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검출 사건으로 본 미생물 기준·규격의 중요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1)
분유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검출 사건으로 본 미생물 기준·규격의 중요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1)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12.2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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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량 검출 인체에 무해…코덱스·선진국은 규격 없어
국내 일정량만 허용…국제 경쟁력 차원 재검토 필요
12월 7일 수입식품 판매업체 일동후디스의 뉴질랜드산 '후디스 프리미엄 산양유아식'에서 식중독균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가 검출돼 식약처로부터 판매중단·회수명령이 내려졌다. 지난 9월에도 아이배냇이 수입·판매한 프랑스산 '아이배냇 산양유아식'에서도 같은 균이 검출됐다. 아이배냇은 일동후디스에 이어 국내 산양분유 시장 점유율 2위인 업체로 인기를 끌어 오고 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식품안전 선진국인 프랑스, 호주·뉴질랜드산 인기 제품에서도 검출되고 각 나라에서도 문제없이 팔리고 있을 정도면 클로스티리디움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gens) 균은 식중독 균이긴 하나 원유(原乳, raw milk) 중 늘 존재해 완전 제어가 어렵고, 혹시 검출되더라도 인체에 해가 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참에 우리나라의 조제분유 미생물 규격이 너무 지나치게 엄격한 게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 안전할수록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안전을 강조하다 보면 효율성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억울한 회사들이 생길 수가 있어 국가의 기준·규격은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

Cl. perfringens는 식중독균임에는 틀림없지만 독소형이라 미량의 오염 및 섭취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식품공전에서도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등 여러 감염형 균은 ‘불검출’로 관리하고 있으나, Cl. perfringens는 장류, 고춧가루, 김치류, 젓갈류, 식초, 카레, 햄, 소시지 등에 g당 100 cfu까지 검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 균은 1941년 영국, 한 상처감염증에서 가스 괴저 원인균인 Clostridium welchii 식중독 사고가 처음 보고됨으로써 알려지게 됐다. 1945년에 McClung이 웰치균을 분리했고, 1957년 이후부터 Clostridium perfringens라 명명됐다. 이 균에 의한 식중독은 계절 구분 없이 연중 발생하며, 대규모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미, 유럽, 일본 등에서는 Cl. perfringens 식중독 발생사례 보고가 1940년대 후반부터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레토르트 제품에서 처음 검출됐고, 식중독 발병사례는 2003년 첫 보고됐다. 이후 발생건수와 환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지난 2011년 11월 한 대형 유통매장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배추김치, 깍두기가 회수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식품공전 상 기준치가 ‘g당 100cfu 이하’였는데, 배추김치는 580, 깍두기는 700 cfu/g 검출됐었다.

이 균은 토양, 하천, 하수 등 자연계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장관, 분변 등에 널리 존재한다. 그래서 우유에서도 자주 검출된다. 이 균에 오염된 식품 섭취 시 일반적으로 12시간 후 복통과 설사 증세를 보인다. 포자를 형성하며 12 종의 균체외 독소(exotoxin)를 생산하는데, 이는 A, B, C, D, E, F의 6 가지로 분류된다.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소는 99%가 A형이다. 이 A형은 다른 형들과 달리 100℃에서 1∼4시간 가열해도 사멸하지 않는 내열성 포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FAO/WHO 전문가 회의는 살모넬라와 사카자키 균을 제외하고는 아직 어떤 균도 유아에서의 질병과 조제분유(powdered formulae) 간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월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프랑스 락탈리의 분유를 먹은 영아 35명이 감염돼 세계 83개국에서 회수(recall)된 적이 있다. 살모넬라와 사카자키 균은 법적 기준·규격 위반이며, 조제분유가 유발하는 질병과의 인과관계도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열성 독소형 포자형성균인 세레우스균(Bacillus cereus), 클로스트리튬 속의 보툴리누스균(Cl. botulinum)과 디피실균(Cl. difficile)은 유아에게 질병을 유발 함에도 불구하고 조제분유와의 인과 관계 가능성이 낮거나 아직 증명되지 않은 미생물로 분류돼 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많은 국가들이 조제분유 중 검출되는 Cl. perfringens에 대해서는 크게 위험하게 생각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CODEX, 호주·뉴질랜드 등지에는 조제분유 중 Cl. perfringens 규격 또한 없는 상태다. 즉, 살모넬라와 사카자키 균만 조제분유에서 위험한 세균으로 여겨 법적 ‘불검출’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국제적 조제분유 미생물 기준·규격을 참고해 국민 안전과 산업 경쟁력의 균형을 재검토해 봤으면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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