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졸레누보 만큼 국산와인 육성을
[기자수첩]보졸레누보 만큼 국산와인 육성을
  • 함봉균 기자
  • 승인 2003.12.01 0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전국이 프랑스산 와인 ´보졸레누보´에 푹 취해있다.

지난 20일 출시된 보졸레누보는 출시 한 달 전부터 높은 예약률을 보였고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에 의하면 벌써 물량이 바닥 난 상태라고 한다. 출시 일주일 만에 수십 만병의 보졸레누보가 다 팔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본토나 와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혹평을 면치 못하는 보졸레누보가 국내에선 왜 유독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시각도 많다.

국내에선 아직도 특별한 날에나 포도주를 귀한 술로 여기며 마시는 일반 서민의 눈에 그 유명한 프랑스 와인인 보졸레누보는 대단한 제품으로 보이고 있는 데 따른 이상 현상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을 마시는 데 조금 비싸면 어떠냐´는 식의 희귀성에 대한 가치 부여(?)로 현지 가격의 5∼6배를 지불하고도 이 제품을 못 구해 아우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졸레누보의 인기는 프랑스 와인 생산업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와인수입업체들의 판촉 활동에서 시작됐다. 한 와인 수입업체의 관계자는 "보졸레누보는 요즘 불고 있는 와인 붐의 대표 주자 격이다"며 이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은 국내 와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와인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과연 보졸레누보를 비싸게 모셔 와서 파는 방법밖에 없는가? 그렇다고 품질이 높은 것도 아니고 단지 햇와인이라는 이유로만 말이다.

이에 대해 수입 와인과 함께 국산 와인의 대명사 ´마주앙´을 공급하고 있는 두산주류BG 와인팀 관계자는 "보졸레누보 열풍에 와인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졸레누보의 공급은 우리의 본업이 아니다"며 "단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올해 4000상자(1상자=750ml 6병) 정도를 수입해 판매했으며 이는 전년도 물량인 6000상자보다 30% 이상 줄인 양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수입업체들이 보졸레누보를 통해 와인 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은 업계 발전에 이로운 일이긴 하지만 지속적인 와인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과연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보졸레누보 출시 때만 와인을 사는 소비자들이 잠정적으로 와인 고객이 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두산이 올해 판매한 마주앙은 지난해의 약 25만 상자와 거의 같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입 와인이 판을 치고 있는 실정에서도 국산 와인의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산주류BG측은 내년부터 마주앙 관련 마케팅을 보다 확대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맛과 질에서 외산 와인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국산와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국내 와인 업계 1위인 우리의 사명"이라고 회사측의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제 보졸레누보는 초등학생들도 한 번쯤 들어본 외래어가 됐다. 이 정도면 이제 국산 와인 시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수입 와인에 치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산 와인 업체들이 허다한 실정임을 업체들은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두산주류BG가 와인 업계 1위를 고수할 수 있는 원동력은 외국에서 잘 나가는 와인을 수입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밑바탕에 국산 마주앙이 버티고 있음을 다른 와인 수입업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