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 식품 안전관리 신뢰도 높여야
[기고] 국가 식품 안전관리 신뢰도 높여야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12.2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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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호 이사장
△이철호 이사장

(주)대상이 자사 제품 통조림 런천미트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의 상급기관인 충남도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통조림 제품에서 대장균이 나왔다는 발표는 애초부터 학계의 불신을 샀다. 통조림 포장이 파손되어 외부세균이 유통과정 중에 오염되지 않았다면 열에 약한 대장균이 나올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시험자의 부주의로 시험과정에서 오염되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뒤늦게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의 검사과정 점검에 들어갔으나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에 들어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식품안전관리기관의 경솔한 발표와 무리한 행정처분으로 식품 기업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끈이지 않고 있다. 통조림 포르마린 검출사건, 불량만두 사건, 김치 기생충알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들로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불신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식품기업의 입장에서는 식품안전에 관한 사항은 기업의 사활을 건 사안이므로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들여 사전예방적 안전관리를 하고 있는데 관리 당국이 서투른 실수를 하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으나 그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있다. 후환이 두려워서이다. 공권력의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주)대상의 결정은 놀라운 일이며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식품 안전 부문 업체엔 사활 걸린 사안
경솔한 발표 인한 기업 피해 사례 수두룩
선진국 공무원은 규제보다 애로해결·지원

우리나라의 공권력 갑질은 오랜 역사를 가진 적폐의 대상이다. 일제시대 칼 찬 순사들의 행태를 우리 공무원 사회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게 아닌지 묻고 싶다. 오늘날의 안전관리는 규제나 감독보다는 애로해소와 지원과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의 식품안전 관리요원들이 기업을 방문하여 실무자들과 논의하고 자문하는 자세를 보면 우리에겐 감동적이다. 정말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복답게 업체 실무자들에게 친절하게 애로사항을 묻고 지원방안을 모색하려고 애쓰는 미국이나 유럽 식품안전관리 요원들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들어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우리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책임의식의 결여이다. 미생물 실험과 그 위해평가는 높은 수준의 훈련과 전문지식을 요구하는데 우리의 공무원 구조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공무원 순환보직제도로 인해 한자리에서 오랜 경험과 경륜을 쌓을 수 없다. 미숙한 검사자가 통조림제품에서 대장균이 나왔다고 했을 때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해야할 상급자의 지휘 감독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25%가 1년 이내에 자리를 옮기고 있으며, 38%가 1-2년 사이, 23%가 2-3년 사이에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90%가 2년 이내에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래에서 올라오는 오류나 오판을 걸러내는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면 과장자리까지도 바뀌는 오늘의 세태에서 전문성이 있는 국가 책임경영은 요원해 보인다.

기업을 보호하고 사랑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식품산업은 특히 식품안전 관리당국의 지원과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식품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불신을 해소하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식품에 대한 안전성 평가나 위해 평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정부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국내시장이 포화되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는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안에서 밀어줘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식품안전관리 행정이 거듭나서 모두가 상생하는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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