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쿠키 사태, ‘유기농과 수제(手製)’에 대한 환상이 낳은 해프닝-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30)
미미쿠키 사태, ‘유기농과 수제(手製)’에 대한 환상이 낳은 해프닝-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30)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10.0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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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일반식품 차이 없고 기계 제조가 안전
웰빙 욕구 이용한 얌체 마케팅…온라인 단속을

최근 충북 음성의 작은 제과판매업소인 ‘미미쿠키’ 때문에 난리가 났다. ‘유기농 밀가루’ ‘수제 쿠키’ ‘NO 방부제’ 등 건강 마케팅을 앞세워 인터넷 ‘맘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 스타업소가 됐는데, 결국 가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미쿠키는 개당 145원인 코스트코 쿠키에 유기농 딱지를 붙여 2.7배 부풀린 400원 정도에 되팔았다. 원재료를 속인 것을 넘어 아예 대형마트 제품을 구매해 재포장해 팔다 적발됐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이번 미미쿠키 사태는 판매상의 탐욕과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유기농과 수제(手製)’에 대한 환상이 불러일으킨 해프닝이다. 사실 유기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건강에 더 좋거나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게다가 손으로 만든 과자가 기계로 만든 것보다 좋을 게 무엇인가? 오히려 손으로 만든 반죽이 비위생적이라 더 나쁠 수도 있다.

최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월빙 욕구를 이용한 얌체 마케팅으로 ‘유기농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은 법적으로 ‘3년 이상 화학비료나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광석, 미생물 등과 같은 자연 재료만을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이라고 정의한다.

즉 유기농은 일반제품에 비해 제품 자체의 영양소 함량이 높거나 품질과 안전성이 우수한 식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생산과정을 통해 지구생태계와 환경을 보호하는 생산기법이다. output(산물)이 아니라 input(투입)인 것이다.

유기농이 몸에 좋다는 인식은 ‘화학물질’ ‘농약’이 몸에 나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수제’가 프리미엄이란 인식 역시 ‘기계’가 나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사실 ‘화학’과 ‘기계’라는 단어 자체는 산업혁명의 산물인데, 안전과 전혀 관련이 없다. 생명체가 섭취하는 모든 성분은 화학물질이다. 어쩌면 화학비료(합성비료)의 경우 제한된 공간에서 정제해 만들기 때문에 불순물이 섞인 천연 비료보다 오히려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유기비료로 알려진 동물의 분변은 화학비료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고 질산과 인산, 칼륨 등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영양소를 더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현대적 설비로 만든 제품은 재래식 손으로 만든 제품보다 안전했으면 했지 위험하지도 않다. 이번 사태는 과학적인 사실이 아닌 화학, 기계 등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이익을 보려고 소비자를 세뇌시켰던 유기농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복합적으로 불러일으켰다고 생각된다.

농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한몫했다. 사실 유기농 식품의 영양가가 더 풍부하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실시한 시판 중인 ‘유기농’과 ‘일반’ 우유제품의 영양소와 유용성분 분석 결과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미국 영양사협회(ADA)도 “유기농 식품에 들어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 등의 함량이 일반 식품과 차이가 없다”고 했고 2010년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에 실린 논문도 “유기농 제품이 더 건강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유기농산물은 재배 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작물의 성장이 느리고 병충해 발생이 용이해 생산성이 떨어져 당연히 고비용이 된다. 유기농 환경관리 비용, 축산물의 경우 사료비용 등이 추가돼 가격이 비싸지는 건 당연하다. 즉 유기농제품의 높은 가격은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 보증 때문이 아니라 자손들에게 물려줄 지구생태계와 환경 보존을 위한 고비용의 환경 친화적 유기농법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유기농’ ‘수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환상이 깨졌으면 하고, 온라인 식품판매업의 대대적인 안전관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특성상 광고와 후기에 현혹될 수밖에 없고 소비자가 일일이 업체를 검증하기도 힘들다. 정부는 온라인상 무허가 식품판매업소를 단속해 뿌리 뽑고, 이들의 표시·광고에 대한 검증도 철저히 실시해야 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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