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주년 특집Ⅰ]‘FSMA’ 대응에 분주한 대미 수출 국내기업
[창간22주년 특집Ⅰ]‘FSMA’ 대응에 분주한 대미 수출 국내기업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9.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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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에 3위 수출국…CJ 대상 오뚜기 등 PCQI 인증·전문가 선임
오는 17일부터 미국 역대 최대 규모 식품 개혁이라 불리는 미국 식품안전현대화법(FSMA, Food Safety Modernization Act, 111-353)이 전격 도입됨에 따라 잘나가던 대미 수출 국내 기업들이 분주해졌다. 

2011년 미국에서는 식품질환을 겪는 환자가 6명 중에 1명꼴로 늘어나고 미국 식품 공급량 중 수입산(과일 및 채소류 35%, 수산물 70%)이 20%를 넘어서며 식품안전관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오바마 정부는 2011년 1월 4일 식품안전현대화법 초기법령을 제정했다. 이후 FSMA 법령이 입안예고 절차 등을 거쳐 마련된 2016년 상당 부분 발효 됐으며 오는 17일 미국 기준 소규모업체(Very Small Business, 한국기업 기준에선 CJ 등 대부분 포함)의 예방관리제도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 농림수산식품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수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미국 농림수산식품 수출실적은 작년 기준 약 10억2500만 달러로 2016년 9억5700만 달러보다 7.2% 증가했다.

일본, 중국에 이은 제 3위의 수출상대국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시장은 한국 총 수출액 중 11.2%를 차지하고 있고 품목수 대비 비용으로 따지면 가장 높은 금액을 벌어들이고 있는 중요한 무역상대국 중 하나로 성장했다. 주요 수출품은 라면, 음료, 배, 비스킷 등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거대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 FSMA의 단계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FSMA의 네 가지 큰 카테고리는 △식품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향상 △식품안전문제 감지 및 대응 능력 향상 △수입식품 안전 향상 △기타 조항으로 나뉜다.

미국의 FSMA 식품안전시스템은 식품 공급망의 모든 단계, 즉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관리책임주체를 확실히 하고 생산자-유통업자-가공업자 간에 유기적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각 단계별 적용이 완료돼야 미국 정부로부터 완전한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미 수출 국내 기업이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FSVP(Foreign Supplier Verification Program)가 꼽힌다. FSVP 준수를 위해 기업은 △식품안전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전문가(PCQI, Preventive Control Qualified Individual)를 사업장마다 의무선임하고 △FDA가 승인한 전문 기관에게 받은 인증서를 보유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했다.

연매출 100만 불 이하 소기업 대상 9월 18일부터 시행
내년엔 의도적 오염 방지 발효…식품안전 능력 향상 요구
미국 정부 승인 위해 FDA 검증 프로그램 FSVP 통과 필수

또한 수출업체는 식품방어 계획서를 갖춰야 하는데 관련규칙마다 개별적 시행일이 다르다. 식품 제조업체의 식품예방관리는 오는 17일 시행되고 의도적 식품오염방지는 내년 7월 26일 시행 예정이다. 제3자 인증의 경우 정책국과 기관 등의 준비관계로 시행일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컨설팅 업체 한 전문가는 “해외 공급자는 반입되는 모든 식품 및 생산 업체에 대해 위해요소 분석 및 평가, 위험성 평가, 공급업체의 특성과 식품의 위험성에 따른 적합한 공급자 검증활동 등 FDA의 검증프로그램(FSVP)에 따라 미국 내 식품기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생산, 관리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FSMA 대응 관련 취재 결과, 주요 대미 수출업체들은 차질 없이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FSMA관련해 PCQI 인증 등 준비를 완료했으며 최근 인수한 카히키 등 4곳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맞춤형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FSMA관련해 PCQI 인증 등 준비를 완료했으며 최근 인수한 카히키 등 4곳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맞춤형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 법규와 수출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품질안전팀을 통해 해당 사항을 작년 5월부터 FSVP를 준비해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품안전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전문가를 각 공장 및 사업장에 의무선임하고 PCQI 교육 인증서를 수령해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법인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식품을 수입하고 있는 CJ제일제당 미국법인이 ‘수입자’가 돼 미국수출제품을 생산하는 사내 모든 사업장에 FSMA 준수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를 요구, 이를 검증하게 해 더 효율적인 수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의 FSMA의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하고 있는 FSSC22000 등 GFSI (Global Food Safety initiative) 승인규격을 가지고 있어 이전부터 준비가 많이 된 상황이라고 했다. 

△대상은 품질관리 소속 담당자 8인 모두 PCQI를 이수 및 인증받았고 2차에 걸쳐 진행해 식품안전계획서 표준매뉴얼을 확립해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상은 품질관리 소속 담당자 8인 모두 PCQI를 이수 및 인증받았고 2차에 걸쳐 진행해 식품안전계획서 표준매뉴얼을 확립해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년 전부터 단계적 준비…안전관리 수준 업그레이드
삼양식품 등 FSMA 요구 사항 충족 FSSC 인증 획득

대상은 미국 법인으로부터의 요청으로 작년부터 FSMA에 대응해 오고 있다. 대상은 본사 품질주무부서 주관으로 작년 11월 자사 공장 및 본사 소속 품질관리 담당자 8인의 PCQI 자격 이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지난 2월 미수료 업장에 대한 추가 자격이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PCQI 인증’과 ‘전문가 사업장 선임’을 완료한 셈이다. 

