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없는 아시아나 ‘경영 항로’ 이탈
기내식 없는 아시아나 ‘경영 항로’ 이탈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7.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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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개항 후 첫 ‘no meal’ 사태 발생…안내 등 사후 대처도 미흡
소규모 업체와 계약 물량 부족은 예상된 일…휴가철 앞두고 대란 우려

인천공항 개항 이후 역사적 첫 ‘no meal’ 사태가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여파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직접 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일주일 이내 기내식 대란 사태가 수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석연찮은 해명이 오히려 여론만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은 처음부터 총수일가의 잘못된 선택이 빚은 결과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적기 운항사임에도 처음부터 기내식 사업을 포기하고 지난 15년간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사 LSG 스카이셰프에 외주를 줬다.

박 회장은 그룹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LSG 측에 기내식 공급 계약 연장을 하려면 1600억 원의 투자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중국 하이난 그룹과 공급 계약을 체결, 합자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했다.

하지만 게이트고메코리아는 기내식 공장 건설 도중 발생한 화재로 기내식 납기를 맞출 수 없어 LSG에 3개월 계약을 제안했다 거절당하고 결국 수천인분 단위 납품이 가능한 샤프도앤코코리아와 서둘러 계약을 맺었다. 수만인분의 기내식이 필요했던 아시아나는 결국 기내식 대란을 터트렸고, 이 과정에서 하도급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처음으로 ‘no meal’ 사태가 발생한 아시나아항공의 기내식 대란 사태가 수습의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처음으로 ‘no meal’ 사태가 발생한 아시나아항공의 기내식 대란 사태가 수습의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내식 공장을 세우자마자 메이저 항공사 기내식 공급을 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본다. 먼저 공장을 완공시킨 다음 기내식 양이 적은 국내 저가 항공사 위주로 테스트를 거쳐 장기적으로 공장 확장을 했다면 이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기내식은 허가절차가 까다롭고 단번에 투입이 안 된 경우도 있는데, 아시아나가 투자에 눈이 멀어 서두른 것이 화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대처다. 수많은 기내식을 당장 충당할 수는 없지만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속한 안내를 하거나 기내식을 대체할 간편식 등을 제공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미흡했다. 특히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상황에서 자칫 한국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키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내식 사태가 봉합하기 위해선 적어도 세달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박 회장은 일주일 이내 해결하겠다는 것 자체가 또 한 번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에서 기내식 야간생산을 통해 돕겠다고는 나섰지만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며 공항 이용객들이 몰릴 텐데, 아시아나에서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 우려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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