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업계 ‘발포주’로 수입맥주와 일전
맥주 업계 ‘발포주’로 수입맥주와 일전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8.08.14 0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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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세 취소되자 제조 원가 낮춰 세금 줄인 제품으로 만회 나서

‘가성비’가 현대인의 소비 키워드가 되면서 주류업계가 맥아 비율을 줄여 부과 세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만든 ‘발포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기재부가 기존 맥주 ‘종가세’ 체제를 ‘종량세’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과세부담을 줄이지 못한 업계가 제조비용을 줄여 비교적 저렴한 수입맥주에 대비책을 세우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료=하이트진로

‘발포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로, 일반 맥주(맥아 함량 70% 이상)보다 주세가 낮아 값이 저렴하다. 발포주는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돼 일반맥주(주세율 72%)보다 낮은 30%의 주세율을 적용받으며, 교육세도 기존 맥주와 달리 30%가 아닌 10%가 부과된다.

‘발포주’의 인기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장기 침체를 겪던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발포주는 기존 맥주제조공법에 원료비중을 달리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은 동일하게 유지해 일본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이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016년 일본 내 맥주 및 발포주 시장은 발포주 발매 직후인 1995년 대비 80% 수준으로, 이 중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50.5%, 발포주와 제3맥주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49.5%였다. 최근에는 발포주와 제3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맥주 비중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있다. 상품도 다양해져 현재 일본에서 살 수 있는 발포주만 50종이 넘는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일본시장에 2001년부터 일본으로 발포주와 제3맥주를 수출해 온 노하우를 살려 작년 4월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를 출시했다. 현재까지도 ‘필라이트’는 국내 최초, 유일의 발포주 제품으로 시장을 독점, 출시 1년 3개월만에 3억 캔이 팔렸다.

이 기세를 몰아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기존 제품에 홉 배합을 달리해 향과 잔미를 최소화한 ‘필라이트 후레시’를 출시했다. 필라이트 후레쉬도 출시 72일 만인 지난달 6일 3000만캔(355㎖ 캔 환산기준) 판매를 돌파해 브랜드 대세감과 인기를 이어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발포주 시장을 개척한 필라이트가 2억캔 판매 돌파의 여세를 몰아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라며 "기존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번 신제품도 우수한 품질력과 가성비로 수입맥주와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시리즈로 승승장구
1위 오비맥주 시장 확대에 참여로 전환
기존상품 대체재…레귤러 시장 잠식 우려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 시리즈의 인기로 레귤러 맥주 업계 1위인 OB맥주도 시장에 도전한다고 발표하면서 국산 발포주 시장의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필라이트의 인기 때문일까.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국내 발포주 시장에 전격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오비맥주 측은 "올해 안에 맥아 비율 9%대, 알코올 도수 4.5도짜리 발포주를 출시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며 "맥아 가격대, 제품명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OB맥주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공장에서 발포주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 발포주는 새로운 제품군이라기 보다 기존 맥주와 구분되지 않고 유통되며 대체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업계는 발포주 시장의 확대로 레귤러 맥주 시장이 잠식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오비맥주 ‘카스’가 자사 발포주 신제품에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1년여 간 발포주 신제품 출시에 망설였다는 것이 업계의 추측이다.

그러나 결국 올해 상반기 수도권 일부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 체인에서 필라이트가 카스를 앞지른 곳까지 생겨나자 전략을 바꾸게 됐다.

롯데주류는 발포주 신제품 출시보다는 작년 필라이트에 대응해 내놓은 ‘피츠 수퍼클리어’를 주력으로 삼는 전략이다. 지난 1년간 피츠는 누적판매 약 1억 5000만병을 달성했다. 하지만 향후 발포주 생산 업체들의 경쟁 상황, 관련 시장 성장 등 요인으로 전략이 바뀔 가능성은 다분하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발포주가 레귤러 맥주의 대체재로 인식되면서 결국 발포주 시장의 확대로 기존 맥주의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카니발리즘’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국산 발포주 시장이 커지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수입맥주에 불리했던 가정용 시장에서 국산 맥주들의 경쟁력도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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