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광어 파동’ 으로 바라 본 수산물 안전문제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20)
‘수은 광어 파동’ 으로 바라 본 수산물 안전문제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20)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7.1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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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에 위탁 불안…수은 노출 주의 홍보 필요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9일 부산시와 수산물품질관리원 조사 결과 부산 기장군 양식장 3곳에서 국민 횟감인 넙치(광어)가 처음으로 수은 기준치(0.5㎎/㎏)를 초과(0.6~0.8㎎/㎏)해 판매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광풍을 일으켰던 ‘살충제 계란 사건’보다 더욱 심각하고 소비자에게 우려를 끼칠 수 있는 사건임에도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양식장에서 넙치(광어)에 수은이 검출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문제 발생 양식장에 대한 처벌 등 일련의 조치와 대책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그동안 유해 중금속인 ‘수은(mercury, Hg)’은 먹이사슬의 상위에 위치한 참치, 다랑어, 황새치 등 심해성 어류에만 다량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안전관리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임신부와 어린이에게는 수은 때문에 참치 회 섭취를 주의하라는 경고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참치보다 더 많이 먹고 있는 국민 횟감인 광어는 수은 기준치를 초과했음에도 출하 금지조치만 내린 채 시중 횟집에 이미 공급돼 팔리고 있는 것을 리콜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게다가 사흘이나 늦게 발표해 해수부의 늑장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수부의 수산물 안전관리에 대한 입장은 과거부터 늘 생산자 위주였다고 생각된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 건강 피해보다는 수산업계 피해를 고려해 숨기거나 발표 시기를 늦춰 왔다.

지난 3월 통영·거제산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당시에도 해수부는 이를 숨기고 공표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과거 식용 수산물에 사용이 금지된 항균제를 장어 양식어민에게 사용토록 권고해 문제를 일으켰던 말라카잇그린 사건도 있었다. 또한 광어에 기생충인 쿠도아가 발견돼 일본 수출이 수년간 중단된 적이 있었으나 일본 국민들도 먹지 않았던 국내산 광어를 우리 소비자들은 지금까지도 계속 먹고 있다.

수산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병원성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생물학적 요인과 항생제, 중금속, 잔류화학물질, 자연독 등 화학적 요인이 있다. 이번에 광어에서 나온 기준치 초과 수은은 신장과 간 조직에 손상을 주는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다.

과거 수은 독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대표적인 사건은 일본의 ‘미나마타병’이다. 1950년 일본의 구마모토현 미나마타만 상류 화학공장에서 촉매로 사용했던 염화제2수은이 폐수에 섞여 방출되면서 메틸수은으로 전환돼 그 지역 어패류 체내에 축적됐고 이를 먹은 주민들이 신경장애를 일으키면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집단 수은중독 사건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어패류를 먹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메틸수은’인데, 이는 지용성이 커 소화관과 폐에 흡수가 잘되며 중추신경계와 태아 조직에 농축돼 독성을 나타낸다. 특히 수은은 산모를 통해 태아에게 전달돼 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며, 신경장애와 지능저하, 동작이상 등이 발생해 선천적인 미나마타병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

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은은 하천이나 강으로 흘러들어가 해양생물 몸속에 축적되는데, 먹이사슬에 따라 참치와 같이 몸집이 큰 어종에 보다 많이 쌓인다. 그러나 광어는 양식이라 수은오염이 사료나 물로부터 왔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안전 책임 부처인 식약처에서 양식장 생산단계의 수산물 안전관리를 여전히 해수부에 위탁 중이라 제대로 관리가 될지는 위태해 보인다. 아무리 위탁이라지만 진흥 부처인 해수부에서 생산·공급자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식품안전 문제는 제조나 유통단계 보다는 대부분 생산단계에서 원료 유래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이며, 수산물 수입 증가율도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산물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 나라다. 특히 횟감 생식을 좋아해 어패류를 통한 수은 노출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그렇다면 광어의 수은 위험성이 부각된 마당에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와 수산업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생산관리 및 예방 노력,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섭취 주의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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