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에 연연하는 대한민국 소비자, 거품 낀 ‘국내산’의 가치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34)
원산지에 연연하는 대한민국 소비자, 거품 낀 ‘국내산’의 가치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3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11.05 0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토불이 등 영향 수입산보다 국내산 선호
안전·고품질로 인식…비싸고 속임수 부작용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 우리 소비자들은 두부를 살 때 콩의 원산지를 가장 많이 고려하고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가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 영양성분 함량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수입 콩 제품보다 3배가량 더 비싸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영양학회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소비자들이 식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원산지 표시(36%)였으며, 위생(31%), 품질(20%), 영양표시(6%), 기호도(5%), 가격(2%)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특히, 어패류와 육류의 원산지표시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식당에서 메뉴를 선택할 때 원산지 표시를 고려한다는 소비자가 약 90%에 달했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우리 소비자들이 식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원산지 표시’라고 한다. 특히 원산지를 중시하는 식품 품목은 어패류(45.5%)와 육류(41.5%)였다. 2011년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쇠고기에서 광우병, 대장균 O157검출, 유럽 발 말고기 스캔들 등 수산물과 육류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또한 중국 등 위생관리 취약국들로부터 수입된 저가 불량식품들이 언론에 수없이 등장해 수입식품에 대한 불신을 유발시킨 것도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국내산’에 대한 환상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우리 소비자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국내산을 선호하고 찬양한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애국심이나 환경보호, 신선한 로컬푸드를 생각하며 국내산을 구매한다면 좋았을 텐데 “국내산은 수입산 보다 품질과 영양,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고품질 식품”이라는 착각으로 구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수입식품의 자유화와 함께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벌였던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도 소비자들을 부추겼다고 본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산지 속임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해가 거듭될수록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2016년 기준 원산지 표시대상 26만2천 업소 중 2,905 개소가 ‘원산지 거짓표시’를 했다고 하는데, 그 중 약 3분의 1인 1,022 개소가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한다. 중국산 뿐 아니라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서 온 모든 수입식품이 홀대받는다. 오죽하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인 부적합 사례가 이렇게 많겠는가?

6·25한국전쟁 직후 국내 식품산업도 태동하기 전이라 먹을 것이 늘 부족했던 시절엔 미제(美製), 일제(日製) 등 외국산 구호식품과 수입식품이 더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위생취약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보다 위생관리가 엄격하고 고품질인 선진국 제품조차도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한다.

중국산이나 저개발 국가를 두둔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웨이하이(威海)와 칭다오(靑島)가 위치한 중국 산둥(山東)성 지역은 농사가 잘돼 쌀, 고추, 배추, 대추, 깨 등 농수축산물이 풍부하다. 가격에 따라 품질도 천차만별인데, 상질(上質)의 제품은 오히려 국내산 일반제품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그간 우리나라 수입상들이 중국에 가서 품질은 고려치 않고 저가 제품만 수입해 오다 보니 중국산 하면 저질, 싸구려, 식당용이라는 오명이 붙게 된 것이다.

‘가격(價格)’과 ‘가치(價値)’는 엄연히 다르다. 즉, 국내산이 귀하고 비싸다고 해서 품질(品質) 즉, 질(質)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계약 재배해 좋은 땅에 좋은 물로 엄격히 관리해 우리나라로 들여온 중국산이 농약을 마구 뿌리며, 오염된 용수로 재배한 우리 농산물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내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원산지에 연연하지 않았음 한다. 중국에서 왔든, 미국에서 왔든, 우리 땅에서 나왔든 ‘품질 좋고, 위생적이고, 맛있는 식품이 좋은 식품’이다. 국내산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소비자는 당연히 국내산을 사 주길 바란다. 그러나 로컬푸드의 신선함, 탄소저감화 등 환경보호, 애국심 등으로 구매해야지 수입산 대비 무조건 안전하고 고품질이라는 생각으로 구매해서는 상실감만 갖게 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