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광고 사전심의 의무 족쇄 푼 건식업계 得일까? 失일까?
표시·광고 사전심의 의무 족쇄 푼 건식업계 得일까? 失일까?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7.09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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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환영”–정부 “사후관리 강화” 입장차

헌법재판소가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표시·광고에 대한 사전심의제도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32조와 44조에 명시된 행정처분, 벌칙 등 조항이 무효화됐다.

헌재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광고 사전심의가 위헌으로 판단하는 행정권이 작용했고,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아직 사전심의 존치 여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남아있지만 처벌이 무효화된 만큼 사실상 자율화된 것이다.

식약처는 처벌 조항은 사라졌지만 업체의 경우 위법성 등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사전심의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업계는 선진국과 같이 자율성을 보장한 채 책임성을 부여하는 환경 구축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상반된 입장이어서 양측 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앞서 의료광고의 사전심의 역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이후 허위·과대광고가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 관리를 보다 강화해 위법 적발 시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밝혀 소비자 우려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업계는 그동안 건기식에게만 유독 지나치게 적용된 규제의 사슬을 끊게 됐다며 이번 결정을 반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반 가공식품들도 기능성을 보강한 제품이 개발·출시되는 상황에서 건기식 사전검열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기식은 사전심의를 하다 보니 허위·과대광고 적발 시에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해 일부 영세한 업체들의 경우 위법 적발 시 폐업하고 다시 문을 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선진국처럼 업체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책임을 강화한다면 무분별한 영세업체들의 진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율성 보장 통해 성장하는 선진국 시스템 본받아야
식약처, 허위·과대 광고 사이버조사단 모니터링 강화
사전심의 존치 여부 관심…건식협회 심의는 유지될 듯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건기식은 사전 광고심의로 인해 대기업 등 지속 가능한 기업의 경우 광고·표시 문안이 획일화돼 있고, 신생업체는 자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이중 구조를 띠고 있어 국민 신뢰가 더욱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헌재의 판결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건기식은 엄연히 식품임에도 정부에선 제약 등과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를 걷고 있다”며 “정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건기식과 식품을 동일한 범주에 두고 업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시스템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허위·과대광고 양산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식약처의 사이버조사단이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표시·광고 사전 심의 위탁 기관인 건강기능식품협회는 내년 3월 사전심의제도가 의무화됨에 따라 남은 공백 기간만 잘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허석현 건식협회 사무국장은 “헌재가 정부 주도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위헌으로 결정한 이후 거짓 또는 과장광고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양산했다”며 “이에 국회에선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환자 및 소비자에게 유해한 의료광고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민간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기식 역시 내년 3월부터 사전심의제도가 그동안 국가가 진행하던 사전 검열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게 된다”며 “현재는 사전심의가 자율화됐지만 업계에서도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보호 장치인 만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식약처는 현재 법률 자문을 통해 사전심의제도의 존치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상태지만 건식협회에서 진행하는 사전심의는 유지하되, 사후 관리에 보다 만전을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강대진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장은 “행정력이 모니터링 및 단속에 더욱 투입될 우려도 있지만 연초 출범한 사이버조사단을 통해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는 등 허위·과대광고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강 과장은 “업체에서는 허위·과대광고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사전심의는 이러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므로 업체에서도 안심하고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현행과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강 과장은 “비록 사전심의제도가 자율화됐지만 처에서는 정책 운영의 묘를 살려 건전한 시장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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