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적정 재고량’ 업계-농가 줄다리기
분유 ‘적정 재고량’ 업계-농가 줄다리기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4.0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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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500톤서 올해 2월 1만 톤으로 늘어

국산 분유 재고량에 대한 적정 기준을 놓고 현재수준의 재고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농가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생산량 조절, 소비확대 등으로 재고량을 더욱 낮춰야한다는 유업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작년 12월 8502톤으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분유 재고량은 올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다. 3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월 분유 재고량은 8900톤, 2월 1만톤으로 증가했다.

분유 재고는 유업계의 중요한 경영지표로 활용할 정도로 수치가 민감하다. 업체들은 흰 우유(백색 시유)와 치즈 등을 만들고 남은 원유를 탈지분유(지방 제거)와 전지분유로 만들어 보관하는데, 재고가 줄지 않으면 재고 유지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적정 재고 수준을 5000~6000톤으로 판단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청소년 우유 기피 등 이유로 제품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원유를 분유로 만드는 공정비용, 재고 유지비용 등이 소요돼 재고량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유가격연동제가 분유 재고를 부채질한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원유가격연동제가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산지원가와 변동원가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원유가격연동제는 시장 가격이 전혀 반영이 안 되는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적 제도”라며 “선진국 시장처럼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자율적 시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원유 가격은 리터당 1083원으로 원유 선진국인 뉴질랜드(400원 대) 보다 2배 이상 높다.

유가공, 마이너스 쿼터제 폐지로 부담…“더 낮춰야”
낙농가 “평균 수준…여름엔 생산량 줄어 문제 없어”
전문가 “건강한 생태계 위해 생산비 절감 노력 필요”

△분유 적정 재고량을 놓고 낙농가와 업계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반면 낙농가들은 9000~1만톤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하로는 유업계에서 사용하기 위한 국산 원유 수급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보통 겨울에는 원유 생산량이 늘고 수요가 줄지만 여름에는 생산량이 줄고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재고량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현재 재고량은 지난 2013년 25만톤 가까이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적정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단 낙농가에서도 공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어 재고량 현재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농진흥회는 2014년부터 ‘마이너스쿼터제’를 96.53% 원유를 정가 구매하고 나머지 업체는 국제 분유 가격을 적용해 약 500원~600원의 추가가격을 부담하게 했다. 서울우유도 2015년 우유 생산량이 적은 저능우에 대해 도축장려금을 지급하는 도태지원사업을 실시했고 착유우 두수(생산가능한 젖소 수)를 낮추는데 성공한 바 있다.

올해부터 낙농진흥회는 마이너스쿼터제를 없애고 모두 정가로 구입할 수 있게 했지만 여전히 남는 분유 재고가 있음에도 정해진 쿼터만큼 원유를 구매해야하는 업계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의 해답을 제도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Y대학 한 교수는 “우유가 남아돌기 때문에 낙농가들이 젖소 사육 두수를 줄이고 생산비 감축 노력을 해야 한다”며 “현행 구조에서는 우유 소비량이 줄어도 생산비가 늘면 원유 가격이 올라 낙농가에서 생산비 절감을 위해 애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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