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김치 경쟁력 제고 위해 정부 차원 지원 절실”
“국산 김치 경쟁력 제고 위해 정부 차원 지원 절실”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8.10.15 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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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산업 세계화 이끄는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대한민국김치협회 이하연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저가 중국산 김치에 대응하는 국내 김치 업계를 대변하며 김치 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감소하는 김치 소비량과 저가 중국산 김치에 대응해 국내산 김치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것.

한국인들의 제1의 식품인 김치, 한국은 명실공히 ‘김치 종주국’이다. 그러나 이 명성에는 어울리지 않게 국내 김치 시장은 중국산 김치에 계속 밀리고 있어 국내산 김치가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김치는 16만3709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5만9287톤에 비해 2.7% 늘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수입 김치의 국내 상품김치 시장 점유율이 3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급식 등으로 나가는 1조 원대 국내 기업 간 거래(B2B) 김치 시장에서는 85%나 차지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한민국김치협회는 회원사들과 고군분투 중이다. 재임기간 내 회원사 간의 소통과 국내산 김치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에 집중해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와 시장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하연 회장에게 국내 김치 산업의 진흥 육성 방안과 저가 김치 대응책에 대해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 최근 중국산 수입 김치의 범람과 내수 소비량의 감소로 국내 김치 산업이 침체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김치종주국’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김치협회의 대응책은.

△대한민국김치협회 이하연 회장
△대한민국김치협회 이하연 회장

▶중국산 수입 김치와 국내산 김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조비용이다. 올해는 특히나 여름 내 계속된 폭염으로 배추 작황이 악화돼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원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져 김치 제조사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중국산 배추는 국내산 김치와 품질부터 다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산 김치의 품질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 국내산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우리나라 김치는 주원료인 배추부터 고춧가루 등 원재료도 신선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해 재료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산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외식업체 등에서 중국산 김치의 사용 비중이 늘어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의 맛이 진짜 김치의 맛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김치의 내수 소비량이 줄어든 데에도 이 이유가 크다. 맛이 없으니까 안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맛없는 중국산 김치가 국내 김치 산업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것.

그래서 대한민국김치협회는 맛있는 우리나라 김치를 알리기 위해서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다. 특히 내외국인들이 맛있는 우리 김치를 맛보고, 김장·김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김치 문화원’의 설립을 계획 중이다. 체험과 소비를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통해 우리나라 김치가 얼마나 맛있는지, 어떤 점에서 우수성을 가지는지 알게 되면 내수 소비도 회복되고 김치 세계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의 김치를 알리는 큰 역할을 맡을 ‘김치 문화원’은 일반 사기업의 힘으로는 운영되기 힘들다. 농식품부 등 정부 유관부서와 김치협회를 비롯한 국내 업계의 공조로 그 가치를 알리는 활동이 우선돼야 한다.

가격 낮은 중국산 김치와의 ‘공정한 경쟁틀’ 필요
국내산은 해썹 인증 의무화…수입산은 해당 없어
원재료·인건비 안정화하고 국산 사용에 혜택을

- 국내 시장을 넘어 김치 세계화를 위한 전략 및 실행 계획이 있다면.

▶해외 시장에서의 김치는 우리나라에서의 김치 소비 행태와 많이 다르다. 국내에서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의 개념이라면, 외국에서는 샐러드로 생각하고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김치의 다양한 소비 행태를 감안해 외국인들에게 김치와 관련된 경험을 최대한 많이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우리 농산물로 직접 만든 품질 좋은 김치를 가져가서 먹어보고 설명도 들으면 자연히 관심이 생기고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첫 번째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치 문화원’이 생기면 ‘김치 체험관’도 마련해 이러한 기회를 협회에서 만들어 볼 예정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김치를 자신들의 고유식품, 문화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김치 세계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만큼, ‘김치 문화원’을 통해 우리나라 김치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인에 알리려고 준비 중이다. 접근성이나 상징성 면에서 제일 우수한 서울에 정부의 협조를 얻어 건립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김장 문화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1월 15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하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적, 정부적 차원에서 우리 김치와 김장문화를 알리는 기회를 늘려 저변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광주시와 김치협회는 국민청원으로 김치의 날 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김장 문화를 전파하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식지정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 중국산 김치 등 국내 김치산업 발전의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적 지원은.

▶중국 당국에서는 김치 수출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정부도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지난 4월 발표하는 등 다양한 진흥 정책을 진행 중이지만 현실적이고도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게다가 2014년 12월부터 국내 모든 배추김치 제조업체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이 의무화된 것에 반해 중국산 김치는 여전히 HACCP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는 국민 먹거리 안전에도 큰 문제지만 국내 기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업계 입장으로는 역차별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원재료비나 인건비가 크게 상승해 경기도 안 좋은데 HACCP 인증까지 유지하려니 원가부담이 만만치 않으며, 중국산 김치는 이러한 규제를 받지 않으니 더욱 저렴해져 가격으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납품가로 중국산 김치는 국내산 김치의 3분의 1 수준이다.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원가로 따졌을 때 값싼 중국산 김치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국내산 김치를 사용하는 업체에 ‘메리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김치 시장의 잠식을 막기 위해서는 김치 산업을 단순히 한 가지 식품 산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농어촌과 결부된 기간산업으로 삼고 장기적인 낙수효과를 생각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김치 산업이 무너지면 김치 원부재료 산업이 모두 흔들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체험·소비·홍보 공간 ‘김치문화원’ 설립 추진
11월15일 ‘김치의 날’ 제정 통해 김치 문화 알릴 것
내달 ‘김장문화제’…남북한 100여 종 즐기는 축제로 

- 오는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시청 광장에서 범국가적 김치행사인 ‘서울김장문화제’를 앞두고 있다. 행사의 진행방향과 기대 홍보 효과는.

▶올해 김장문화제에서는 지역 김치 전문가들이 와서 다양한 강의를 진행한다. 특히 북한 옥류관 상하이 지점의 대표가 북한 전통 김치를 소개하고, 강의 및 시연을 진행하기로 계획돼 있다. 또한 시연된 북한 김치를 구매도 할 수 있다. 최근 남북한 평화 기조가 확연한 가운데 북한 김치를 특별히 소개할 수 있는 기회여서 기대가 크다.

또한 역사적으로 기록된 우리 전통 김치와 지역별 김치 등 100여 가지 김치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궁중 김치, 양반 김치, 서민층 김치, 지역별로 다양하게 발달한 김치들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울러 배화여대 김정은 교수와 한식조리학과 학생들의 김장 시연과 체험 행사도 열어 행사를 찾은 관람객들의 참여를 도모한다. 김치 명인들도 참석해 김치와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다양한 김치를 시연한 페어링 행사를 진행한다. 김치협회 회원사들은 마켓에 참여해 일반 관람객들이 김치제품을 시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밖에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젊은 세대들이 김치 업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진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려고 많은 시도가 있을 예정이다. 모쪼록 성공적인 행사 진행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우리 김치의 우수성을 맛보고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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