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케익 학교급식 대규모 살모넬라 식중독 사건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28)
초코케익 학교급식 대규모 살모넬라 식중독 사건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28)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9.17 0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림 원료 ‘계란 난백’의 살모넬라균 원인
저온 살균이 문제…비가열 처리법 활용할 때

전국 55개 학교에서 2207명의 살모넬라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HACCP인증업체인 블유원에프엔비가 풀무원 푸드머스를 통해 전국 175개 학교 등 총 190곳에 납품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역학조사 결과 환자 가검물, 학교 보존식, 납품 예정인 완제품, 원료인 난백액에서 모두 유전자 지문 유형까지도 동일한 살모넬라 톰슨균이 검출됐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미국에서도 살모넬라균으로 난리다. 최근 앨라배마와 테네시에서 14명이 살모넬라균에 감염돼 2명이 입원해 6월 25일부터 9월 6일 종이 포장지에 담겨 판매된 앨라배마산 케이지프리 달걀이 리콜됐다.

과거 미국에서는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계란으로 인해 한 해 2000여 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고 5억5000만 개의계란이 회수된 적이 있었다. 또한 미국 내 계란 1만개 당 2개가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있어 2010년 7월부터 5만수 이상 대규모 산란계 양계장에 살모넬라균 검사를 의무화하는 엄격한 관리가 시행되고 있다.

살모넬라균은 전염병균인 장티푸스균, 파라티푸스균과 식중독균인 비티푸스계 살모넬라균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균은 포유동물, 파충류, 조류, 곤충 등 여러 동물의 위장관 내에 존재해 주로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염을 일으키며 간혹 심한 복통과 발열(38~39℃)을 동반하기도 한다.

살모넬라 오염 계란을 충분한 조리과정 없이 섭취할 경우 식중독 위험이 있다. 그동안 살모넬라균 중에서도 혈청형에 따라 살모넬라 티피뮤리움과 인테리티디스균이 주요 식중독 원인이었으나 최근엔 살모넬라 켄터키, 더블린 등이 많이 검출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유전적 상관성 분석 결과 초코케익 크림 원료인 난백으로부터 기인된 살모넬라 톰슨균(Salmonella enterica subsp. Thompson)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건의 발단인 ‘우리밀 초코블리썸케익’ 학교급식 대규모 살모넬라 식중독 사건은 식품안전의 기술적·관리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생물학적 위해인 세균성 식중독은 100% 완전 예방이 불가능하다. 고의성이 없는데다 살모넬라균과 같은 식중독균은 아무리 위생관리를 잘 해도 100% 제어가 어려워 언제든 대규모 식중독사건을 발생시킬 수 있다. 미국, EU, 일본 등 안전관리 최고 선진국은 물론 네슬레, 맥도날드, CJ, 풀무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기업에서도 언제든 터질 수 있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대부분 세균성 식중독은 농수축산물 등 원료에서 유래해 발생한다. 이번 사건도 초코케익의 크림에 사용된 계란이 살모넬라 오염원이다. 결국 제조·유통보다 농장 등 생산단계 안전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원료 유래로 자주 발생하는 생물학적 위해는 반드시 철저한 살균과정을 거쳐야 한다. 초코케익 크림에 사용된 계란 난백은 저온으로 살균됐다고 한다. 살균될 정도의 온도로 가열하면 계란이 익어버린다. 생 계란의 품질과 물성을 유지하며 살균하기 위해서는 비가열 살균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서는 가열과 방사선조사 만을 살균법으로 인정하고 있어 선진국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초고압, 광살균, 플라즈마 등 다양한 비가열 살균법의 활용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넷째 이번 사건은 HACCP 인증업체 제품에서 발생했다. HACCP도 100% 완전무결한 안전관리체계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의무화 정책으로 절반 이상의 농장, 제조업체가 HACCP인증업체여서 확률 상 HACCP업체의 식중독 사건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아직도 상당수 중소식품업체들은 생산성과 비현실적 계획, 불편함 등으로 지정 당시 계획했던 HACCP 프로그램대로 생산·제조·관리하지 않는 관행도 문제라 생각한다.

다섯 째 냉동식품은 냉동상태로, 냉장식품은 냉장상태로 보관·유통되지 않으면 오염된 세균이 급격히 증식할 수 있어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운반 트럭도 ‘냉장·냉동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급식소에서도 해동 시 냉장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방치 또는 오랜 시간 보관하다가 급식했다면 더욱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이번 기회에 냉장·냉동식품 콜드체인 유통시스템의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사람이 하는 감시는 한계가 있다. 과학적 온도감시자인 ‘시간-온도 지시계(Time-Temp. Indicator, TTI)’를 식품포장에 도입해 냉장식품이 보관온도와 유통기한을 벗어나거나 냉동식품이 해동됐을 때 색깔 등으로 경고를 줄 수 있는 이중 감시장치의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 포항시가 미생물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과메기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TTI를 도입해 유통 온도를 철저히 관리하는 사례도 있다.

여섯 째 책임 문제다. 이번 사건은 제조업체, 유통업체, 급식소, 안전관리 당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물론 1차적으로는 살모넬라균이 제품에 오염돼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제조업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제품의 입고 시 검수, 운반, 보관 시 냉동제품의 온도관리를 소홀히 한 유통업체도 책임이 있다. 냉동 케익을 해동해 급식 전 상온에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하다가 제공했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학교급식소에서 냉동케익을 해동해 상온에 적어도 수 시간 보관했거나 혹시 전날부터 상온에 내 놓고 해동·방치했다면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안전관리 당국도 일정 부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HACCP인증업체에서 제조된 제품이고 공공기관인 학교급식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더욱 그렇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