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만난 ‘냉동(冷凍)식품’의 성장과 미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26)
때를 만난 ‘냉동(冷凍)식품’의 성장과 미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26)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9.0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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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증가로 냉동 간편식 시장 팽창
냉장고 덕분에 신선도 유지…과신은 금물

미국 시장분석업체 RBC 캐피탈 마켓에 따르면 ‘냉동식품’의 증가세가 무섭다고 한다. 과거 냉동식품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어 꺼리던 소비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이 서서히 생각을 바꾸고 있고 냉동 간편식을 찾는 1인 가구 증가세 덕분에 냉동식품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냉동밥, 냉동만두, 냉동피자의 인기가 높고, 최근 들어서는 냉동 과채류와 냉동안주, 가정간편식 시장도 급팽창 중이라고 한다. 미국 또한 가정간편식 시장의 70%가 냉동식품이라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과거 냉동식품은 인기가 없었다. 유통기한이 길어 품질이 의심됐고 해동 시 맛과 조직감도 떨어졌다. 기름을 절약하기 위해 식품 운반트럭 조차 냉동기를 자주 껐던 부정적 뉴스들도 크게 한몫했다. 그러나 요즘 마트에 가보면 ‘냉장(冷藏)·냉동(冷凍)식품’ 코너가 점점 커지고 있고, 가정에도 이를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에 냉장·냉동고 2~3대는 기본이 됐다.

인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확보한 식량을 비축하고 보존해 온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은 단연 ‘저온저장’이다. 미생물의 번식과 효소작용을 정지시켜 식품의 부패와 변질을 막는 원리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식품을 차게 보관하면 장기간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냉장·냉동고로 대표되는 저온저장은 초기 육류, 해산물, 우유, 농산물, 와인, 맥주 등 저장성이 약해 쉽게 부패, 변질되는 식품 위주로 활용되다가 점점 과일, 채소, 도시락 등 신선편의식품으로 발전하더니 요즘은 케이크나 빵까지 확대돼 그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천년 무렵부터 얼음을 지하실에 보관하며 음식을 저장했었고, 우리도 신라시대 석빙고, 조선시대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다. 하지만 식품을 단순히 눈이나 얼음에 싸두는 것이 전부였다.

서양에선 산업혁명에 따라 저온저장에 혁신적 변화가 일어났다. 1830년 영국의 제이컵 퍼킨스가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압축기 특허를 출원하면서 천연 얼음의 시대는 끝을 맺는다. 압축시킨 에테르나 암모니아가 냉각 효과를 내면서 증발했다가 응축되는 원리인데, 오늘날 프레온가스 냉매 냉장고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인공적인 저온을 이용한 냉동은 1838년 미국 글로스터에서 잡은 생선을 냉동·보존한 것이 최초라고 한다. 19세기 말부터는 배에 냉장고가 갖춰지면서 세계 전역으로 쇠고기가 운반됐고, 프랑스 와인도 차게 보관됐다. 초기에는 냉동제품의 안전성이 의심받아 대중적으로 성공하는데 큰 애로를 겪었다고 한다.

가정용 냉장고가 1925년 미국에 출현하게 되면서 가정에서도 신선한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됐다. 매일 장을 볼 필요도 없고, 사시사철 신선한 과채류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냉장고는 식중독이나 음식 유래 질병의 발생률을 낮추고 백신과 같은 의약품의 저장성도 크게 향상시켜 인류 수명 연장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최근엔 유통과정 중 콜드체인이 보급돼 전자상거래(e-commerce), 배달산업 활성화에 편승해 식품 안전성 확보와 농수축산물 수요 확대 등 식품산업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냉장·냉동고도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잠시나마 지연시켜 줄 뿐이지 영원하지는 못하다. 즉 온도를 낮춤으로써 생명체 반응속도를 늦춰 품질변화를 최소화하는 원리다. 식품의 보관법은 대부분이 냉장이다. 냉동고 또한 미생물의 증식을 막아 부패를 방지해 주지만 지방의 산패나 갈변 등 변질을 막지는 못해 음식을 영구히 보존하지 않다.

또한 냉동식품은 해동되면 냉동 시 손상됐던 조직이 연화되고 수분이 흘러나와 미생물의 번식이 용이해 오히려 부패가 더 빨리 진행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해동된 냉동식품은 생물에 비해 안전성에 취약해 가능한 한 신속히 다루고 빨리 먹어야 하며 재 냉동을 법적으로 금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이렇듯 냉장·냉동고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음식의 저장법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과신해서도 안 된다. 해동·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되며, 냉동식품도 생물학적 해(害)는 없지만 지방의 산패 등 화학적 변질이 가능하니 항상 유통기한을 준수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만 보관하며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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