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한류 탄 한국식품 상승세 꺾을 수도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한류 탄 한국식품 상승세 꺾을 수도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9.1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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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1등 못하는 기업·업종은 해외서도 퇴짜”
대기업 빠진 식품 생태계 소비자 포함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손해

생계형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고 대기업의 영업을 제한하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특별법’이 오는 연말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총 73개 대상 품목 중 김치, 두부, 장류, 면류 등 식품이 40%에 달한다. 이를 두고 학계, 업계 등에선 △산업의 국가경쟁력 저하 △일자리 창출 억제 △농가소득 감소 △소비자 후생 감소 등을 지적하며 대-중소기업간 유기적 역할 분담과 협력관계를 구축을 통해 동반 이익창출이 가능한 상생구조를 형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특별법이 본래 목적인 공정한 사회·경제적 토대 마련이 아닌 갈등 증폭과 사회적 통합을 해칠까 우려하고 있다. 13일 개최된 ‘동반성장과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대-중소식품기업 간 합리적인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동반성장과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대-중소식품 기업 간 합리적인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반성장과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대-중소식품 기업 간 합리적인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덕호 정책관
△김덕호 정책관

◇김덕호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소상공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생력·경쟁력 강화에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한다.

단 모든 제도와 정책이 그러하듯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고나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 소비자의 후생, 소상공인 보호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 시행에 앞서 필요한 사항을 꼼꼼히 살펴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과거 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을 때 영세 중소식품기업에서 비용 부담 등 이유로 수입 원료를 선호해 국산 콩 사용량 감소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농가들은 그 때와 같이 장류, 김치 등 타 품목에서도 상황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으로 세계에서 한국식품의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농식품 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공격적인 마케팅과 R&D 투자를 통해 과학화·표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에도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의 동력이 약해져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특별법 지정을 앞두고 여러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심의기준 마련 및 충실한 심의, 타 정책·제도와의 상호 보완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정빈 교수
△임정빈 교수

◇임정빈 서울대 교수=특별법 시행 후폭풍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소비자 후생 감소다. 소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에서 다양하게 제공받는 식품 선택의 기회가 제한되고 품질 저하 우려가 있다. 또한 FTA 등을 통한 국내 식품산업 시장개방 확대 추세에 효과적으로 글로벌 식품과 경쟁하기 위한 방안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대기업과의 경쟁 차단으로 중소식품기업은 경쟁력 제고에 나설 동기가 약해져 초기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신시장 개척이나 시장 활성화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에도 억제 가능성이 높고, 국내산 농산물 원료 사용량 감소에 따른 농가 소득도 감소하며, 매출의 대부분이 대기업 의존적인 중소협력업체의 경우에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적합업종제도가 FTA 등 통상협정 등을 이유로 외국계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국내 기업의 역차별과 시장 잠식 우려도 높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사회적 합의회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지정업종에 대한 소상공인비율, 영세성, 소비자 후생 감소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분석한 후 시행돼야 한다.

업종 선정 기준 모호·신청 남발 우려…국산 농산물 사용 감소
대기업 사업 참여 기회 제한, 외국 기업에 멍석 깔아 줄 수도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하상도 중앙대 교수=이번 특별법의 취지는 동반성장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대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이, 소비자들은 제품 선택권 침해와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중소식품기업은 성장 제한을, 농가는 대량 판매의 기회를 잃게 된다.

적합업종 선정도 모호하다. 먹을거리를 산업화한 것이 식품인데, 자본 없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면 혜택을 받고, 설비를 갖춰 대규모로 대량 생산하면 진출 제한을 받는다. 결국 전체 식품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오히려 걸림돌만 되고 있다.

이는 네슬레, 코카콜라, 맥도날드와 같은 초대형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리 만무하다. 그동안 경쟁력을 갖추며 세계로 진출하려던 CJ제일제당, 롯데, 대상, 농심, 오뚜기, 오리온 등 식품 대기업과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대형 식품 유통사들은 이러한 반 시장적 규제로 성장 사다리가 사라졌다.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과 간극만 점점 커지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는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으려는 이중적 태도를 버리고 큰 것을 얻으면 작은 것을 내줘야 한다는 삶의 이치대로 영세한 중소기업을 살리고 대기업과 국가 경제를 키워나갈 합리적인 상생의 방법론을 재고해야 할 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광호 부회장
△이광호 부회장

◇이광호 식품산업협회 부회장=생계형적합업종을 신청할 수 있는 소상공인단체 인정범위를 회원사 비율을 30%까지 낮춰 신청 남발이 우려된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차 업종을 대표하는 소상공인 단체에 자격조건을 둬 신청 남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신청단체 자격에 적정한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과 소득 향상의 보장을 대기업 사업 참여 기회 제한이 아닌 업종 발전 방안의 수립·시행이 병행돼 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제시했다.

식품은 인체가 섭취하는 특수성을 감안해 소비자 안전성 저하 부작용은 반드시 고려돼야 하며, 국산 농산물 소비 정체·침체 및 저가의 중국산 식재료 등의 국내시장 잠식 가능성 등 산업의 구조적인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

정부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심의기준 적용 시 이러한 품목별 국내 산업의 구조적인 특성을 고려하고, 소상공인과 대기업의 시장현황 등을 면밀히 살펴 관련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란다.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선도기업을 억압하면 시장은 축소되고 가격은 상승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입게 된다. 이번 특별법 시행으로 혜택을 보는 곳은 오로지 국민을 표로 생각하는 정치인들 밖에 없다. 법은 이제 시행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치인들보다는 똑똑한 공무원들이 이를 바로 잡으면 된다. 시행령 만큼은 대-중소기업 모두 ‘윈-윈’하며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박종학 과장
△박종학 과장

◇박종학 중기부 상생협력지원과장=오는 12월 13일 시행에 맞춰 제도 시행에 필요한 하위규정 제정 및 제도시행 기반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내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조건 대기업의 진출을 막기 보다는 시장 안에서 합리적으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힘쓰겠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 우리 기업이 세계 진출 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해결책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보호 취지엔 공감…산업 발전 차원 부작용 최소화를
글로벌 식품기업 나오기 어려운 구조…합리적 상생방안 찾아야

△최준선 교수(좌장)
△최준선 교수(좌장)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좌장)=우리나라 정책을 보면 대부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할 수 있다.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 편중돼 있다.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날개를 펴야하는 시점이지만 국내에서 1등을 못하는 기업이 해외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기업 중 글로벌 기업과 견줄 수 있는 곳이 과연 있는가? 세계 시장을 석권할 토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억압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언주 의원
이언주 의원

◇이언주 바른정당 국회의원=대-중소식품기업의 건전한 시장 경쟁을 제로썸 게임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들 기업은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것이 아닌 공동 산업 발전을 목표로 또 다른 일자리 창출하는 긍정적 요소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소기업을 강자와 약자의 계급혁명으로 판단해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시장에서 잘나가는 기업은 억압하고 어려운 기업을 돕는 것이 경제 민주화는 아니다.

차별받지 않고 억압받는 곳 없이 공정하게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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