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식서 제랄레논…기준 마련 요구 타당한가
생·선식서 제랄레논…기준 마련 요구 타당한가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11.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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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숙 교수(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전향숙 교수
△전향숙 교수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 간편대용식인 생·선식을 대상으로 곰팡이독 제랄레논의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총 25개 제품 중 3개에서 19.0~51.1 μg/kg (ppb)이 검출되어 우리나라도 유럽연합(EU) 수준의 기준(50 μg/kg)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생·선식을 단 한번이라도 섭취한 소비자라면 식품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를 한번쯤 원망했을 법하다. 이에 “생·선식에 검출된 제랄레논이 위험한지? 우리 안전 당국은 이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지? 그리고 EU와 같은 수준으로 가공식품 중 제랄레논의 기준 설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2016년 보고된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한 제랄레논의 위해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인체노출안전기준(TDI) 대비 4% 수준으로 위해 우려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고, 노출량 또한 EU, 미국, 홍콩 등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국제보건기구(WHO)의 국립암연구소(IARC)에서는 제랄레논을 3군 발암물질(group 3)로 분류하고 있으나 이는 동물실험에서 조차 유전독성 및 기형유발성에 대한 자료가 명확하지 않은 물질이라 그리 위험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WHO 3군 발암물질로 분류 불구 유전독성 등 불분명
EU 외엔 코덱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기준설정 안 해
생·선식 아닌 곡물류서 발생…국내 10월에 기준 개정

게다가 EU를 제외하고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생·선식 제품을 위시한 모든 가공식품에 제랄레논 기준을 설정하고 있지 않다. 국가별 식품 중 위해물질 기준치 설정의 원칙은 단순한 검출 여부가 아니라 검출량과 섭취량 등을 고려한 인체위해성 평가에 따른 소비자의 생명 보호를 기본으로 한다. 이에 덧붙여 해당 국가의 문화·사회·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한 국익과 비용,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설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곰팡이독 제랄레논은 통상적으로 푸사리움(Fusarium) 속의 곰팡이로부터 식물의 개화기나, 수확 후 곡류를 저장하는 동안 발생한다는 사실로 생·선식 제품이 아닌 원료인 곡류에 직접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곡류의 제랄레논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12일 200 μg/kg에서 100 μg/kg으로 기준 개정을 고시한 바 있다. 결국 시판 중인 생·선식 제품에 대한 제랄레논의 기준이 없다는 소비자원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셈이다.

제랄레논과 같은 곰팡이독은 곡물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이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오염물질이다. 인류는 현대에 이르러 분석 장비의 발달로 과거에는 검출하지 못했던 위해물질을 극미량의 수준까지 검출해 낼 수 있게 되었다. 곰팡이독이 없는 식품만을 먹으며 살아갈 수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검출 가능성이 있는 모든 가공식품에 기준을 만들어 관리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위해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 없이 생·선식 제품에서 제랄레논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큰 이슈가 되고 부정적 여론이 증폭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소비자원의 보도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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