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식품·외식에 직격탄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식품·외식에 직격탄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6.18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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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 김치 두부 등 5년간 대기업 진출 제한…‘성장 사다리 없애는 규제’ 반발

정부의 식품 대기업 규제가 국회 문턱을 넘고 시행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과 지난 2월 통과해 내달부터 시행 예정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대표적이다.

특히 국회 통과로 6개월 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경우 기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와 달리 권고가 아니라 해당 품목에 5년 간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강력 규제로 작용한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 시정명령 미이행 시 매출의 최대 5% 이행강제금이 부과 등 엄격한 처벌도 이뤄진다.

업종 품목은 이달 중소기업적합업종이 만료되는 △어묵 △두부 △김치 △고추장, 된장 등 장류 △도시락 △커피원두 등 47개다. 식품·외식업계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보호를 주장하는 품목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이번 특별법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풀무원 등 식품 대기업을 비롯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은 ‘성장 사다리를 없애는 규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제빵 부문은 외국계 기업만 혜택…역차별에 실효성 의무
주 52시간 근무 발등의 불…성수기 맞은 빙과 등 골머리 

식품 대기업 한 관계자는 “사업 확장을 막게 되면 투자 저해 등으로 기업 성장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고 국내에서는 규제 대상이 아닌 외국계 기업만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실제 제빵업종의 경우 중소기업적합업종이 시행되면서 프랑스 브리오슈도레가 국내 진출하면서 서울에만 29개의 매장을 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이런 역차별이 또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일 제도처럼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골목상권 소상공인을 살린다며 대형마트 의무 휴일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가는 게 아니라 규제 밖에 있는 온라인ㆍ외국계로 갔다”며 “특별법 제정 시 정말 소상공인이 수혜자가 되는지 제도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하고, 대기업의 참여 제한으로 소비자가 비교적 낮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해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등에 적용예정인 ‘주 52시간 근무제’도 식품기업에게 당면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준비 중이던 빙과 업계는 일단 급한 데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면서도 다른 대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빙과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협의를 거쳐 100여 명을 추가 채용했다”며 “이번 여름에는 포장 등 단순 업무 파트타입 채용을 먼저 늘리며 천천히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의 경우 영업사원들의 근로시간과 대체인력 문제로 고심 중이다. 영업사원은 업무 특성상 야근과 외근이 많아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비슷한 업무를 대체할 인력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라인 인력의 근무 시간을 재조정하고 채용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영업직의 경우 탄력근무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경우 업무 규율이 잘 잡힐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식품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보다 규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견기업들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 적합업종 규제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부담까지 가중돼 점점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정부의 기업 규제 및 복지정책들이 장기적으로 가면 안정적인 소득 분배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자본의 탐욕적인 침투로부터 경제적 약자계층인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들의 소득을 높여 전체적인 국민 소비를 높이는 첫걸음이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 규제로 통상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규제 찬성 측 입장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통상마찰을 우려할 수는 있지만 해외 기업을 차별하겠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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