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사건②:산란일자 표시 문제-김태민 변호사의 식품사건 분석과 대응방법(26)
살충제 계란 사건②:산란일자 표시 문제-김태민 변호사의 식품사건 분석과 대응방법(26)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12.2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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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자리 장비 구입에 농가당 수억대 부담
유통온도는 방치…보여주기 행정에 반발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시 한 번 전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산란일자 의무표시’ 제도로 양계 농민들의 대대적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3일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개최된 반대집회에서는 정문이 뜯겨 나갈 정도의 심각한 충돌도 이뤄져 양계 농민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환영할 만한 제도인데, 어떠한 문제점 때문에 농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계란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보다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양이 매우 많다. 실제 최근 발생했던 냉동케이크 식중독 사건의 원인도 계란이었기 때문에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모든 제도는 득과 실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최초로 적용된다는 홍보 문구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산란일자 표시 제도 시행의 계기는 작년 여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네덜란드와 벨기에 계란에서 검출되면서 국내도 조사가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양계농가에 대한 전수검사 결과 4%에 달하는 농장의 계란에서 살충제성분이 검출돼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식품안전관리 개선 TF를 구성해 논의한 결과 산란일자, 사육환경표기에 대해 기존 6자리 표시를 10자리로 늘리면서 양계농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른 ‘축산물의 표시기준’ 개정안이 9월 행정 예고됐고, 시행이 내년 2월 23일로 다가오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의 반발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비용문제다. 기존 6자리 표시에 사용됐던 기계를 10자리로 변경할 경우 전부 새로운 기계로 교체해야 하는데, 개별 농민이 부담해야 하기에 농가당 5~1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부담능력이 부족해 기존 방법을 고수할 경우에는 농가들은 결국 전과자로 몰려 각종 행정처분으로 폐업에 이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식품안전을 위해 산란일자 표시보다 유통온도 관리가 더 필요한데, 정부가 탁상행정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행정을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른 나라들은 유통온도를 관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상온유통과 냉장유통을 동시에 허용하는 이상한 기준을 방치하면서 불필요한 산란일자 표시에 집착한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하는 정책은 산업발전이 아니라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보니 업계나 종사자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정책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지만 작은 부분이나마 현실을 외면했거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소위 탁상행정이 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이를 실제 정책에 적용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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