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식품·외식업계는 지금 ‘버티기 중’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식품·외식업계는 지금 ‘버티기 중’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7.23 0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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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값·임대료 오르는 상황서 악재…업종별 차등 적용 등 보완책 요구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됐다. 2년새 27.3%가 올랐다. 주휴수당까지 포함시키면 1만30원으로 당초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사실상 돌입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비교적 높다는 프랑스는 10.6%이고, 최근 정부 주도로 임금을 인상하고 있는 일본도 11.8%에 그치고 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경제보고서를 내면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유례없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국가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으나 경고가 나온 지 한 달 만에 10.9%가 오른 것.

원재료값, 임대료 등이 매년 오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식품·외식업계는 정부에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아 제품·메뉴 가격 인상 등을 예고하며 폐업까지는 막겠다는 사실상 ‘버티기’에 돌입한 실정이다.

프랜차이즈 한 가맹점주는 “가맹점주 평균 고용원 수가 3.7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월 점주 1인당 부담금이 올해 81만 원, 내년 63만 원 총 144만 원이 증가하지만 카드수수료는 겨우 0.2% 인하됐고, 가맹금 인하나 임대료 인하도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맹점주 월평균 소득이 230만 원 수준인데 임금이 144만 원 증가하면 결국 가맹점주는 월 80만 원 정도 밖에 남지 않아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는 월 평균 소득이 220만 원 정도인 자영업자도 마찬가지”아니겠냐며 현실적인 보완대책을 요구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정부는 대부분 영세한 가맹점주들의 경우 최저임금 지급능력 준수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오히려 감독을 강화해 위반 시 엄벌하겠다는 것은 가맹점주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힐책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 상승 직격탄을 맞게 된 편의점 업계는 무인화가 더욱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손바닥으로 무인 포스를 이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 상승 직격탄을 맞게 된 편의점 업계는 무인화가 더욱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손바닥으로 무인 포스를 이용하고 있다.

외식, 이익 100만 원 미만 자영업 위기…종업원 줄이고 가격 인상 고려
식품, 제품 값 인상 불가피…중소 업체는 인력난에 내국인 역차별 고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대책마련으로 내세운 일자리안정자금과 세제지원 등은 최저임금 인상의 미봉책일 뿐 중장기 대책이 아니다”면서 “프랜차이즈는 상가임대료, 가맹수수료, 신용카드수수료 등 구조적 비용 문제까지 떠안고 있는 만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최소 10년 보장, 권리금 제도 보안 등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2019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가맹본부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며 가맹본부 200개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며 “이는 정부가 ‘직권조사권’라는 막강한 힘을 휘두르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과 정치적 책임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전가시키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약 95%가 중소기업이며, 이중 60%는 연 매출 10억 원 이하여서 월 수익이 500만 원에 불과하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소상공인과 다름없이 보호해 줘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종업원 2~3명으로 음식점을 꾸리고 있는 음식업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이다. 성북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은 “우리 식당은 종업원이 직접 고기를 굽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 반응이 좋았지만 앞으로는 종업원을 줄이고 밑반찬까지 셀프 서비스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돈까스집을 운영하는 식당 사장은 메뉴 값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재료 생산업체들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다보니 재료값이 올라 원가부담이 너무 커져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전체 음식업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 100만 원도 안 되는 열악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으면 장사를 접으라는 것이 과연 정부에서 서민에게 할 수 있는 발언인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국 70만 음식점이 폐업하면 종업원 400만 명의 일자리도 함께 없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식품업계는 무인 자동화 등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선 정책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품값은 못 올리게 하고 인건비는 올리면서 일자리까지 창출하라는 이 같은 억지가 세상천지에 또 있겠느냐”라며, 결국 사람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최저임금을 올리면 인건비 상승에 따라 원자재비는 물론 운송비도 올라 결국 제품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침체를 정부가 주도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과 역행…소비 위축→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중소 식품기업의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소 식품업계는 인력난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젊은 층에선 일이 고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을 선호함에 따라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특히 지방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는 업체들은 더욱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는데, 생산성이 떨어지고 관리가 쉽지 않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들은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내국인 근로자보다 더욱 비용이 많이 들어가 업체 사장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11호의 내외국인 차별금지 조항을 준수해야 함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최저임금은 명목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할 때 교섭능력이 없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이를 통해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하며 “소득불균형 해소는 선택적 복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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