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간편한 ‘즉석밥’ 비상식서 누구나 즐기는 일상식
[특집]간편한 ‘즉석밥’ 비상식서 누구나 즐기는 일상식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7.30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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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늘면서 연간 35% 고성장…올해 5000억 예상

상온 즉석밥이 집밥의 식문화를 바꾸고 있다. 가정에서 즉석밥을 쌓아놓고 있는 모습은 이제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국민 식생활의 일부가 됐다. ‘비상식’에서 ‘일상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즉석밥 시장 확대는 1인 가구 증가세와 밀접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국내 1인 가구의 비중은 27.2%. 1990년 9%에서 급격히 증가하며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추세를 반영하면 2035년에는 우리나라 가구 3곳 중 1곳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가구의 변화는 식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즉석밥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용식시장 절대 강자인 컵라면의 자리까지 위협할 정도라고 한다. 특히 2011년 이후 6년간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이 약 10% 이상 줄어든 것에 비해 즉석밥 시장은 연평균 35%씩 늘어났다. 관련 시장 규모도 4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1년 1290억 원 규모의 즉석밥 시장은 2015년 234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더니 2016년 3150억 원, 2017년 4010억 원(업계 추정치)을 달성하며, 지난 6년간 연평균 35% 성장해왔다. 올해는 5000억 시장이 예상되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즉석밥 출시 초창기에는 집에 밥이 없을 때 비상식이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은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일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여기에 1인 가구의 증가, 여성의 사회 진출 등 시대가 변화하면서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J제일제당 부산 영동공장의 햇반 생산라인 모습.
△CJ제일제당 부산 영동공장의 햇반 생산라인 모습.

이러한 즉석밥의 성장은 CJ제일제당 ‘햇반’과 역사를 같이 한다. 1996년 12월 ‘햇반’이 출시되며 즉석밥 시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햇반’은 작년에만 3억3000만개를 판매되며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3억개를 돌파했다. 누적 판매량은 20억개를 넘어섰고, 작년 한해 CJ제일제당이 ‘햇반’으로만 벌어들인 매출은 3200억 원이다. 시장점유율은 75% 이상에 달할 정도로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즉석밥의 탄생은 대부분 ‘햇반’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냉동이나 레토르르 방식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지만 ‘밥맛’을 구현하기 어려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1989년 정백미로 밥을 지어 감압 상태에서 탈수해 수분율 5% 이하로 건조한 알파미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바로 밥이 되는 편리함을 갖췄으나 맛 평가에서 불합격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은 동결건조미로 재도전했다. 제품 복원력은 우수하지만 동결을 거치면서 조직구조가 나빠져 쉽게 부스러지는 문제를 안고 있어 포기해야 했다.

두 번의 실패를 거듭한 CJ제일제당 연구팀은 세 번째 도전에서 일본 제품을 벤치마킹해 무균포장 방식에서 힌트를 얻었다. 무균 포장이란 반도체 공정 수준의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를 이용해 밥을 포장하는 기술이다. 균이 전혀 없기 때문에 보존료 없이도 상온 보관이 가능한 방식으로, 집에서 지은 밥맛을 구현하는데 효과적이다. 20여 년이 지금 지금도 국내에서 무균 포장을 하는 곳은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동원F&B 세 곳뿐이다.

개발비 100억 원을 투자해 ‘무균포장밥’ 제품 개발에 들어간 CJ제일제당은 전국 미곡처리장을 누비며 쌀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가장 좋은 평가가 나온 경기 이천 쌀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1996년 12월 국내 최초 상온즉석밥 ‘햇반’이 탄생했다.

‘햇반’이 출시되던 1996년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있어 밥은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었다. 밥을 만들어 판다는 것은 특별한 뉴스거리가 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이 소비자들에게 제시한 최초의 소구점은 바로 ‘비상식’이었다.

아이들이나 남편 친구들이 집에 갑자기 들이닥쳐 밥이 모자랄 때 이를 해결하는 아이템으로 ‘햇반’을 내세웠다. 2000년대 이후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고 즉석밥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비상식이 아닌 ‘일상식’으로의 접근이 시작됐다.

이 시기 오뚜기, 동원, 농심 등 경쟁사들도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규모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햇반’ 제대로 된 밥맛 구현…무균포장방식으로 대중화
오뚜기 동원 농심 등 경쟁사 참여로 시장 급속 확대
잡곡밥은 맛에 영양까지 갖춰…즉석밥 전성 시대

시장이 경쟁 체제를 구축하면서 CJ제일제당은 백미 외에 오곡밥(97년), 흑미밥(01년), 발아현미밥(03년), 찰보리밥(06년), 100%현미밥(14년), 슈퍼곡물밥(15년), 매일잡곡밥(18년) 등 다양한 잡곡밥 제품을 출시해 시장 변화를 주도해왔다.