또한 자사공장의 대표 수출 업장으로 선정해 PCQI 교육자격이 있는 인증기관에 FSMA GAP AUDIT을 2차에 걸쳐 진행, 식품안전계획서 표준매뉴얼을 확립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타공장에 전파, 교육을 진행해 식품안전계획서를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식품은 기본 FDA 절차를 수행하고 있고 PCQI 교육 인증과 함께 BPCS(Better Process Control School) 식품 열처리공정 전문가를 사업장에 두고 안전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말했다.

미국 수출 성장세에 있는 국내 라면업계도 FSMA 대응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은 수출 물량의 90%가 미국법인을 통해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대응할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나머지 10%의 국내 생산 물량을 수출하기 위해 PCQI 인증과 전문가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뚜기 또한 FDA 지정 기관인 BSI, 한국SGS 등에서 PCQI 인증을 완료했고 사업장에도 미국 수출 관련 내용을 잘 숙지하고 있는 전문가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미국 법인에서 90% 이상의 물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나머지 10% 물량을 대비해 한국SGS에서 인증및 전문가 선임을 위해 준비중이다.
△농심은 미국 법인에서 90% 이상의 물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나머지 10% 물량을 대비해 한국SGS에서 인증및 전문가 선임을 위해 준비중이다.

불닭볶음면으로 미국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양식품은 2016년 8월부터 FSMA에 대비하고 있다. 2017년 2월 한국SGS에서 PCQI 교육 인증을 받았고 농식품부, 한식연 등에서 FSMA관련 교육도 이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8년 6월에는 원활한 미국 수출 및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제식품안전협회(GFSI) 규격 중 하나인 FSSC 22000 인증도 획득했다고 전했다. 

이런 대응을 바탕으로 식품업계의 미국 시장 내 한국 제품의 활약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수출보다 현지화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제품으로 단순 제품 라벨지만 바꿔 판매하는 것보다 현지 상황에 맞는 제품이 더 잘 팔린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인수한 미국 식품업체 카히키 등 미국 냉동식품 생산기지 4곳에서 다양하고 차별화 한 냉동식품 제조기반으로 현지 입맛에 맞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대상 또한 미국 법인에서 조만간 완료되는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미국에 맞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코셔 및 글루텐 프리 등의 품질인증을 확대하여 품질경쟁력 향상을 통한 매출 증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식품은 미국 한인마켓과 비한인 마켓을 구분한 맞춤형 영업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한인시장은 온/오프라인 광고, 정기행사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내 안정적인 판매기반을 마련하고 비한인 마켓은 현지 두유와의 기능/관능 차별화 및 패키지 현지화를 통하여 현지인이 선호하는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미국 제품 유통을 위한 준비를 차질없이 하고 있으며 텍사스 코스트코, 슈퍼리오 그로서(히스패닉 마켓)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미국 제품 유통을 위한 준비를 차질없이 하고 있으며 텍사스 코스트코, 슈퍼리오 그로서(히스패닉 마켓)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CJ·농심 등 현지 법인 적극 활용…맞춤형 제품 강화
정보 부족…교육·자료집 발간·대응 기관 확대 바라

삼양식품은 수입업체인 UEC(United Exchnage Corporation)를 방문해 FSMA 관련 실사를 완료했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미주 지역에서 불닭과 삼양식품 브랜드 파워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3월부터 텍사스 코스트코,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빌리지’ 등에 삼양라면을 업계 최초 입점 시킨 것을 시작으로 현재 지속적으로 북미 유통망을 늘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삼양식품은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히스패닉을 타깃으로 한 ‘타파티오(Tapatio) 라면’을 LA 기반의 현지 유통업체 UEC에 PB제품으로 공급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슈퍼리오 그로서(Superior Grocers)' 등 미국의 대표적인 히스패닉 마켓 250여 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월 150만개의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미국 수출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서 업계는 “정부의 FSMA 홍보 및 교육 지원 부족”을 꼽았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해당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교육만으로 FSMA를 한 번에 이해하고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위한 공장 개선에도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FSMA를 준수하려면 위해요소 분석과 위해 예방관리를 포함하는 식품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미국에서 각별히 규제하는 첨가물이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입업자들은 대부분 영업을 담당하고 있어 FSMA에서의 FSVP 검증 업무를 단기간에 할 수 있는 QI를 배출하기 어려운 부분도 애로사항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레르기 유발 성분 등 미국 내 사용 불가 원재료가 비공식적으로 생성된 스티커 라벨에 표시되는 경우 해당 제품의 리콜은 물론 추후 당사 수출 제품 전체에 대한 통관에 제제가 가해지는 등 타격이 매우 클 수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미국으로 유통되는 품목 및 라벨 표시를 확인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정부의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구체적인 정부 지원책으로 △미국 수출 기준서 발간 △PCQI 온라인 교육 개설 △전문가 실사 및 방문 교육 △FSMA 관련 대응 기관을 농식품부에서 식약처까지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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