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가 ‘농림부’로 부르면서 식품 육성 하겠나”
“주무부처가 ‘농림부’로 부르면서 식품 육성 하겠나”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10.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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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계-농식품부 국정감사]가공식품, 농식품 수출 85% 불구 농가 소득증대 도움 안 돼
유제품 소비량 증가 불구 원유자급률 최저…특단 대책 마련을

“식품산업 주무부처가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전히 농림부로 불리고 있다. 심지어 농식품부 공무원도 농림부로 통칭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부터 식품까지 아우르는 ‘팜 투 테이블’의 배경을 갖췄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농식품부로 패러다임을 조성해 농업과 식품산업 전체를 컨트롤하길 바란다.”

10일 개최된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재 농식품부 내에서 식품산업의 위치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농식품부 조차 식품산업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데, 진흥·육성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식품산업은 철저히 외면 받았다. 농식품부 공무원들마저 농림부로 통칭하며 식품산업을 외면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의 관심에서 배제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식품산업은 정책에서도 국정감사에서도 농업에게 주연자리를 내주며 조연보다도 비중이 낮은 단역을 맡고 있다.

말로는 식품산업을 농업과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 신성장동력이라 칭송하지만 정작 본무대에서는 비중조차 없는 단역에 머물고 있다.

△올해 농식품부 국정감사는 쌀 목표가격에만 초점을 맞춰 식품산업은 또 다시 외면 받았다.
△올해 농식품부 국정감사는 쌀 목표가격에만 초점을 맞춰 식품산업은 또 다시 외면 받았다.

올해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물론 올해는 5년 만에 신규 설정되는 쌀 직불금 목표가격이 결정되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PLS제도 등이 중요한 쟁점이긴 하지만 식품산업이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외면 받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는 의구심이 든다.

본지에서는 그나마 제기된 식품산업 관련 이슈를 정리해봤다.

△박완주 의원
△박완주 의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우유·유제품 등 원유자급률은 작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한 뒤 이는 국내산 유제품이 수입산과의 가격차이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농식품부의 대책은 매년 제 자리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원유자급률 변동 현황’에 따르면 2008년 71.8%에 달하던 원유자급률은 작년 50.3%로 21%가량 하락했다. 반면 국내소비량은 2008년 298만톤에서 작년 409만톤으로 37% 증가했지만 국내생산량은 213만톤에서 205만톤으로 8만톤 줄었다.

박 의원은 이러한 원유자급률 몰락에 대해 “소비자의 유제품 소비는 늘고 있지만 원유자급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소비자가 국내산 유제품 보다 값이 싼 수입산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순 소비 감소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국산유제품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한 자급율 향상을 위해 국산원유로 치즈, 버터, 분유 등 가공유제품을 생산하는 유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우유생산비와 가공원료유 공급가격과의 차액을 지원하는 ‘가공원료유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2012년 첫 예산이 배정된 이후 2016년부터 170억 원의 예산이 증액 없이 편성되고 있으며 지원량도 2017년 기준 총 원유생산량인 2058L 중 96L(4.6%)에 불과하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 정책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낙농업 진흥에 대한 농식품부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이 늘고 있는 점을 봤을 때 이제는 치즈 등 유제품 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 놓아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맨 왼쪽)을 비롯한 농식품부 실·국장들이 국정감사에서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맨 왼쪽)을 비롯한 농식품부 실·국장들이 국정감사에서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2년간 생산됐지만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남아있는 국산밀 3만톤에 대한 소비대책을 정부가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식습관 변화로 밀 소비량의 증가에 따라 밀 수입량도 증가하는데 국산밀 3만톤이 창고에 남아 있는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이라며 즉각적인 소비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김 의원은 “국내 제분회사와 식품기업들은 무관세로 들어오는 값산 수입밀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정부가 무관세 혜택을 파악해 제분회사와 식품기업들이 사용하는 수입밀의 일정량을 우리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원들은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드러난 농식품부의 무분별한 인증남발 및 원산지표시 등 허술한 관리 체계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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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 PLS 제도 농민 10명 중 3명 몰라…1년 유예 마땅
친환경 인증 산란계 농가서 살충제 사용 충격…사후관리 필요

△이양수 의원
△이양수 의원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농식품부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전체 산란계 1490개 농장을 대상으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설폰 오염도 환경조사를 한 결과 전체 40%인 596개 농가에서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고, 특히 전체 친환경 산란계 641개 농장 중 178개 농장(27.8%)이 피프로닐 설폰에 오염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가의 27.8%가 살충제를 사용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산란계 농가에 대한 보다 섬세한 관리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재 의원
△김정재 의원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재래시장에서 원산지표시위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원산지표시위반으로 적발된 재래시장은 작년 총 157개소에 달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원산지표시위반은 불법적으로 원산지를 속여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특히 명절의 경우 많은 국민들이 재래시장을 찾고 있는데 농식품부는 소비자들과 정직하게 농산물을 판매하는 시장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은 농식품부의 사후관리 부실 등으로 국내 농식품 인증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농식품부가 신뢰 확보를 위해 주기적인 현장검사 등 철저한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농식품 국가인증제도에 관한 소비자 인지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유기가공식품 등 농식품 관련 국가인증제의 소비자 신뢰도는 2016년 71.5점에서 2017년 54.5점으로 급락했다. 농식품 인증제가 지금 형태로 개편된 2012년 이후 소비자 신뢰도가 50점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작년 발생한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는 농식품 인증제의 관리가 부실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인증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려면 주기적인 현장검사 등 철저한 사후관리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산지표시 위반건수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농식품부는 오히려 단속활동 줄이고 있다고 이를 질타했다.

