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잃은 농식품 예산…‘식품’ 해마다 줄여 “진흥·육성 의지없나”
균형 잃은 농식품 예산…‘식품’ 해마다 줄여 “진흥·육성 의지없나”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8.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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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954억 이어 내년 6900억…2년 연속 7000억 선 무너져
세계 시장 진출 위한 미래 먹거리·고부가기 제품 개발 차질

내년 농식품부 소관 예산 및 기금안 규모가 올해보다 1484억 원 증액된 14조6480억 원으로 편성됐으나 정작 식품예산은 올해보다 0.8%(54억 원) 줄어든 6900억 원에 그쳤다. 2년 연속 7000억 선이 무너진 것이다. 농식품부 전체 예상 비중도 4.7%로 올해보다 낮아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식품시장을 겨냥한 4차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을거리, 고부가가치 식품 육성 등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식품예산은 지난 2014년 854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5년 8397억 원, 2016년 8203억 원, 2017년 7478억 원, 올해 6954억 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욱 감소돼 지난 2014년과 비교해 23.7%가 줄었다.

앞에선 식품산업 진흥·육성을 외치면서 정작 예산을 줄여나가는 정부의 이중적인 행보에 식품업계가 식품산업 진흥·육성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첨단기술을 탑재한 식품산업 진흥·육성이 시급하지만 농식품부의 정책 플랜에는 농업만 있고 식품·외식산업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식품산업은 내수시장 포화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연적인데, 경쟁력을 갖출 기능성 식품, 고부가가치 식품 등 개발에 미온적인 정부 태도를 봤을 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내년 식품산업 예산 중 천연식품 첨가제 등 미래형 식품 기술개발을 위한 비용으로 56억 원에 불과하고, 곤충 등 고부가가치 식품 개발 R&D는 올해보다 41억 원(1.8%) 증가에 그쳤다.

또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식품벤처와 청년 일자리 산실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정작 예산은 80억 원가량 늘어 난 203억 원이다. 심지어 농축산물 안전성·품질 관리 체계 마련을 위한 예산은 올해와 동일하다.

그나마 우수한 우리 식품의 계승·발전을 위해 차세대 식품명인 전수자 발굴·양성을 위한 전수금 3억 원을 예산으로 책정한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반면 청년 창업농 종합 지원체계 구축에 1조2949억 원, 첨단 기술 융합 스마트농업 확산에 5642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농업 진흥 육성에만 예산이 올해보다 53.7%가 오른 것이다.

특히 인건비, 경비 등이 포함된 기타 예산은 올해보다 4.3%(4620억 원)가 증가돼 국가 기간산업으로 불리는 식품산업을 더욱 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김재민 농식품부 기획재정담당 서기관은 “국가 조성사업으로 계획했던 국가산채식품클러스터 사업의 미흡한 성과로 예산이 감소했고, 식품사업 보조금 및 사업평가 부분에서도 미진해 54억 원이 줄었지만 내년 식품예산 중 식생활 사업 관련 예산 68억 원이 유통국으로 이관된 만큼 실질적 식품예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성우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장은 “당초 기재부에 식품예산으로 7300억 원 이상을 제시했으나 중소기업벤처부에나 필요한 식품예산을 농식품부에서 요구한다며 오히려 예산을 삭감하려해 현상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드 등 여파로 당초 계획했던 수출 목표 등이 재정 목표에 달성하지 못해 이러한 부분에서 예산이 줄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과장은 “식품 R&D는 일몰사업으로 내년 예산이 감소했지만 작년과 올해 추진한 R&D사업을 수정해 내년에는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할 것이며, 향후 식품 R&D는 기존 우리 농산물 활용 기능성 소재 중심에서 벗어나 소재, 첨가물 등 혁신식품 기술로 변화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복지부에서 추진하는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사업처럼 그동안 식품 관련 산학연 등에서 개발한 숨어 있는 기술을 기업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내년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식품 기술 거래 지원사업을 신규 편성했다”고 말했다.

내년 농식품부 예산 및 기금안은 올해 말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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