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유발된 건기 시장의 위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19)
키 크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유발된 건기 시장의 위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19)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7.09 0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증 안 된 효능 정부가 인정한 게 문제
안전성만 맡고 효능 부문은 시장에 넘겨야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2012년 1조7000억 원에서 작년 3조8000억 원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세계 성장률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올해는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기식 시장은 식품과 의약품 중간 정도 위치해 식품업계와 제약사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백수오, 가짜 홍삼 등 신뢰성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사망사건 등 안전문제가 불거지며 산업 발전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최근까지 무허가·가짜 홍삼 원료 사용, 유통기한 경과 원료 사용 건강기능식품, 가짜 백수오 사건, 유산균 건강기능식품 피해 사례 등 수많은 건기식 안전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는 키 크는 건기식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1년 치가 200만 원 정도인데, 식약처에서 2014년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인정받은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도마에 올랐다.

판매업체는 제품을 먹이면 일반 아이보다 키가 3.3mm 더 자란다고 하지만 전문가나 의사들 중 효능에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당시 받은 생리활성기능 2등급은 ‘소수의 임상시험이 있으나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할 수 없음’에 해당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을 정부가 인정해 준 셈이다.

그리고 키가 작은 것과 건강은 무슨 관련이 있나? 키 큰 것이 건강한 것인가? 건강과 키의 관련성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기식 효능에 키 성장이 들어 있는 것 또한 상식적이지 않다.

사실 먹어서 키가 크면 이건 식품이 아니라 약(藥)이다. 성장장애 치료 의약품인 것이다. 불행히도 현대의학에서는 아직까지 키 성장을 담보하는 약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키가 커지지 않아야 식품인 셈이다. 그런데 키가 커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을 정부에서 건기식으로 공식 인정해 주고 있다.

만약 정부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은 건기식을 소비자가 비싸게 사 먹은 뒤 효능이 없다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제조사와 함께 정부도 책임을 지게 된다. 즉 인증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한 소비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해당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된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1991년부터 ‘특정보건용식품’을 허용했고, 우리나라는 2002년에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을 제정해 2004년부터 시행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국가가 아닌 사업자가 식품의 기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면 건강효과를 제품에 표기할 수 있는 자율적 ‘기능성표시 식품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2016년 4월 기준 건강보충영양제 135개, 가공식품 144개, 신선식품 3개 등 총 282개 품목이 승인돼 있다고 한다. 미국, 유럽 등 어느 나라도 건기식의 효능을 정부가 직접 인정해 주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건기식 시장은 미래형 성장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짜 사건, 사망 사건 등으로 이미 소비자의 불신이 깊어진 상태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 산업계를 중심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일본과 같은 시장 중심의 유연한 제도를 벤치마킹해 관련 규제를 하루 빨리 보완한다면 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건기식의 경우 시장에 맡겨야할 부분과 정부가 규제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물론 그 선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각 나라별로 정치, 경제, 사회적 여건에 따라 최적화해서 시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도 도입 당시 정해졌던 기준선 또한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건기식 제도를 운영해오면서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보여줬다. 무질서했던 시장을 바로잡았던 역할도 컸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는 2018년이다. 15년 전 식품기업 수준도 아니고 시장 환경도 변했다.

건기식 효능 인정 부분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안전성만 책임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정부도 일이 줄어 효능 인증기관에 대한 감독과 허위·과대광고, 표시위반 등에 대한 관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의 길이 될 수도 있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