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따른 得과 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14)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따른 得과 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1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6.0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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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해소에 초점…글로벌 식품 회사 못 나와
경쟁력 높일 中企-대기업 상생의 방법론 필요

지난달 28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생계형적합업종을 직접 지정하고 대기업의 영업을 제한하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특별법’ 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소상공인단체는 현행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는 73개 업종·품목 등 소상공인의 생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업종·품목을 중심으로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지정된 날부터 5년간 대기업은 해당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5%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강력한 규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73개 중소기업적합품목 중 약 40%가 식품이다. 오는 30일 기간 만료되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은 김치, 단무지, 도시락, 두부, 면류, 순대, 앙금류, 어묵, 원두커피, 장류, 전통떡, 햄버거빵 등 47개 품목이며, 아직 기간이 남아 있는 업종은 떡국·떡볶이떡, 계란도매업, 음식점업, 제과점업 등 26개 품목이다.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한 정부 주도의 대·중소기업 상생 추진은 명분이 있어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기적합업종을 선정한 것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다소 인위적인 조치라 볼 수 있다.

게다가 국내산 농수축산물 생산농가 입장에서는 대량구매 기회 손실 등 악영향이 커 동반성장 가이드라인의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대기업의 시장 확대 제한으로 수요 감소와 국산 농식품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아도는 쌀만해도 그렇다. 쌀을 이용한 떡볶이, 떡, 도시락 등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 진출해 내수시장을 키우고 수출도 해야 넘쳐나는 쌀이 적극 활용될 것인데, 중소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한 두부도 2011년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수요 감소로 인해 국내 대두 농가의 피해가 매우 크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두부산업 규모를 더 키워 수출산업화를 했어야 국내산 프리미엄 콩 원료 농가와 유통 등 전반적으로 산업이 더욱 활성화됐을 터인데,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더 이상 시장이 확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유관기관 및 농업계를 포괄하는 새로운 네트워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제도와 규제를 통해 대기업 진출을 막고, 중소기업이 살아 갈 수 있는 인위적 환경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산업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기 보다는 시장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범국가적 식품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래 갖고는 네슬레,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과 같은 글로벌 식품회사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리가 만무하다. 정부는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으려는 이중적 태도를 버리고 큰 것을 얻으면 작은 것을 내어줘야 한다는 삶의 이치대로 영세한 중소기업을 살리고 대기업과 국가 경제를 키워나갈 상생의 방법론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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