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상향 ‘반쪽 혜택’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상향 ‘반쪽 혜택’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9.0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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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농산물 이용 많은 쌀가공식품·김치·막걸리 등 식품업체엔 '그림의 떡'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세금 부담 완화 방안으로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법인사업자 기준)종전 35%에서 40%로 확대했지만 정작 우리 농산물 이용도가 높은 쌀가공식품, 김치, 막걸리 등 중소식품업체에선 별다른 혜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2일 당정협의를 통해 올 하반기 신고분부터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를 5%p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현재 104분의 4의 의제매입세액 공제를 받고 있는 쌀가공식품 업계 등 중소 식품제조기업은 세금 완화 5% 확대에 대해 긍정적 효과를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상 혜택이 없어 “기재부 말장난에 놀아났다”는 하소연이 대다수 반응이다.

반면 음식업의 경우 연매출액 4억 원 초과는 108분의 8을, 4억 원 이하는 109분의 9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이번 지원대책으로 6만2000명이 1인당 평균 100만 원의 세금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식품제조 업계가 외식업종과의 형평성 부분을 지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내놓은 정책은 음식업자영업자 등에만 혜택이 집중돼 최저임금 인상 등 힘든 여건 속에서도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 중소기업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산업이 발전하려면 중소기업을 육성해 허리를 든든하게 해야 하는데, 현 정부의 정책은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오히려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라고 성토하고, 음식점업과 마찬가지로 중소 식품제조업체도 공제율을 108분의 8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지원대책의 골자는 법인사업자의 경우 면세농산물 구입가액이 매출액의 40% 이상일 경우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쌀가공식품을 제조·판매하는 A 기업(법인)는 상반기 매출액(과세표준) 5억3500만 원으로 대상액 한도액 40%를 적용할 경우 2억1400만 원(①)이나 면세농산물 당기매입액이 1억2840만 원(②)으로 ①과②의 금액 중 적은 금액이 공제대상금액이기 때문에 면세농산물 당기매입액에 공제율(104분의 4)을 적용해 의제매입세액을 공제받아 이번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중 세금부담 완화 혜택은 거의 없다(표 참조).

본지에서 쌀가공식품업체 10곳을 취재한 결과 면세농산물 구입가액은 매출액(과세표준) 기준 평균 26~27%에 그쳤다. 상황은 김치제조 업종도 마찬가지며, 특히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공제한도가 법인사업자보다 높기 때문에 전혀 혜택이 없다.

면세 농산물 매출액의 30% 미만…세금 경감 없어
최저임금 인한 인건비 부담·인력난에 허리 휠 지경
음식점업과 동일한 공제율 108분의 8로 높여야

반면 중소식품제조업체에서 주장하는 108분의 8의 공제율을 적용할 경우 A 업체는 공제대상세액이 기존 493만8000원에서 987만6000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상향된다.

업체 관계자는 “식품제조업 원가구조 특성상 대부분 면세농산물 당기매입액 비율이 매출액 기준 30% 미만이어서 5%p로 올랐다고 세금 완화 효과는 전혀 없다. 공제한도를 90%까지 상향 조정한다고 해도 혜택이 전혀 없으니 의미 없다”며 “정부가 중소식품제조업의 실질적 세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공제율을 상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업계의 건의사항을 수용해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상향 조정에 따른 비용 편익분석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준비하며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재부에 중소 식품업체 공제율을 상향 조정해 줄 것을 꾸준히 요청하고 있지만 기재부 측에선 식품제조업의 경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외식업과 달리 B2B 판매로 거래가 이뤄져 부가가치세로 세금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공제율은 외식과 동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면 식품제조업의 B2B, B2C 거래 내역을 구분해 제출하라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공제 한도를 높일 마음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쌀가공식품협회 역시 기재부를 방문해 의제매입세액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공제율 상향 조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중소식품제조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을 겪는 등 나날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이러한 업계 현실을 정책에 반영해 중소식품제조 기업이 세수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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