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앞둔 농약 PLS 제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08)
내년 시행 앞둔 농약 PLS 제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08)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4.2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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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기준 없는 농약’ 모든 농산물에 불검출 적용
예고된 제도 유예 논란…지금 아니면 실시 어려워

안전 사용기준이 설정된 농약만을 사용하도록 관리하는 ‘농약 PLS(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가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것에 맞춰 수입업체, 국내 농가, 식품업계에서 난리가 났다.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농약에 대해 불검출 수준(0.01 ㎎/㎏, ppm)으로 관리하는 제도인데, 2016년 12월부터 견과종실류(호두, 아몬드, 커피, 카카오 등)와 열대과일류(바나나, 파인애플 등)를 대상으로 실시해 왔고, 2019년부터는 채소, 과일 등 모든 농산물로 확대 적용된다. 또한 축산물, 수산물 PLS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농약잔류허용기준’이란 농작물 재배 시 사용한 농약이 최종제품에 잔류하며 인체 건강상 악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정부가 허용한 수치다. 이 제도는 생산자가 병해충 방제에 최소한의 농약만을 사용토록 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자는 바람직한 제도다.

3월 20일 현재 농산물에 469종(207품목), 사료 포함 축산물에 84종(36품목) 농약에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돼 있고 농·축산물과 이를 원료로 사용한 가공식품 모두가 해당된다.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이 식품에 0.01mg/kg을 초과 잔류할 경우 수입이 금지된다. 하지만 등록돼 있진 않으나 수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농약이라면 ‘수입식품 중 농약 잔류허용기준(IT)’ 신청을 통해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면 된다.

농약 PLS는 농약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사용이 등록돼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는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다. 현재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등에서 시행 중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에서는 유사한 제도로 기준이 없을 경우 ‘불검출(zero tolerance)’을 적용하고 있어 어쩌면 우리보다 더 엄격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70~80%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농약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걸 우려해 수입식품 안전관리 목적으로 도입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국내산 농산물도 국제 무역질서상 이 제도를 따라야하기 때문에 국내 농민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고 그동안 해 오던 관행을 바꾸기 싫어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 이미 시행
수입식품 안전관리 주목적…국내도 따라야
농민 기업 등 불편·불안…유연한 연착륙 필요

PLS제도가 지금 떠들썩해졌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이제야 소개된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시행을 예고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등록된 농약을 사용했고 사용방법, 시기, 횟수, 사용량과 허용기준을 잘 지켜 온 선량한 농민들과 수입업자, 식품기업에게는 전혀 두려울 것이 없다. 다만 이를 무시하고 미등록 농약과 양에 대한 개념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나 수입업자, 식품기업들에게는 불편하고 행정처분이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이번 시행에 준비를 철저히 해온 생산자나 산업 역군들에게도 불편함을 주고,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식약처에서 신규 농약 잔류허용기준 신청절차를 신속·간소화해 식품기업들의 신청 노력과 비용을 줄여주고자 노력하고 등록 농약 또한 그룹핑해 △한 번에 여러 농약을 하나의 군으로 유사한 식품군을 묶어 추가 허용해 positive list를 조속히 확대하는 방안 △현재 370종이 가능한 다성분 동시분석 대상 농약의 400종 이상으로 확대 △토양 유래 등 비의도적 오염 농약기준의 설정 △엽채류와 곡류 등 소면적 재배작물에 대한 예외 인정 △인삼 등 다년산 작물의 예외 인정 △이해 당사자인 생산자, 식품업계뿐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기대해 보자.

물론 농민단체들은 시행 유예기간을 더 달라는 등 10년 후에 시작하자 등 많은 건의를 하고 있지만 우리 농민들의 그동안 행동을 미뤄 볼 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고 본다.

게다가 이번 농약 PLS제도의 주 타깃은 수입식품이므로 계획대로 내년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다만 시행은 하되 행정 처분을 당분간 계도 등으로 완화시켜 운영하거나 기준 위반 부적합 수입식품의 처리문제 등 세세한 시장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할 때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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