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식약처, 쌀가공식품 무기비소 규격 신설 놓고 격돌
농식품부-식약처, 쌀가공식품 무기비소 규격 신설 놓고 격돌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8.05.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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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주최 간담회…고시 발표 연기 속 업계 핵심 의견 검토키로

“한쪽에서는 쌀 소비촉진 차원에서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육성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식품 안전관리 강화 일환으로 쌀 가공식품에 무기비소 규격을 신설해야 한다고 하니 업체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회사를 운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5일 서울식약청에서 열린 ‘무기비소 규격 신설 관련 쌀 가공식품업체·협회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 대표들이 공히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는 쌀 소비촉진을 위해 쌀 가공식품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업계와 아무런 논의 없이 쌀 가공식품에 무기비소 규격을 신설했다”고 지적하며, “식품원료에 대한 중금속 기준이 있는데도 무기비소 기준을 신설한 것은 이중규제로 볼 수밖에 없으며, 이대로 시행된다면 대부분 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아 섭취량이 많은 이유식 등 영·유아 제품에는 무기비소 기준안이 필요할 수 있지만 과자나 시리얼, 면류 등 일반 쌀 가공식품은 무기비소 규격 신설 실효성이 없다”면서 “문제는 자연 상태의 쌀 무기비소 기준 설정이 0.2mg/kg인데 과자, 시리얼, 면류 등에 0.1mg/kg을 설정한 것은 쌀로 제품을 만들지 말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쌀 가공식품업체들은 25일 서울식약청에서 열린 식약처와 간담회에서 쌀 가공식품에 무기비소 규격을 신설하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개선해줄 것을 촉구했다.
△쌀 가공식품업체들은 25일 서울식약청에서 열린 식약처와 간담회에서 쌀 가공식품에 무기비소 규격을 신설하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개선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쌀가공식품협회에서 쌀 원료를 공급할 때 검증기관을 통해 0.2mg/kg을 초과하는 쌀은 공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일반 쌀 가공식품은 제조과정에서 특별히 무기비소 함량이 높아지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무슨 기준을 가지고 식약처가 규제에 나서는지 이해를 하지 못 하겠다”며 “또 미강이나 쌀눈 등 부산물에 무기비소 함량이 많은데 기준규격을 보면 오히려 부산물이 들어간 제품에 대해서는 기준이 1mg/kg이하로 완화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쌀 전체가 아닌 부산물만 규격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현재 무기비소를 검사하는 공인검사기관이 거의 없으며 검사비용도 약 20만 원 이상에 달해 대부분 영세한 쌀 가공식품 업체들의 경우 비용이 부담이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처 간 칸막이로 업체 피해 가중…“어느 장단 맞춰야 하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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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약처의 이번 조치로 자칫 쌀가공식품 전반에 걸쳐 불신이 확산돼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준익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사무관은 “정부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하고 쌀 소비촉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쌀가공식품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식약처가 쌀 가공식품에 무기비소 규격을 신설함에 따라 업체에 많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보다 전향적인 방향으로 개선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식약처는 현재 고시만을 남겨둔 상태지만 관련 업체 불만사항이 나오고 있어 직접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상배 식약처 식품기준기획관은 “자체적으로 평가해보니 가공하고 농축하는 제조과정에서 인체노출안전기준을 6배나 초과한다는 결과가 나와 식품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규제라고 할 수 없다”고 일축하며, “업체들이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모든 것을 받아줄 수는 없기 때문에 핵심적인 의견을 모아 전달해주면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쌀가공식품협회와 식품산업협회는 업계 의견을 취합해 식약처에 전달할 예정이며, 식약처도 당분간 고시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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