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생 관리 건전성 없는 식품안전은 사상누각
[기고] 위생 관리 건전성 없는 식품안전은 사상누각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6.0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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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요한 교수(숙명여대 위해분석연구센터)
△윤요한 교수
△윤요한 교수

우리나라 식품산업 기술은 급속도로 고도화됐고 국내외 식품시장 규모 역시 증가해 왔다. 이와 함께 최근 4차산업혁명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고 이 영향이 식품산업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4차산업혁명을 식품안전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일고 있다. 하지만 식품안전분야가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준비가 돼 있는지 주의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식품안전사고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충분히 발전했는가? 식품안전사고는 왜 발생하고 있는가? 우리는 식품안전사고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발전했음에도 식품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식품안전사고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충분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안전사고는 왜 계속 발생하고 있을까?

몇 년 전 한국소비자원에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열처리된 훈제오리 제품에 대해 치사율(약 25~30%)이 매우 높은 식중독 세균 리스테리아균(Listeria monocytogenes)의 오염도 조사를 한 적 있다.

소비자원은 30%가 넘는 제품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결과였다. 이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많은 훈제오리 제품들이 ‘가열 제품’이 아닌 ‘비살균(비가열) 제품’으로 표시돼 판매되고 있다. 비살균 제품의 의미는 ‘살균하지 않았으니 소비자는 가열처리해 섭취하라’는 것이다. 왜 이러한 변화가 생겼을까?

훈제오리 제품 생산 공정이 이전과 다르게 살균을 하지 않는 것일까? 만약 살균공정의 변화는 없지만 비살균 제품으로 표기하는 것이라면 리스테리아균이 제품에서 검출되더라도 생산자가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식품 공장에 가보면 최종 살균단계만을 믿고 생산라인의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생산자들이 믿는 최종 살균단계는 만능이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살균제품에 대해 미생물 검사를 해보면 식중독 세균이 잘 검출되지 않을 뿐 일반세균은 여전히 검출된다. 왜 살균제품에서 일반세균은 검출이 되고 식중독 세균은 검출이 되지 않을까? 식중독 세균이 살균조건에 더 민감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왜 살균된 제품에서 일반세균은 검출이 될까? 해답은 세균수에 있다. 살균단계 전 이미 일반세균 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 논리로 접근해 볼 때 식중독 세균도 살균 전 균수가 높으면 살균 후에도 일부 생존할 수 있고 유통 중인 제품에서 식중독 세균이 검출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생산자들은 살균공정에만 의지하지 않고 그 이전단계의 위생관리 또한 철저히 하는 건전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살고 있고 4차산업혁명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의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생산자는 생산자 자신과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 건전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건전성이 없는 식품안전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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