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 보고 의무화 9년째…‘자율화’ vs ‘현행유지’ 대립
이물 보고 의무화 9년째…‘자율화’ vs ‘현행유지’ 대립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8.06.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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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 관리 6시그마 업체보다 우수…명단 공개로 수출 타격
신고 건수 감소 불구 제도 정착 안 돼…폐지보다 개선을
‘식품 중 이물관리 제도의 효율적 개선 방안’ 세미나 및 토론회

매년 발생하는 식품 이물질 혼입 사건들로 인해 여전히 국민의 식품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에 식품업계와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벌레 유입 등을 막기 위해 특수 포장재 개발, 이물관리 우수사례를 전파하는 네트워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식약처는 이물 신고 의무화 제도 시행, HACCP·GMP 인증 강화 등으로 이물관리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식품 중 이물관리 제도의 효율적 개선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정부, 학계, 소비자단체, 업계 등 관계자들이 열띤 토론을 가졌다.

 
△이향기 부회장
△이향기 부회장

◇이향기 부회장(한국소비자연맹)=2009년 2월 식품위생법에 영업자 이물 보고 의무화가 시행돼 올해로 9년째가 되니 의무화 제도를 페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늘 주제발표에서도 합리적인 이물관리제도 개선방안으로 정부 개입 없이 소비자와 제조·유통 영업자간의 문제로 PL제도에 맡기고 문제가 되는 제품일 때 리콜명령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안이 언급됐다.

우선 이물 보고 의무화로 인해 2016년 5332건(32.0%)에서 작년 2360건(20.3%)으로 이물신고건수가 감소하고 있다. 영업자들의 이물 감소를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산업체는 산업체 나름대로 공무원은 공무원 나름대로 이물 보고 의무화에 따른 문제점을 갖고 있다.

9년 동안 제도가 시행이 됐어도 여전히 정착이 되지 못하고 소비자의 식품 보관 미숙으로 이물예방을 못한다거나 산업체에 과도한 요구를 하는 블랙 컨슈머가 양산되기 때문에 이물 보고 의무화가 폐지돼야 한다기보다는 그동안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먼저 짚어보고 시행에 따른 개선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물이 단순히 혐오감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인체에 위해나 상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물관리가 중요하다.

첫째, 의무보고 이물 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규정 중에서 다른 이물보고 대상은 그대로 가되 해외에서처럼 리콜제도에 부합하는 이물크기와 우리나라의 현행 3mm 이상의 이물 크기가 다른데 이 이물크기가 리콜할 만큼 위해한가에 대한 근거가 타당하게 따져보고 합당한 이물크기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물보고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이물을 해당 지자체에 신고 시 식약처, 지방청, 지자체간 원인 조사 시 전문성이 달라 이물결과보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로 인한 원인불명 결과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물 원인조사에 대한 접근방법 등의 전문성 관련 교육 등 정보 공유 시스템이 필요하다. 신속한 이물보고 결과 회신으로의 개선도 요구된다.

셋째, 이물 확인의 과학적 검증이 요구된다. 소비자가 이물확인을 요구할 경우 공인된 검사기관에서의 검사의 어려움이 있고 검사조차 거부를 하고 있어 이물관련 검사나 분석을 할 수 있는 기관 선정이나 지원은 매우 필요하다. 식품안전기본법에서의 시험, 분석에 따른 수수료의 소비자 부담은 소비자 요구가 있을 때이고 산업체에 소비자가 이의제기를 하고 유해 이물로 확인될 시는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넷째, 이물에 대한 원인추적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 중소·영세업체들의 이물감소를 위한 역량강화가 필요한데, 이물에 대한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서도 식품대상별 이물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필요하고 빅 데이터를 활용한 이물관리방안이 요구된다. 주제발표처럼 GMP적용을 위한 교육지원, 시설 등에 따른 지원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어떤 단계에서 이물이 들어갔는지, 어떤 이물이 들어갔는지. 화학적 분석을 비롯해 정확한 이물 관리, 검증이 가능한 전문 분석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제조물책임법 확산이 우선돼야 한다. PL법은 결함의 결과에 대한 법률적 보상을 의미하며, 식품산업의 경우 사고의 원인별로 크게는 식중독에 의한 것, 축적독과 이물 혼입이나 포장에 기인한 것으로 나눠진다. 이물 혼입은 자연물(흙, 돌, 곤충, 식물 등), 모발, 금속 및 유리 등의 이물이 혼입한 경우인데 이 경우 PL법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제조물의 결함과 손해 발생, 결함과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규명해야 한다.

