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카페인음료’ 판매 금지 이전에 ‘술·담배’부터 금지하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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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7.2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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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식품 청소년에 판금 법안 실효성 의문
규제보다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갖게 해야

최근 한 국회의원으로부터 고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고 한다. 성장기 어린이들의 건강상 우려 때문인데, 현행법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위해 1㎖당 0.15mg 이상 카페인을 함유한 액체식품을 ‘고카페인 함유식품’으로 구분하고 초중고 학교 내에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밖에서 쉽게 구할 수가 있어 법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어 발의했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최근 카페인 음료시장이 뜨겁다. 커피가 좋아 하루에 여러 잔씩 마시는 사람이 많아졌고 핫식스, 레드불 등 에너지음료 시장도 최근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덩달아 박카스, 비타민음료 등 피로회복제의 인기도 높다. 특히 중고교 시험기간에는 잠을 쫓고 피로회복을 위해 매출이 10배 이상 급상승한다고 한다.

사실 카페인은 75% 이상이 커피를 통해 섭취되지만 콜라, 초콜릿에도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감기약, 진통제, 식욕억제제 등 의약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식품에 따로 넣어 먹는 물질이 아니고 섭취량도 적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FDA에서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허용돼 있다.

세계인은 매일 평균적으로 70㎎의 카페인을 섭취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미국인데, 211∼238㎎을 먹는다고 한다. 카페인의 인체 위해성이 없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은 성인 1인당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는 체중 kg당 2.5㎎ 이하로 정해져 있다.

원두커피 한 잔에는 115∼175㎎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고 캔커피(74㎎), 커피믹스(69㎎), 콜라(23㎎), 녹차(15㎎, 티백 1개 기준) 등에도 적지 않게 들어 있다. 피로회복제 박카스 1병(100ml)에는 30㎎, 핫식스와 레드불 등 에너지 음료에도 각각 한 캔당 80㎎, 62.5㎎의 카페인이 첨가돼 있다. 즉 커피나 에너지 음료는 체중 40kg 어린이의 경우 2캔 이상 마실 경우 ADI(100㎎)를 초과하게 된다.

물론 고카페인 음료를 호주에서는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고, 노르웨이는 에너지음료를 약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또 스웨덴은 15세 이하 아동에게, 미국은 일부 주에서 18세 이하에게 에너지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라 전 세계적인 규제 분위기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하루 한 캔만 마시면 문제가 없는데, 두 캔 마시면 문제가 되니 금지하자는 건 전혀 상식적이지가 않다. 우리나라는 강제 급식하는 나라도 아니고 고카페인 음료를 처방전 제출하며 사 먹는 나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고카페인 음료’를 금지하지 않고 엄격한 표시제도를 통해 소비자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어린이와 임산부는 카페인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크게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카페인 사용량을 줄이고 주의 표시를 하는 규제와 병행해 청소년이나 소비자 스스로가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만들어야만 궁극적으로 카페인 줄이기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EU, 호주, 대만 등 선진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2014년 2월부터 ‘고카페인 함유 식품’ 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에서 약국서만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문제다. 약국에서 주민등록증 확인하고 판매해야 하고 18세 이하 어린이나 청소년은 몸무게를 재가며 한 병, 두 병 씩만 팔아야 한다. 더구나 처방전 갖고 오는 사람에게만 파는 것도 아니라 인근 약국에 가면 또 살 수 있는데, 어떻게 규제한다는 것인가?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선(善)과 악(惡)이 있고, 과하면 모두가 독(毒)이 되는 것이 만고의 이치다. 양의 많고 적음이 있을 뿐이다. 커피, 에너지음료 등 고카페인 음료는 주식이 아닌 기호식품이다. 말 그대로 당길 때 편하게 먹으면 된다. 지나치게 탐닉하지만 않는다면 독과 약을 넘나들며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고 본다.

식품안전 전문부처에서 철저한 안전성평가를 거쳐 허가한 것을 ‘먹지 마라, 적게 먹어라’하는 것은 입법부에서 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가뜩이나 음식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많이 갖고 있는 우리 소비자를 자극해 인기를 얻으려는 근시안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식품·영양정책이 더 이상 제안되지 않았으면 한다.

국회가 우리 국민들과 청소년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생명을 지키고 싶다면 허용된 식품이나 영양소를 따지기 전에 ‘술, 담배 판매부터 금지’하기를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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