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페트병 재활용’ 역주행하는 환경부
[기자수첩]‘페트병 재활용’ 역주행하는 환경부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4.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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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직 시절 SNS에서 ‘박적박’(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다)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다. 박근혜의 주장에 모순된 부분이 많다는 걸 꼬집는 이 표현은 ‘박근혜의 말과 정책은 박근혜의 말로 반박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곤 했다.

△ 김승권 기자
최근 페트병 ‘재활용 등급제 논란’을 보면 ‘환경부의 적은 환경부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환경부의 재활용 등급제 정책에 모순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2011년 환경부 운영지침을 보면 재활용을 위해 “손으로 쉽게 분리되거나 접착제가 병에 잔존하지 않는 라벨을 권고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2014년 환경부 재활용 등급제를 살펴보면 그에 반하는 정책을 찾아볼 수 있다. 본드를 사용해 라벨이 잘 떨어지지 않는 페트병을 ‘재활용 1등급’ 카테고리에 포함시킨 것이다.

양잿물에 약 15분 가량 삶아야 겨우 라벨이 떨어져 재활용 업체가 기피하는 페트병에 1등급을 매긴 것은 누가 봐도 ‘손으로 쉽게 분리되는 라벨’ 사용을 권장한 2011년의 환경부 정책에 역행하는 행정이다.

그뿐이랴.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수축 방식으로 손쉽게 때어 낼 수 있어 일본 등 선진국에서 1등급을 받고 있는 페트병을 한국 환경부는 2~3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달 초 중국에서 수입을 거부해 발생한 ‘페트병‧비닐 재활용 대란’도 일본의 와 연관이 거의 여파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페트병의 99%는 본드를 사용하지 않아 중국 재활용 수입 업체들이 오히려 수입을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제도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OECD 등 선진국의 제도라면 별 의심 없이 환영의 눈빛을 보내던 정부나 정치권이 ‘페트병 재활용’에 대해서만 침묵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정부에 대한 화학 관련 기업의 로비가 있었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공무원의 직무 태만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페트병이 1등급 재활용 등급으로 인정받은 기업은 환경 분담금의 5%(종이팩) ~ 20%(페트병)까지 공제 받게 된다. 기업들이 기를 쓰고 1등급을 받으려는 이유다. 이런 의혹에도 환경부는 지자체 탓만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1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환경부가 아니라 서울시 같은 지자체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환경부에 질의를 해도 “이건 등급제를 만든 포장재활용공제조합의 일”이라며 나몰라라 하는 것은 아닐까 말했다.

결국 등급제에 대한 승인은 환경부가 했으므로 책임은 환경부에 있다는 쪽으로 여론이 쏠리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환경부 장관은 재활용 쓰레기 대란에 대해 지자체를 탓하지 말고 본드 칠한 페트병 1등급 주는 환경부 고시부터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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