이물의 원인이 불명인 경우가 작년 기준 46% 이상이고 앞서 발표처럼 여러 장애요인이 있어 제품사고나 고객 클레임 발생 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대응 능력과 분쟁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문서관리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 또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PL보험가입 등이 중소·영세업체들이 준비가 돼 있어야 PL법으로의 처리가 가능하다.

외국처럼 이물관리를 하려면 HACCP 제도, 리콜제도, PL제도가 우선 올바로 운용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이물관리 보고 의무화제도는 폐지보다는 합리적인 개선방안으로 좀 더 현행 유지할 필요가 있다.

△김태민 변호사
△김태민 변호사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많은 전문가들의 제언에 따라 이물 고시 제정이후 십여 년간 끊임없이 발전하고 개선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산업계와 소비자는 불만이 많다.

산업계의 경우 이물 발생의 책임이 명확하게 밝혀지기도 전에 제조사의 경우 언론보도 이후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되는 현실을 조속히 시정되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제조과정인지 유통 혹은 소비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확인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했다는 이유로 신고의 의무를 지는 것은 과도한 규제고, 무책임한 행정기관의 정책이다.

만일 제조사의 책임으로 밝혀진다면 그 때 언론보도나 행정처분 등이 진행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우선 발생과 동시에 제조자는 보고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로부터 지탄받는 불량식품 기업이 되며 행정처분도 받아 소송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밝혀야 하는 이중 삼중고를 겪게 된다.

소비자들도 이물 제도의 덕을 볼 수 없다. 대다수의 경우가 원인불명이라 유통 혹은 제조과정인지 명확하지 않아 제조사나 유통사로부터 오히려 모두 배상 청구가 거절될 수도 있다.

이물을 확인하는 공무원의 전문성 역시 전부 다르고 천차만별이라 제대로 신고를 해도 배상은커녕 오히려 블랙컨슈머로 오인돼 무고 등으로 고소될 수도 있어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케이스에 따라 행정기관에서 원인불명 판단을 할 경우 아예 배상 청구가 차단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또한 소비자가 배상을 요구해서 승소를 해 원하는 배상금을 받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품 이물에 의한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대부분의 문제가 되는 정신적인 피해의 범위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기준을 불명확하다. 이러한 불명확한 기준 때문에 수천만원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너무 큰 피해배상액에 블랙컨슈머로 낙인찍히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물을 수거 및 검사하는 공무원들도 매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간혹 관련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이물에 대해서 전문성이 부족하고, 이물을 전문적으로 분석해서 판단해주는 공인기관이 없는 실정에 전문성과 근거자료도 없이 판단했다가는 소송에 휘말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물 문제는 한국식품안전관리원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이물 전문가를 양성 및 관리하고 소비자 분쟁조정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물에 대한 행정처분은 이물의 정도에 따라 3단계 정도로 나누어 가장 경미한 경우 의무 보고 자체를 없애고, 중간 단계의 경우 보고는 하되 행정지도로 끝날 수 있게 하면서 언론 보도는 하지 말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경우에만 보도자료 배포 및 행정처분이 진행되는 것이 적합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식약처에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고, 식약처도 이에 부응해서 지금까지 안전한 식품 강국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므로 아예 민간으로 넘기기 보다는 공공기관을 활용하면서 기업의 부담도 덜고, 소비자의 피해도 배상을 쉽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송성완 부장
△송성완 부장

◇송성완 부장(한국식품산업협회)=식품산업협회와 업계는 혁신적인 식품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전사적인 이물저감화 노력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물저감화 노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2010년 6월부터는 대기업뿐 아니라 식품산업계 전반의 이물관리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OEM협력사간 식품이물 자율관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기업의 이물관리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멘토링 제도를 적극 실시하고 참여하고 있다.

또한 약 2153억 원의 지속적인 시설투자로 식품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한 결과, 매출액 500억원 이상 상위 20개사 생산량 대비 이물보고 건수는 100만개 중 0.15건으로 6시그마 기업 100만개 중 3.4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관리 중이다.