박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원산지표시 위반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원산지표시 위반건수는 거짓표시 1만2756건과 미표시 6949건을 합한 1만9705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이를 단속하는 인원은 2014년 8만6450명에서 2016년 5만5016명, 작년 5만1524명으로 2014년 대비 40%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농식품부는 2016년부터 단속방향을 대형 부정유통 방지를 위한 기획단속으로 전환함에 따라 단속 인원이 줄었다고 하지만 위반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어 먹을거리 안전 확보에 공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농축산물 원산지 허위표시는 소비자 신뢰하락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농식품부는 단속 강화를 통해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
△김태흠 의원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면시행 3개월을 앞둔 PLS제도에 대해 농민 10명 중 3명은 모른다고 밝혀 시행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확보한 올해 상·하반기에 걸쳐 PLS에 대한 농업인의 인지도를 조사 결과 상반기에는 51.3%, 하반기에는 71.5%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농업인들은 등록 농약의 부족과 비의도적인 오염우려, 제도에 대한 인지도 부족 등을 이유로 PLS 시행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처럼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종회 의원
△김종회 의원

김종회 의원 역시 정부의 PLS 추진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제기하며 최소 1년은 유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 수출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경대수 의원은 최근 5년간 라면, 음료 등 가공식품의 수출액이 전체 농식품 수출의 85%에 달하지만 국산원료 사용 비중이 매우 저조해 국내 농가의 소득 증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 의원에 따르면 국내 수출 가공식품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라면의 국산원료 사용률은 1.2%, 음료는 3.9%에 불과했고 맥주는 3.8%, 소주 10.4%, 비스킷 19.3%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의 수출 규모는 13억4460만 달러, 음료 15억1580만 달러, 맥주 4억5490만 달러, 소주 4억3110만 달러, 비스킷 6억4860만 달러로, 이들 품목은 농식품 수출규모에서 최상위 품목이다.

경 의원은 “농식품분야 수출이 가공식품에 편중되면서 신선농산물 수출 규모는 2017년 16%까지 줄었고, 가공식품의 국내원료 사용비중조차 매우 저조해 농식품부의 수출사업은 결국 국내 농가와 농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출 혜택이 국내 대기업 소득증진이 아닌 농가의 소득증진과 농산물 경쟁력 강화에 직결될 수 있도록 정책방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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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장관 “10년 내다보는 농식품 비전·정책 추진할 것” 

△손금주 의원
△손금주 의원

손금주 의원은 최근 6년 간 국내 농식품 수출 중 1위는 담배이고, 수출액도 5년간 1.16배에 불과해 체계적인 수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 의원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농수산물 총 수출액(480억9020만 달러) 중 담배(궐련)가 47억3450만 달러로,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으며, 이어 참치가 32억4810만 달러, 김 20억8420만 달러, 음료 17억9520만 달러, 라면 15억92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 기간 담배는 2.14배 증가했고, 김이 2배, 라면 1.79배 늘었으나 맥주는 –30.3%, 커피조제품 –11.1%, 인삼 -10% 등은 오히려 수출액이 줄었다. 반면 농수산물 총 수입액은 2048억332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 4배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의원은 “정부가 농수산물 수출을 위한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수출 총액의 증가세는 오히려 지지부진하다”며 “FTA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농수산물의 수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만큼 정부는 농수산물 수출을 계획하는 사업체와의 유기적인 연계, 다양한 품목 개발, 정보공유, 수출인프라 지원 등 체계적인 노력으로 국내 농산물 수출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의원
△박주현 의원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중국산 김치에 밀려 우리나라의 김치 무역수지 적자가 작년 사상 최대치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김치 종주국의 위상 정립을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판촉과 물류지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추궁했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의 수입 김치 전량이 중국산임에도 김치 수출물류비에 대한 지원은 2014년~2016년 20억 원, 2017년 17억 원으로 줄었고, 해외판촉지원비도 2016년 1억3000만 원, 2017년 8500만 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쌀 소비량 감소로 김치소비량도 감소하고 있으며, 식당을 중심으로 원재료 가격이 싼 중국산 김치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입김치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통관, 유통단계에서 철저히 시행해 국민건강을 지키면서 국산 김치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드 여파로 수출 위기를 겪던 중국이 최근 사드 해빙무드로 전환하면서 농식품 통관거부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비관세 장벽 해소 등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농식품 수출의 부흥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농식품 수출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관 거부는 올 상반기 중 30건이 발생해 작년 399건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년 동기간 발생한 166건과 비교하면 18%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우리 농식품 수출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해제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발생한 농식품 수출 통관거부의 사유는 ‘라벨링·포장’ 109건, ‘성분 부적합’ 78건, ‘위생 미비’ 60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서류미비(62건)’나 ‘관능검사부적합(9)’과 같이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는 사유로 통관이 거부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라벨링·포장’ 2건, ‘성분부적합’ 12건, ‘위생 미비’ 2건 등으로 통관이 막히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중국수출이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출실적에서도 작년 중국 비중은 9억8640만 달러에 그쳐 전체 농식품수출 14.4%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8월 현재 6억9650만 달러가 수출되며 전체 수출액인 45억8430만 달러의 15.2%를 차지하고 있다.

△이개호 장관(오른쪽)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개호 장관(오른쪽)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농식품부 공직자들은 농업인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덜어주는 현안 대응뿐 아니라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특히 청년 후계인력 육성, 공익형 직불제 개편, 로컬푸드를 바탕으로 한 푸드플랜 확산 등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농식품산업 비전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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