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추장 등 식품 표시 ‘꼼수 마케팅’ 여전
[기자수첩] 고추장 등 식품 표시 ‘꼼수 마케팅’ 여전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8.2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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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김승권 기자
△김승권 기자

‘웰빙’은 식품업계의 오래된 홍보 전략이다. 먹고 살만해진 이후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고령화 시대의 심리를 반영한 결과다. 대형마트를 가면 ‘슈퍼푸드 코코넛오일을 넣은’ ‘우리 쌀로 만든’ 등의 키워드가 식품 패키지에 적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언뜻 보면 건강한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세히 살펴보면 이것이 기업의 교묘한 '꼼수 마케팅'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품 후면의 원재료 정보를 유심히 보면 일부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A사의 커피믹스는 제품 표면에 ‘코코넛 오일 사용’이라고 큼직하게 썼지만 코코넛오일 원물을 그대로 쓴 것이 아닌 식물성 경화유지(프리마)를 만들며 유지의 30%만 코코넛오일을 쓴 것으로 확인된다.  

식물성 경화유지는 식물성 기름을 쇼트닝 같은 고체로 만든 포화지방산이다. 포화지방산을 많이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져 지방간,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발표한 ‘고추장의 표기 및 영양성분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는 고추장 중 소비자 혼란 표기를 일으키는 제품은 상위 제품 중 20%가 넘는다. 

먼저 '원조' '100%국내산' '판매 1위' 등의 표기가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만들었다고 소비자시민회의 측은 지적했다.

B사의 태양초고추장 제품의 경우 제품 전면에는 태양초 11.3%라고만 표기되어 있지만 이 중 9.3%가 중국산이고 국산은 2%에 불과하다. 

원산지 함량 표시에서도 ‘중국산’ 표기 뒤에 바로 9.3%를 표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성분을 다 적은 후 9.3%를 표기해 혼동을 유발한다고 시민회의 측은 주장했다. 제품명에 ‘우리쌀 고추장’ ‘신토불이 고추장’ 등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합원재료에 대한 표기도 제각각이었다. 표시기준에 따르면 여러 재료를 함께 사용했을 시 '복합원재료'를 표기하게 돼 있다. 소비자시민회의는 상당수 제품이 '복합원재료' 대신 '고추양념' '고추장' '혼합양념'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식품업체들은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기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품 성분이나 함량, 원산지 등을 법의 원칙에 어긋남 없이 표기했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법에 따라 복합원재료 사용 시 상위 5개 원료 명을 제품에 표기해야 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원료를 표기한 것"이라며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을 살펴봐도 농수산물 가공품 원료에 대하여 원산지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관행상 이런 표기가 법적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많이 않은 것이 사실이다. ‘꼼수마케팅’이 논란이 된 적은 많았지만 명확하게 책임 판결이 난 법적 판례가 많지 않다. 때문에 상위 제품 중 20%가 넘는 제품에서 의도 혹은 비의도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터. 

하지만 식품위생법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표시·광고'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혼동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철저히 금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업체가 ‘꼼수 마케팅’의 의도가 없더라도 관련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법의 기준이다. 이런 기준은 변한 적이 없다. 헌법에서 명기된 것처럼 여전히 처벌의 기준은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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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2018-08-30 13:47:08
양아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