오뚜기, 동원 등에서도 잡곡밥을 일제히 내놓으며 즉석밥이 맛은 물론 영양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CJ제일제당은 한발 더 나아가 2009년 단백질 함유량이 일반 ‘햇반’ 제품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햇반 저단백밥’을 내놓았는데,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선천성 대사질환자를 위한 기능성 제품이다. 2013년에는 6년 연구개발 끝에 ‘햇반 식후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을 개발,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상품밥 시대도 열었다.

타깃 역시 출시 초기 35~45세 주부에서 젊은 직장인, 싱글족, No-kids 부부 등 조금 더 어린 세대까지 확대하며 즉석밥 전성시대를 구축했다.

즉석밥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기대된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며 즉석밥 전체 시장 10분의 1에 불과한 잡곡밥 시장도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즉석밥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정 내 침투율은 30% 미만에 불과하다”며 “가정 내 침투율이 50% 이상 올라간다면 현 시장보다 2~3배 이상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즉석밥 시장의 성장세는 ‘컵밥’으로 불리는 상온복합밥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 따르면 상온복합밥 시장은 2015년 340억 원에서 2016년 554억 원으로 늘었다. 유통기한이 상온에서 8~9개월에 달해 젊은 남성층 사이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 CJ제일제당 ‘햇반’

70%대 점유율 1위 상품밥…올 매출 4000억
맛·포장 등 R&D로 성장 주도…밥향에 도전

즉석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햇반’이다.

1996년 12월에 출시된 ‘햇반’은 20년 넘게 국내 상품밥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작년 매출 3200억 원을 올리며 출시 첫 해와 비교해 매출이 7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성장세는 가파르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한 1900억 원을 기록했고, 판매량도 2억 개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햇반’ 매출 목표를 4000억 원으로 책정해 누적 매출도 1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점유율도 70%대를 차지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CJ제일제당은 올해(5월 누계) 상품밥 시장에서 전년대비 6.7%P 상승한 76.1% 점유율을 차지했다.

물량이 늘어나자 CJ제일제당은 기존 햇반 공장인 부산 영동공장 외에 오는 10월 충북 진천 식품통합생산기지에 신규 햇반 공장을 갖출 예정이다. 하루에 햇반을 15만개 생산할 수 있는 2개 생산라인이 오는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하고, 연내에 1개 라인이 추가되면 현재 햇반 물량의 1.4배 이상을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러한 ‘햇반’의 성공은 압도적 R&D역량과 혁신기술이 기반이 됐다. 대표적인 R&D 경쟁력으로 ‘당일 도정’을 꼽을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06년 ‘3일 이내 도정한 쌀’로 국내 즉석밥 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데 이어 2010년부터는 업계 유일하게 당일 도정한 쌀로 ‘햇반’을 생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햇반’ 누적 판매 3억개 돌파를 기념해 출시한 한정 제품.
△CJ제일제당이 ‘햇반’ 누적 판매 3억개 돌파를 기념해 출시한 한정 제품.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쌀은 도정을 하는 순간부터 수분함량이 떨어지며 밥맛이 떨어지는데, ‘햇반’은 자체 도정 설비를 도입해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무균화 포장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무균화 포장을 거친 완제품은 균이 전혀 없기 때문에 보존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도 장기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고 신선한 밥맛을 낼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포장기술 역시 밥을 담는 그릇이 3중 재질로 돼 있고, 뚜껑 기능인 비닐 덮개는 서로 다른 4중 특수 필름지를 사용해 공기의 투입을 차단,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인체에 무해하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생산 공정도 까다로워 ‘햇반’은 총 6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 완성된다. 원료인 현미 햅쌀의 깨짐을 방지하기 위해 저온 보관하며, 시간 경과에 따른 신선도 저하를 방지하고자 도정 후 하루 내 생산한다.

자가 도정 시스템을 거친 후에는 쌀 씻기 설비를 통해 쌀을 손으로 문지르듯 씻어내고, 산소를 제거한 뒤 쌀 내부에 균일하게 수분을 흡수하도록 도와주는 탈기수를 사용, 쌀을 침지시켜 일정한 밥맛을 내게 한다.