이러한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식품기업에 대한 불신, 불만을 인식하면서 이물이 발생한 경우 굉장히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물보고 의무화 제도와 이를 위한 조사체계에 있어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단발성 이물에 의한 회수발생 시 식약청 위해정보 사이트에 공개되면 수출된 제품이나 통관 중인 제품에 대해 해당 국가로부터 리콜이나 자료조사 및 입증 등을 요구받기도 해 국내 식품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일본의 모 업체의 경우에는 SNS를 통해 한국 업체의 품질을 이물 발생 건으로 비교하면서 일본 제품이 우수한 것처럼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한 바 있다.

식품기업을 위협하는 블랙컨슈머의 위험도 존재한다. 최근 식품이물 신고제도를 악용해 수천만원의 금품을 챙겼다가 구속된 블랙컨슈머가 보도된 적이 있는데, 이는 식품기업이 언론고발이나 기업이미지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 대책이 시급하다.

성실한 이물보고자가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식품영업자는 이물의 발생방지를 위해 시설 및 작업공정 개선, 종사자에 대한 위생교육 등을 전사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비의도적이나 이물을 검출할 수 있는 장비의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이물 혼입이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우 이를 성실하게 정부에 보고하고 있으나 이러한 성실한 보고자가 정부나 국회 등을 통해 업체명은 물론 제품명까지 공개되고 있어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물 보고대상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보고대상 이물을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과 같이 소비자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속이나 유리로 한정하고 소비자에 대한 공개도 이러한 이물이 발생한 경우로 해 합리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신동화 회장
△신동화 회장

아울러 업계의 식품이물보고를 자율관리로 전환하는 것을 건의한다. 식품이물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면서 이물이 발생할 때마다 행정처분만을 강화하는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이물보고를 자율화해 업계 스스로가 저감화 노력과 함께 품질관리를 철저히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이물관리정책의 전환이 필요하고, 과도기적으로 협회나 민간기관에 이물을 관리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 생각한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신동화 회장은 “생산자 측, 소비자 측, 관리부서인 식약처에서도 모두 발표와 토론을 통해서 앞으로 이번 세미나 이후 새로운 방향으로 정립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며 “토론 중에 나온 의견들이 잘 취합돼서 국내 이물관리에서 새로운 발전 방향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원임 책임 불분명한 상태서 비난·행정처분·소송…3중고 초래
오인신고·판정불가도 기업에 덤터기…합리적 개선 방안 절실
행정처분 3단계로 구분…식품안전관리인증원서 분쟁 조정을

VS

위해 관련 이물 크기 정하고 원인 추적, 과학적 검증 필요
제조물 결함–손해의 인과 관계 규명 후 PL법 확대 적용을

 
△최성락 차장
△최성락 차장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축사에서 “식약처는 식품업계의 자율적인 이물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물관리 협력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등 민·관이 합심해 이물 저감화에 많으 노력을 기울여 와 이물관리 수준을 크게 향상시켰으나 아직도 신고건수가 3500여 건이 전수되는 등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물관리 강화는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라 산업계, 소비자단체 등 전문가들이 모여 이물 관리제도 운영 10년을 되돌아보고 합리적인 이물관리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의견을 제시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광호 부회장
△이광호 부회장

이광호 한국식품산업협회 부회장은 "매년 발생하는 식품 이물질 혼입 사건들로 인해 여전히 국민의 식품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런 이물질 혼입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은 식품업계를 비롯해 정부와 국회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군호 대표
△이군호 대표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대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식품 중에 이물이 들어있다 하면 그 경중을 떠나 제조업체에 대해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위해문제를 제기해 문제의 진폭을 더욱 크게 만드는 사례가 빈번하며 오인신고와 판정불가 사례도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하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식품이물 문제의 현실적 진단과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불합리한 논쟁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세미나에 참여한 식품업계 종사자들도 “식품 이물이 발생했을 때 원인이 불명확한 경우 제조업체는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소비자는 제조업체를 배상 책임을 회피하는 악덕 기업으로 오해해 서로 억울해지는 사례가 많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과학적인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나 관리기관인 식약처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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