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신사업 진출 활발…한 우물 경영으론 성장 한계
식품업계 신사업 진출 활발…한 우물 경영으론 성장 한계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4.1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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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부문과 시너지 내는 쪽으로 방향 전환

식품업계의 신사업 열풍이 거세다. 제과업체는 기능성 음료를, 발효유업체는 간편식을, 음료업체는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

한 우물만 고집하는 기존의 단조로운 사업구조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수침체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소비 감소 등이 거세지자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식품업계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2∼3년 전부터 새로운 사업 진출이 활발해졌고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두각을 보이는 곳은 오리온이다. 제과업체 이미지가 강한 오리온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변모를 다지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가정간편식, 기능성 음료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용암해수’의 사업권을 갖고 있는 제주용암수를 인수해 올 하반기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내년 혼합음료를, 2019년 기능성음료(미네랄워터) 출시를 각각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은 향후 5년간 3000억 원을 투자해 설비를 증축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타깃으로 사업을 영위할 계획이다. 중국 기능성음료 시장은 13조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농협과 손을 잡고 가정간편식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케이푸드’를 설립해 쌀, 곡물, 과일 등 국산 농산물을 이용한 그레놀라, 그레놀라 바 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추후 제품 라인업은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리온 종합 식품기업 도약 위해 적극적
한국야쿠르트 HMR-동원 간편대용식 생산
일화는 건기식…빙그레 펫푸드 사업 채비

‘맥콜’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음료업체 일화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예비채(yeviche)’를 론칭했다. 방문판매시스템의 종합 헬스케어 브랜드로, 단순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넘어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습관 등 개인에 맞는 건강습관을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예비채 테라피센터를 열고 건강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테라피스트들이 고객과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고객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전용 건강기능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동원F&B는 무르익은 가정간편식 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간편대용식(CMR, Convenient Meal Replacement) 시장에 진출했다. 간편대용식은 전통적인 식사 개념을 벗어난 미래형 간편식으로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다.

동원F&B는 첫 번째 일환으로 독자적인 유가공 제조 기술에 간편식 전문 스타트업 인테이크의 간편대용식 노하우를 결합한 미래형 한 끼 식사 액상형 간편식 ‘밀스 드링크’를 출시했다.

‘밀스 드링크’는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는 액상형(RTD) 간편식 제품으로, 우유에 고농축 영양 분말을 녹여냈다. 일일 영양성분 기준치 3분의 1에 해당하는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비타민 8종, 미네랄 3종이 한 병에 들어있어 하루 한 끼의 영양소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전주영 동원F&B 유가공본부 과장은 “첫 번째 간편대용식인 ‘밀스 드링크’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간편대용식 시장 확대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발효유 전문기업 이미지를 벗고 가정간편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전면에 내세운 것이 ‘잇츠온(EATSON)’이다. 시장의 반응도 순조롭다. 국내 간편식 시장에 식재료와 조리법을 함께 동봉해 요리하는 즐거움까지 제공하는 밀키트 제품군 중심으로 출시 후 15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인기리에 판매 중인 훈제오리월남쌈, 쉬림프타코, 감바스 알아히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등 20여 종의 밀키트를 연내 40~50여 종으로 확대해 밀키트 제품군 중심으로 간편식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동주 한국야쿠르트 마케팅이사는 “최근 5년간 국내 간편식 시장이 연평균 17% 성장하는 등 간편식에 대한 소비 수요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야쿠르트는 제품 품질뿐 아니라 주문 및 배송 서비스 차별화, 밀키트 중심의 제품군 등으로 간편식 시장을 이끌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공유 전문기업 빙그레는 지난달 반려동물 관련 상표를 등록하고 펫푸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 25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펫푸드 시장이 2016년 4600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에 반려동물 관련 상표 ‘빙고’ ‘에버그로’를 출원한 빙그레는 동물용 식품·음료·간식 등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펫푸드 시장은 이들 업체 외에도 CJ제일제당을 비롯해 LG생활건강, 동원F&B, 사조동아원, 하림펫푸드, KGC인삼공사 등이 진출한 상태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식품업계는 주력 사업에만 집중하며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했지만 공격적인 경영과 마케팅이 아니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변화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단 이미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에서 무분별하게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 경우 결국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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