이후 고온·고압 상태에서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유지해 균일한 밥맛을 유지시키고 만들어진 밥은 반도체 공정 수준의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를 이용해 무균화 진공 포장된다. 포장을 마친 ‘햇반’은 집에서 밥을 뜸들이는 원리와 유사한 증숙 단계와 품온을 낮추기 위해 냉수에 제품을 침지하는 냉각공정을 거친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중으로 밥을 지을 때 나는 구수한 밥내음을 그대로 구현한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갓 지은 밥맛’을 넘어 ‘밥향’까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농진청과 밥 본연의 구수한 향을 살릴 수 있는 쌀 품종을 공동 개발했다. 또한 저칼로리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곤약쌀로 칼로리를 낮춘 신제품 개발도 한창이다.

■오뚜기 ‘오뚜기밥’

클린룸서 생산…우주식으로 선정 기술력 입증
소스와 짝 이룬 20여 종 세트밥…2위 올라

지난 2004년 즉석밥 시장에 진출하며 순수밥은 물론 소스와 짝을 이룬 20여 종의 다양한 세트밥을 선보였다. ‘오뚜기밥’은 맛과 품질,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 구성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공고히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1100억 원(컵밥 포함)이며, 올 상반기 600억 원에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5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뚜기밥’은 전국 우수 산지의 원료 쌀을 자체 엄선해 생산하고 있다.
△‘오뚜기밥’은 전국 우수 산지의 원료 쌀을 자체 엄선해 생산하고 있다.

‘오뚜기밥’은 무균화 클린룸에서 생산해 상온에서 장기 보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08년에는 우주식으로까지 선정될 정도로 제품의 품질·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원료 쌀은 매년 전국 우수 산지에서 오뚜기만의 20가지 기준으로 엄선해 50년 쌀가공기술 노하우로 밥맛을 구현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밥은 매년 휴가철 판매가 증가하는 만큼 올해도 전국 주요 대형마트에서 바캉스 행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원F&B ‘쎈쿡’

영양 많고 기능성 지닌 고성장 잡곡밥에 주력
초고압공법 제조 차지고 부드러운 맛에 살균

동원F&B는 ‘쎈쿡’을 앞세워 잡곡밥에 주력하고 있다. 잡곡밥 시장은 즉석밥 전체 시장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55억 원 수준이지만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잡곡밥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즉석 잡곡밥 시장은 지난 2014년에 비해 작년 약 25% 성장했다.

동원F&B는 시중 즉석 잡곡밥들이 가정에서 먹는 잡곡밥보다 잡곡 비율도 낮고 식감도 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 자체 기술력인 ‘초고압공법’과 ‘가마솥공법’을 적용했다.

‘초고압공법’은 곡물에 순간적으로 최대 3000기압(압력밥솥의 약 2500배)의 압력을 가해 곡물 내부에 수분을 침투시켜 곡물을 차지고 부드럽게 만드는 공법이다. ‘가마솥공법’은 가마솥과 유사한 설비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최대 130도, 1.3기압)으로 밥을 지어 식감을 제어하기 힘든 잡곡밥을 부드럽게 짓는 공법이다.

맵쌀(백미)에 비해 여러 층의 외피로 두텁게 쌓여있는 잡곡의 경우 일반 공정으로는 미생물을 제거하기 힘들 뿐 아니라 거친 식감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중 즉석밥 제품들은 미생물 제거를 위해 ‘미강추출물’을 첨가하며 잡곡에 맵쌀을 섞는 방법 등을 통해 식감을 보완하고 있다.

△동원F&B는 상품밥도 건강하게 즐기려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잡곡밥에 집중하고 있다.
△동원F&B는 상품밥도 건강하게 즐기려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잡곡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동원F&B는 ‘초고압공법’ ‘가마솥공법’ 기술을 통해 첨가물 없이 영양소가 풍부한 100% 잡곡과 물만으로 몸에 좋은 잡곡밥을 부드럽고 차지게 만들었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해 탄생한 것이 ‘쎈쿡 100% 잡곡밥’이다.

2015년 119억 원의 매출에서 2016년 149억 원, 작년 146억 원을 올렸다. 올해는 157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인구가 점점 고령화됨에 따라 영양이 풍부한 즉석밥 제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어 기존 백미밥 및 백미에 잡곡을 일부 섞은 혼곡잡곡밥 중심 시장에서 100% 잡곡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저당, 고단백, 항산화 등 기능성이 강화된 100% 잡곡밥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온즉석밥 시장점유율 현황(단위 : %)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5월 누계)

CJ제일제당

65.2

65.4

66

67

69.4

76.1

오뚜기

23

24.1

26.2

29.1

27.8

22.7

*자료:링크아즈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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