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천미트’ 섣부른 발언 돕기는 커녕 치명타
‘런천미트’ 섣부른 발언 돕기는 커녕 치명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11.0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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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기자
△이재현 기자
△이재현 기자

대상 청정원의 통조림 햄 ‘런천미트’ 세균 검출을 두고 류영진 식약처장의 ‘대장균’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이번 대장균 검출이 제조상 결함이 아닌 충남 동물위생시험소의 시험검사 과정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러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것은 멸균 제품에서의 세균 검출도 납득이 안되지만 80℃ 온도만으로도 사멸되는 대장균을 원인으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대장균이 제조과정에서 유입됐다면 보관 기간(2년 5개월) 동안 부패된 캔이 부풀어 올라 육안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세균발육 검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대장균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제품은 견본 제품이어서 유통과정서 발생했을 문제도 불가능해 결국 검사기관에서 수거 후 검사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식품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식품관련학과 한 전문가는 “이번 사안은 또 다시 식약처의 일방적인 발표가 문제”라며 “식품기업 입장에서 안전문제는 그 어떠한 것보다 중요한데, 그러한 안전성에 치명상을 입게 되면 쉽게 회복이 힘들다. 이런 중대한 문제는 2~3곳의 검사기관에서 크로스 검사를 한 뒤 발표를 했어야 하는데, 식약처의 이번 발표는 아쉬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5년 ‘기생충 김치’와 매우 유사하다. 당시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이 ‘중국산 납 김치 검출’을 발표했고, 식약청은 곧바로 “김치는 안전하다”고 맞받아 친 뒤 며칠 후 ‘중국산 김치 기생충 검출’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이 발표로 국민들은 김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고, 이는 결국 국산 김치 소비는 물론 수출 문제까지 영향을 끼쳐 국내 김치업계는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었다.

식약처의 역할은 국민의 위생을 지켜야 하는 파수꾼 역할과 동시에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식약처의 이번 발표는 소비자에게는 불안감을 조성했고, 업계를 존중하지 않았으며 더 나아가 스스로의 무능함을 만천하에 공표한 꼴이 됐다.

식약처의 성급한 발표로 대상은 치명타를 입었다. 더군다나 안전한 먹을거리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런천미트 대장균’이라는 타이틀은 대상을 계속해서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밖에 없다. 실제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유통된 제품을 회수한 대상은 일주일 만에 1000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기생충 김치’ 사건의 경우처럼 국내 육가공 시장 전체의 신뢰 추락까지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전 세계 육가공 시장을 누벼야 할 식품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도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 있다. 특히 식품문제는 국민 안전과 기업 생사에 직결되는 만큼 신중에 또 신중을 해야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식약처가 소비자와 식품기업들에 대한 존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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