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주년 특집Ⅱ]가맹사업 상생의 길-“신뢰 바탕 ‘상생혁신 모델’ 개발 시급“
[창간22주년 특집Ⅱ]가맹사업 상생의 길-“신뢰 바탕 ‘상생혁신 모델’ 개발 시급“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9.12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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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부-가맹점 새 정부 들어 공정위 갑-을 균형 잡기 과정서 분쟁 다발

작년부터 시작된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며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미묘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번 신경전의 발단은 그동안 언론에서 노출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의 ‘갑질’이 사회적 지탄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작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며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며 프랜차이즈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들여다보면서부터 시작됐다.

공정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10곳 중 9곳에서 가맹점주가 필수품목에 유통마진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맹금을 수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중 3곳에선 유통마진으로만 가맹금 전부를 수취했는데, 해당 물품은 전체 가맹본부 48%에서 배우자, 계열회사 등 특수관계인에 의해 공급되고 있었다. 가맹금 전부를 로열티 방식으로만 수취하는 가맹본부는 6%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은 “가맹시장 혁신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주체는 가맹점주이고, 가맹점주와의 상생 협력이 가맹사업 성공의 절대적 요소”라고 강조하며 관행처럼 여겨지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해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불균형한 힘의 중심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의 일환으로 공정위는 필수품목에서의 차액가맹금 액수 및 가맹본부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수취하는 리베이트 금액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는 가맹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했고, 급기야 필수품목 구매 강요 등 위법을 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 지급까지 내걸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옭죄어 왔다.

이 과정에서 바르다김선생, BBQ, 미스터피자, 본죽, 가마로강정 등 프랜차이즈 업체는 수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전국 bhc 가맹점협의회는 가맹본부의 광고비 횡령, 식재료 납품가 부당 편취 등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옥 bhc치킨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국 bhc 가맹점협의회는 가맹본부의 광고비 횡령, 식재료 납품가 부당 편취 등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옥 bhc치킨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프랜차이즈 자정 혁신안’을 제출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자정 혁신안에는 가맹점 100개 이상인 모든 가맹본부는 자발적으로 가맹점주와 협의해 향후 1년 이내에 대표성이 담보된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고, 브랜드 품질이나 서비스 동일성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물품만 필수물품으로 지정토록 했다.

또한 원산지, 제조업체 정보, 가맹본부 특수관계인의 관여 여부, 판매 장려금 및 리베이트 제공처, 가맹점에 대한 필수물품 공급가격, 필수물품 선정 기준 등을 정보공개서에 담고 가맹점 및 예비창업자가 공개 요청 시 즉각 공개해야 한다.

임영태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프랜차이즈 자정 혁신안은 민과 관(공정위)이 유기적으로 나서 가맹점 부담을 최소화하고 프랜차이즈가 정상적인 산업으로 가는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과정은 결국 로열티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립 땐 공멸…작년 폐업한 본부 956곳으로 사상 최대
‘경쟁력 높여 수익 보장→좋은 서비스’ 선순환 구조 절실
롯데지알에스 등 필수 품목 줄여…로열티제 정착시켜야 

하지만 업계에선 오히려 힘의 균형이 가맹점으로 기울었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음식업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 최저임금 인상, 높은 임대료 문제 등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프랜차이즈산업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대립은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지나치게 가맹점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다각도로 보는 혜안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작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신규 등록한 브랜드를 취소하는 사례가 1000건이 넘어 등록 취소율이 전체 등록업체의 16.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폐업을 한 가맹본부도 956곳에 달한다.

또한 공정위 과징금 판결에 불복한 가마로강정은 행정소송 등을 통해 반기를 드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고, 공정위가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bhc가맹점주들은 본사를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그동안 가맹본부 힘에 억눌려 지내던 가맹점들이 뜻을 함께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며 가맹본부의 부당한 처사에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파리바게뜨·바르다김선생·미스터피자·피자헛 등 가맹점주협의회 31개 단체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를 발족했으며,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별도로 가맹점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공동으로 구매함으로서 가맹점 수익률을 개선하겠다고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은 식자재 구매를 공동으로 구매해 △중간 유통마진 최소화 △유통단계 거래 투명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스스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판단되는 가맹본부를 규탄하는 전국 규모의 집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롯데지알에스는 전국가맹점협의회와 각 브랜드 원·부자재 일부 품목 공급가를 인하하고, 가맹점 필수 구입 품목 비율을 축소하는 협약식을 체결했다.
△롯데지알에스는 전국가맹점협의회와 각 브랜드 원·부자재 일부 품목 공급가를 인하하고, 가맹점 필수 구입 품목 비율을 축소하는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촉발된 것으로,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단계적 노력을 통해 본부와 가맹점 모두가 성장하는 상생혁신형 가맹본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본부는 가맹점을 위해 수익·안전·지속성을 보장하고, 가맹점은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면 매출 또한 증가해 로열티제도도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화두는 ‘상생’이다. 가맹점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해 신뢰를 잃은 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과정에 서 있다.

파리바게뜨는 가맹점 필수물품을 기존 3100여 개에서 2700여 개로 약 13% 줄이고, 가맹점 마진율을 5~7% 높였으며, 뚜레쥬르도 필수품목 300여 개에 대한 공급가를 대폭 할인하고 계약 20년을 보장하는 파격 상생안을 내놓았다.

롯데지알에스도 원·부자재 일부 품목 공급가를 인하하고, 가맹점 필수 구입 품목 비율을 축소했으며, 바르다김선생은 물품 강매 행위 근절 및 브랜드 로열티를 14% 인하, 쥬씨는 가맹점들의 수익증대를 위해 컵과 뚜껑, 컵홀더 등 각종 물품 가격을 분기당 1회 이상씩 인하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중 80% 이상이 영세한 중소기업이다. 사업 초창기 무리하게 가맹점 개설에 본사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한 경쟁력 제고에 소홀한 부분이 있다”고 전제한 뒤 “지금이라도 과거 사업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 가맹점 원가절감을 위한 노하우를 구축하고 고객, 가맹점, 협력업체, 본부가 모두 상생하는 시스템 마련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지금과 같은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불협화음은 불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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