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친화식품, 고령자 편의·인간존엄성·삶의 질 모두 고려해야”
“고령친화식품, 고령자 편의·인간존엄성·삶의 질 모두 고려해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8.06.1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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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노화’ 목표로 고령자 위한 장수식단 개발 관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건강 100세를 위한 맞춤식품 필요성과 개발 방향’ 토론회

본격적으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고령자의 신체적 특성과 맛, 영양 등을 고려해 먹기 편하고 삶의 질까지 올리는 고령친화식품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201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은 12.8%로 고령화사회에 해당하며 2026년에는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고령자를 위한 식품 시장은 이제야 도입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연내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제조 가이드라인과 규격 등을 규정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노년기에는 노화 진행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식욕 감소 등으로 적절한 영양 공급이 어려워져서 의료비 증가뿐만 아니라 심리적 소외감 까지 이어져 노년기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인구 대비 고령자 비중이 늘며 필요성이 제기되자 식품업계는 고령식품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건강 100세를 위한 맞춤식품개발 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127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식품·의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고령자를 위한 건강장수식단과 관련 식품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
△건강 100세를 위한 맞춤식품개발 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127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식품·의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고령자를 위한 건강장수식단과 관련 식품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

‘K-다이어트’ 건강장수 식단으로 주목…분석적 연구·체계 정립을
장수 지역 백세인 식습관·특이 식품 찾아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지난 12일 ‘건강 100세를 위한 맞춤식품 필요성과 개발 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127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박상철 전남대학교 교수는 “고령화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50만명이며 2050년에는 600만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장수에 대한 열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이를 이룰 수 있는 영양상태를 만들어 주는 식품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불로장생 추구의 역사가 환상에서 기술로, 기술에서 현재는 과학으로 발전했으며 장수건강식으로 세계인에게 손꼽히고 있는 지중해식 식단은 단순히 건강식단을 벗어나 과학적인 효능 검증과 체계적인 요리법 전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식단이 ‘K-다이어트(diet)’라는 명칭으로 건강장수식단의 새로운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강조하며 그에 대한 분석적인 연구와 체계 정립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내 100세 이상의 장수 노인인 ‘백세인’들의 식습관과 이들이 섭취하는 전통식단에 대한 연구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장수지역을 군 단위에서 면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해 나가는 중 장수마을과 비장수마을의 식생활 패턴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는 특별한 전통식품을 발견해야 한다”라며 “된장, 청국장, 고추장 김치 등 발효를 기반으로 한 전통식단이 장수식품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령친화식품의 개발 필요성과 제품화 방향에 대한 발제도 진행됐다. 이미숙 한남대학교 교수는 “노인식의 개발은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를 목표로 해야 한다”라며 “노인식은 성공적인 노화에 도움이 되는지,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다양성과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 역시 백세인의 식생활에서 건강장수식단의 기초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 백세인은 주관적 건강 인지율이 68%로 매우 높고, 당뇨나 고혈압 유병율이 10% 이하로 매우 낮은 건강한 집단이므로 이들의 식사패턴은 한국인의 건강한 노인식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

장수지역의 백세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식사패턴은 식물성 위주의 식단으로 다양한 채소류와 발효식품을 이용한 식단이며 이를 구성하는 식품들은 질병 예방효과가 높았으며 단일식품보다 복합식품에서 건강기능성 효과가 더 높아져 식사 형태가 건강증진에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인구의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기존 노쇠한 노인을 위한 환자식의 개발뿐만 아니라 활동적인 노인을 위한 가정식의 개발이 시급하다”라며 “가정식은 한국의 전통식을 유지하면서 건강상태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선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식 외 활동적 노인 위한 가정식 개발도
후성유전학 기반 유전체 맞춤형 식품 예상
기업 선도적 투자·정부의 정책적 지원 절실

김경철 테라젠이텍스 부사장은 개인 유전체에 따른 맞춤 식품의 개발에 대해 발표했다. 김 부사장은 현재 개인 맞춤형 의학이 발달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개개인의 유전체 검사 결과 데이터셋을 활용해 예측성, 참여성, 정밀성이 높은 개인 맞춤형 진단과 그에 따른 식품 개발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전자를 통해 질병을 미리 예측하는 ‘예측 의학’의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예를 들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매가 예측이 되면 예방할 수 있는 식품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 유전체 검사(DTC)를 통해 식품회사가 식품을 만드는 ‘소비자 참여의학’의 시대도 도래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통해 더욱 정밀한 예측과 진단이 가능해지는 ‘정밀 의학’이 미래 의학의 주된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것이 김 부사장의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유전체 기술과 지식의 발전으로 식품, 영양 산업도 더욱 개인 유전체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며 나아가 음식과 영양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데 이를 연구하는 후성유전학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후성유전학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활성화(Bioactive) 식품의 연구와 산업화로 암, 치매, 심혈관 질환 등 질병을 예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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