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암 유발 경고문이 필요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18)
커피에 암 유발 경고문이 필요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18)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7.0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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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릴아마이드 암 위험성 크지 않아
WHO ‘2군 발암물질 목록’서 제외

지난 3월 캘리포니아 법원은 캘리포니아 소재 독성물질 교육조사위원회(CERT)가 90개 커피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커피 회사들에 “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미 캘리포니아 주 보건당국인 환경건강유해성평가국(OEHHA)은 그간 ‘개정 65조’라는 1986년 제정 법규에 따른 기존 입장을 철회해 인체에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 부착 의무 제품 목록에 커피를 제외했다. 여기에는 원두를 볶고 커피를 끓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가 포함됐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세계 커피제품 시장은 2015년 기준 140조 원 규모다. 일본이 전체 시장의 30.9%, 미국이 17.2%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기준 6조4000억 원 규모에 달하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으나 내수시장이 좁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성인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77잔으로 매일 한 잔 이상을 마시고 있으니 아주 작은 시장은 아닌 셈이다.

일반적으로 커피의 위험성이라고 하면 ‘카페인’을 말한다. 코카인, 암페타민 등과 같이 흥분제 성분으로 분류되며 콜라, 초콜릿 등에도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감기약, 진통제, 식욕억제제 등 의약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실제 카페인 섭취량이 적은 편이고, 따로 식품에 첨가하는 물질이 아니라 미 식약청(FDA)에서는 안전한 식품첨가물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발암성물질 ‘아크릴아마이드’가 문제였다. 인류는 음식의 불 맛을 즐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불을 사용해 굽거나 튀겨 음식의 갈색이 진해질수록 발암성 물질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발암물질은 한국산업안전보건법 정의에 따르면 “암을 일으키거나 그 발생을 증가시키는 물질”로 규정된다. 발암물질이라도 노출되는 양에 따라 암을 일으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식품에는 자연스레 여러 발암물질이 항상 존재한다. 사람은 그 누구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발암물질이나 독성물질을 피할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현재 약 1000개 가까운 발암물질에 대해 5개 그룹으로 등급을 정해 놓고 있다.

커피가 속해 있던 group 2B, 즉 2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치는 않지만 ‘인체발암가능물질’이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동물실험에서 유전자 변형, 위종양, 신경독성, 신장 및 간독성 등을 유발하며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인체발암추정물질인 ‘2군발암물질(2A)’로 분류됐다.

2002년 4월 스웨덴 식품규격청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 사실을 처음 보고했는데, 이후 다른 나라들이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미국 FDA도 지난 2013년부터 음식 속에 든 아크릴아마이드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최근엔 영국 식품기준청(FSA)도 뒤를 이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고온 조리했을 때 아스파라긴산과 당의 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된다. 조리온도가 120℃ 이하에서는 생성되지 않고 고온에서 가열시간에 비례해 생성된다. 커피를 볶을 때도 생성된다.

WHO는 지난 1990년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군발암물질(group 2B)’로 분류했다가 최근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동안 전문평가단을 구성해 커피의 발암성 관련 문헌 1000여 편을 검토한 결과 커피와 방광암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커피 관련 각종 암 유발가능성에 관한 증거도 전반적으로 불충분하다며 25년 만에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한 것.

이번 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이 원두 로스팅과 커피를 끓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의 암 유발 위험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 커피에 경고문 붙여야 한다면 숯불구이 고기, 프라이드치킨, 참기름, 스모크햄 등 대부분 불 맛이 더해진 음식에도 ‘암 유발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 이번 캘리포니아 당국의 결정은 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발암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식품은 없고 그 함량이 위해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크릴아마이드는 우리 몸에 이익 될 게 전혀 없는 소소익선(小小益善)의 물질이다. 현대 식사에서 완전히 제거할 순 없지만 조리법만 살짝 바꿔도 섭취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굽거나 튀기거나 볶을 땐 검게 태워서는 안 되며 황금빛이 돌 때까지만 조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온이나 지나치게 오랫동안 가열 조리하는 것을 피하는 것만이 발암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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