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품저장 신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시대
[기고]식품저장 신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시대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10.1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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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이사장(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고려대 명예교수)
△이철호 이사장
△이철호 이사장

학교급식에 공급된 초코케익을 먹고 전국 55개 학교에서 2200여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건강식품의 생산 유통을 표방하는 유명 식품기업이 공급한 제품에 살모넬라균이 오염되어 발생한 사건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HACCP 인증업체인 한 제빵업체에서 생산한 ‘우리밀 초코블라섬케익’으로 원료로 사용한 계란흰자(난백액)에 살모넬라균이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살모넬라균은 동물의 위장관 내에 존재하는 병원세균으로 가금류 특히 계란에 자주 오염되며, 섭취하면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염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장티푸스를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초코케익에 사용되는 계란흰자는 액체상태로 있어야 반죽에 사용될 수 있다. 살모넬라 오염을 막기 위해 난백액을 가열처리하면 단백질 변성으로 굳어지기 때문에 반죽에 사용할 수 없다. 이럴 때 사용하는 식품가공 기술이 비가열 살균법이다. 비가열 살균법에는 보존제 사용과 같은 화학적 처리법과 열 이외의 다른 물리적 처리 즉 방사선, 초고압, 광살균과 같은 저온살균 방법이 있다. 보존제 사용은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하고, 물리적 처리법으로 사용 가능한 것은 방사선조사(irradiation)기술이다.

방사선에 의한 이온화 조사기술은 우리가 공항에서 수화물을 검색할 때 엑스선 투시를 하는 것과 같이 고에너지 파를 투과시켜 해충이나 미생물을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이것은 핵물질 오염이나 유해물질 잔류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첨단 식품저장 방법이다. 향신료나 고가의 식품재료 살균에 주로 사용되며 선진국에서는 수입 열대과실의 검역과정에서 메칠브로마이드와 같은 독성 훈증제 대신으로 사용되고 있다.

방사선 조사 등 비가열 살균 안전하고 효과적
케이크 난백에 사용했으면 식중독 사고 예방
국내선 기술 개발하고도 소비자 반대로 막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소비자들이 방사선조사를 핵물질 오염으로 착각하고 극렬한 반대운동을 벌여 표시제도가 필요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그 사용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수 백 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하여 방사선조사기술의 실용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선진국 수준의 조사시설을 갖춘 민간기업도 설립되어 있다. 그러나 잘못된 소비자운동으로 이 모든 노력과 투자가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방사선조사 시설을 갖춘 기업들은 의료용품의 살균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거대한 식품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식품과학을 공부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냉동식품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사회는 열에 민감한 각종 고급식품들을 소비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서 부터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 까지 제조공정에서 열처리를 할 수 없는 신선식품들을 장기간 저장하고 유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저온 살균 기술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빵케익 등 저온 유통식품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심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는 잘못된 오해와 편견으로 만들어진 불안감이 우선인지 과학적인 합리성에 근거한 과감한 신기술의 수용이 우선인지를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정부가 선택해야 할 때이다.

방사선조사식품은 냉동식품에 이어 다음세대가 누릴 21세기 우주시대 식품이다. 냉동기를 돌리기 위해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고 얼은 식품을 녹인 후 조리해 먹어야 하는 냉동식품과는 달리 포장된 한 끼 식사를 방사선을 쬐어 방안에 쌓아두고 TV를 보다가 전자레인지에 덥혀 그대로 먹는 시대가 곧 오게 된다. 그때가 되면 오늘날 조사식품을 괴물 보듯 하는 사람들을 천둥소리에 기겁하는 원시인처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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