일본을 거쳐 1592년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로 들어와 우리고추가 됐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전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 권 박사의 주장이다.

권 박사는 “문헌학적으로도 임진왜란 이전 수많은 문헌에 고추와 김치, 고추장에 대한 기록이 존재한다. 고추가 임진왜란 당시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기록은 없으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들어갔다는 기록은 많다”고 설명했다.

   
 
‘중남미 원산’ 타당성…근거 부족하면 주관적 시각
고문헌의 초(椒)가 현재의 고추인지 DNA 분석 필요

이에 김정상 경북대 교수는 고추는 세대를 거치면서 매우 빠르게 다른 유전형질과 그에 따른 광범위한 표현형을 나타내는 작물로 알려져 있어 중남미에서 퍼져나간 고추품종이 단기간 다양한 형질을 띠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며, 임진왜란 유입설에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영 용인대 교수는 식품 문헌학적으로 보면 고추장과 김치에 사용되기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고추가 단시간에 유입돼 식품에 사용될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 보다는 수입된 과채류가 기존에 있던 식품의 재료를 대체하거나 유사한 식품처럼 쉽게 사용되는 것처럼 고추가 수입되자 기존 식생활 형태에 대체 재료로 손쉽게 사용됐을 가능성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는 이미 국제적으로 정설로 자리 잡은 편견을 올바르게 잡지 않고는 우리의 주장 자체가 주관적인 관점에 머물 수 있는 점을 우려하며, 과거 문헌에 초(椒)라는 표기가 과연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고추인지 여부를 보다 확실히 하고자 DNA 분석을 통한 계통도와 국가간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특히 중국에서 이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류기형 공주대 교수는 민간요법이나 한약재에 사용된 고추를 알기 위해 본초학, 의사학 전문가, 고추재배에 대해 원예학, 고추건조와 분쇄 등 가공과 관련한 식품 전문가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고, 중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고추 전래에 대해 중남미, 동남아 고추의 1592년 전래설이 양립하므로 중국을 비롯한 연변, 북한 등과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은 “역사적인 고찰, 문헌의 고찰 등을 재해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우리나라 고추의 임진왜란 유입설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학계에서 정론화시켜 역사에 대한 올바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고추장의 역사가 400년도 안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 기존 고추 이용 역사를 유전학적 분석 및 고문헌을 통해 뒤집는 고추 원산지설이 제기된 것은 향후 우리 음식문화 연구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 방법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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