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토프리 규격, 우유 소비 촉진·경쟁력 제고”
“락토프리 규격, 우유 소비 촉진·경쟁력 제고”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11.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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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당 0.5% 이하 기준에 측정 방법 등 제시…성장하는 세계 시장 공략도
농식품부 의견 수렴 공청회

국내 성인기준 3명 중 2명은 유당불내증(우유 속 유당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앓고 있어 이는 결국 우유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락토프리 한국산업표준(안)을 예고고시하고 식품업계의 생산·품질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유당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식품을 개발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더 나아가 우유 소비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돼 있는 락토프리 시장에서 국내 식품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유당불내증 환자들을 위한 틈새시장 공략 일환으로 ‘락토프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유당불내증 환자들을 위한 틈새시장 공략 일환으로 ‘락토프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농식품부 주최 30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락토프리 및 글루텐프리 표준·현황 소개 및 시장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박성우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장은 “우유를 어릴 때는 잘 먹다가 어른이 되면 유당불내증 등 몸이 거부하다보니 섭취가 줄어 소비 측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농식품부는 식품업계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제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국민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경쟁력을 갖춰 세계 속에서도 비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75%가 유전적으로 락토오스를 소화시키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 락토오스 프리 시장은 2013년부터 연평균 10.2% 이상 성장하며 2017년 기준 약 5조5000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시장은 향후 5년간 9.3% 성장이 예상되는 블루오션 중 하나다.

반면 국내의 경우 식품위생법상 원유의 유당을 분해 또는 제거해 1.0% 이하로 제조하는 유당분해우유의 규격(식약처 고시 제2018-60)만 있을 뿐 명확한 정의나 분석방법 등이 없다. 조제유 또는 조제분유에서 유당이 저하 또는 제거된 제품은 ‘특수용도식품’으로 분류됐으며 알레르기가 있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유단백질을 가수분해함에 따라 유당이 저하 도는 제거된 경우 ‘유당함량 조정’의 문구가 사용됐으나 현재 식품공전상 특수용도식품 규격에는 유당에 대한 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세계 추세 0.1%에 못 미치고 인증 많아 혼란
국내 유가공 도약 계기…시장 활성화 예상도
정찬민 사무관 “외국사례 참고 빠른 정착 노력”

이에 반해 해외의 경우 유아용 조제유 등 특수용도식품이 주 대상이지만 유당이 기준 이하 검출 시 락토오스 프리에 대한 표시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윤요한 숙명여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 FDA는 명확한 정의 규격은 없지만 우유, 크림, 버터, 연유, 치즈, 분유 등 제품에 대해 락토오스가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를 주고 있다.

유럽은 아직까지 분유에 한정돼 있지만 스프, 초콜릿 등 다양한 제품에서 락포오스 프리로 표시·판매되고 있고, 일본 역시 대체로 분유에 적용되고 있으며 CAA(Consumer Affairs Agency) 규격 표시사항에 알맞게 ‘유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낙농국가인 호주, 뉴질랜드는 락토오스 프리 정의는 명확하진 하지만 요거트, 우유, 크릴, 치즈 등 제품에 체계적으로 규격이 정해져 있다. 중국은 유아용 조제분유에 제한돼 있고, 인도는 분유와 우유 제품에 대해서만 규격이 정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 농식품부가 마련한 표준 제정안을 보면 유당에 민감한 소비자의 식이편이를 위해 유당을 0.5% 이하로 제거한 가공식품으로 규정하는 한편 우유에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정의와 유당함량 기준, 측정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오송찬 매일유업 중앙연구소 팀장은 “선진국은 락토오스 프리에 대한 별도의 유형 및 정의가 없으며, 품목도 특수의료용도 식품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표기기준에는 영양성분별 ‘무’ 표기가 가능한데, ‘프리’라는 문구까지 사용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연숙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은 “세계 기준을 보면 유럽만 0.1%이며, 대부분 불검출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0.5%여서 세계 추세를 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또 다른 인증제도를 추진하려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이미 정부의 인증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특히 인증 비용 추가 시 제품 값도 오르게 돼 자칫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도 유가공협회 전무는 “국내 락토프리 시장은 2018년 현재 213억 원으로 2016년 대비 184% 성장하고 있다. 국내는 이미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만큼 이번 제조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 시장은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이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어 품질 면에서 세계적 수준인 국내 유가공산업도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 기존 기준 설정 1.0% 이하에서 0.5%로 낮출 경우 업계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찬민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 사무관은 “락토프리 산업표준안은 업계가 산업적으로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가이드라인이다, 식품공전에 명시된 내용을 최대한 반영해 시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락토프리 산업표준에 대해 KS 제정 관련 전문위원회 및 심의회 상정을 거쳐 올해 말 제정·공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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