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치킨 배달료'
[기자수첩]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치킨 배달료'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5.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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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기자
△이재현 기자
△이재현 기자

최근 치킨의 배달료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국내 치킨업계 1위인 K업체는 지난 1일부터 배달료 2000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타 업체에선 아직까지 시행하지 않고는 있지만 일부 가맹점에서 자체적으로 배달료를 받는 등 요구가 빗발치자 업계 3위인 B업체도 이달 안으로 배달료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꼼수다’ ‘소비자를 우롱한다’ 등 해당 업체를 비난하고 있다. 국민간식인 치킨이다보니 실망감이 큰 것은 이해하지만 중국집 등 대부분 외식업계에서도 배달료를 1000원에서 3000원 가량 받고 있음에도 이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사실 요즘 식료품값은 안 오른 게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김밥값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9% 상승했고 짜장면(4%), 삼겹살·비빔밥(3.%), 칼국수(3.2%), 삼계탕(3.1%) 등도 인상됐다. 또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기준 외식업체 300곳 중 24%가 전년대비 10% 안팎으로 가격을 올렸다. 향후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곳도 78.6%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에 민감한 치킨업계는 가격인상이 아닌 배달료라는 차선책을 택했다. 물론 정부의 눈치도 한몫했으리라고 본다.

외식업 타격→물가 인상…서민 부담 유발

그렇다면 치킨업계는 소비자와 여론 등에서 꼼수라는 질타까지 받으면서 왜 배달료를 강행했을까? 원자재값 상승도 요인이었겠지만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나 올랐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최저임금 인상은 프랜차이즈의 균일가 정책을 무너뜨렸다. 배달 직원 고용이 부담스러워진 업계 입장에선 어떻게든 인건비 충당이 관건이었을 것이다. 결국 정부의 노동자 중심 정책이 ‘배달료=공짜’라는 외식업 배달 행태에 변화를 준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것으로 봤을 때 정책의 역효과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정부가 이러한 상황까지 예상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선 매년 최저임금은 15.7%씩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최저임금 인상 후 종업원수는 30%가 줄어들었고, 외식업체 4곳 중 3곳은 경영이 악화됐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수단으로 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정작 업계의 사정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치킨값 인상 대신 배달료를 받는 것이 과연 질타를 받을 만큼 큰 잘못인가? 외국의 경우 음식값의 세금은 물론 배달 직원을 위한 팁 문화가 보편화돼 있다. 팁까지는 아니더라도 배달 주문 시 방문고객보다는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이 시장논리에도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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