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식품 기업 남북 경협은 통일의 마중물 역할
[기자수첩]식품 기업 남북 경협은 통일의 마중물 역할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6.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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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김승권 기자
△김승권 기자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독일 닥스(DAX)지수는 33% 상승했다. 기업들은 쾌재를 불렀다. 서독의 식품 기업은 동독지역에서의 수요급증으로 1990년 전년대비 20%정도 생산이 증가하는 호황을 누렸다. 동독은 서독기업에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해 공장을 건설했고, 생산특허를 서독으로부터 도입하여 동독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0년 10월 독일통일 이전, 동독의 정부와 서독의 기업의 협력이 통일을 위한 주춧돌이 된 것이다. 

우리 또한 4·27 남북 정상회담 협의를 바탕으로 경제 협력을 빠르게 추진해 통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개성공단 재개 및 파주 산업 공단 추진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에 따른 유라시아 철로 연결 △나진항 등 북측 물류 경로 오픈 등이 있다. 특히 기업군 중 개성공단 수혜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식품업계는 이번 파주 산업 공단 입주, 현지 공장 건설 등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식품업계는 북한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 상승 중인 것과 개성공단 입주 기업 60%를 패션·섬유업체가 선점했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식량난에 기술적이나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식품 기업군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CU 편의점 통계를 보면 인기제품 10위 중 초코파이, 신라면, 모카믹스, 레쓰비, 바나나맛우유, 서울우유 등 북한 사람 입맛을 사로잡은 제품이 많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식품 기업은 남북 경협 새국면을 잘 준비하고 있을까?  

롯데지주는 최근 북방TF까지 꾸리며 대북 사업을 준비 중이다. 롯데푸드,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식품이나 음료 계열사가 주축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일본 성공 후 한국에 진출했을 때와 비슷한 방법으로 북한 시장을 공략하기로 하고 세부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2004년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지급되며 일찌감치 인기를 끈 제품이다. 2011년 북한 근로자들이 개당 1만원이 넘는 가격에 되파는 걸로 알려지며 지급은 중단됐지만 인기가 여전하다. 오리온은 적절한 때가 보이면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부다. 

농심은 2015년 말 나진-하산 3차 시범 운송사업으로 백산수 170여톤을 운송한 경험으로 물류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황해도에서 처음 오픈한 상미당 빵집을 모태로 하는 SPC그룹도 남북경협 이후 사업에 주목하고 있고 함경남도 흥남 출신인 고 박규회 선대회장이 창업한 샘표도 대북 사업에 관심이 높다고 전해진다. 특히 박 대표는 각종 전통 장류 200상자를 2007년 북한에 지원한 바 있다. 

이렇게 남북 경협의 새국면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북 경협주로 분류되어 증시에서도 상승세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식음료주로 옮겨가면서 오리온, 오뚜기 등 관련 종목들이 지난 5일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한 것. 지지부진한 수익률에 투자자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식음료 주요 종목이 뜀뛰기를 한 것이다.  

이런 유례없는 남북경협 새국면 과정에서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독일이 완전한 통일을 이루기까지 걸린 기간은 2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키를 쥔 것은 정부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서 기업들이 동독, 서독을 오가며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교류를 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북한과 적극 협력을 통한 기술지원, 공장 협력 등을 통해 통일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감당하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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